병역의무자 본인의 부재 시 병력동원훈련소집 통지서를 대신 수령한 세대주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병역의무자에게 전달하지 아니한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구 병역법 제85조 부분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사례
1. 대상판결의 개요
당해 사건의 피고인은 병력동원훈련소집 대상자의 아버지로서, 2022. 10. 24. 위 대상자의 병력동원훈련소집 통지서를 수령하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위 대상자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는 병역법위반의 공소사실로 2022. 12. 16. 기소되어 재판 계속 중이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2고단5313).
제청법원은 2023. 3. 30. 피고인에게 적용된 벌칙조항인 구 병역법 제85조 중 ‘제6조에 따라 병력동원훈련소집 통지서를 전달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전달하지 아니한 경우’에 관한 부분(이하 ‘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습니다.
이후 병역법이 2025. 1. 7. 법률 제20643호로 개정되어 병역의무부과 통지서 전달의무 위반은 제85조의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다만, 위 개정법 부칙 제4조는 개정법 시행일(2025. 7. 8.) 전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벌칙을 적용할 때에는 종전의 규정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는 당해 사건 재판에서 여전히 의미를 가지는 상황이었습니다.
2. 심판대상조항(및 관련 조항)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심판대상조항]
구 병역법(2017. 11. 28. 법률 제15054호로 개정되고, 2025. 1. 7. 법률 제206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5조(통지서 수령 거부 및 전달의무 태만)
제6조에 따라 병역의무부과 통지서를 수령하거나 전달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수령을 거부한 경우 또는 이를 전달하지 아니하거나 전달을 지체한 경우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조항]
병역법(2010. 1. 25. 법률 제9946호로 개정된 것)
제6조(병역의무부과 통지서의 송달)
① 지방병무청장(병무지청장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은 병역의무자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통지서(이하 “병역의무부과 통지서”라 한다)를 우편 또는 교부의 방법이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송달(이하 “전자송달”이라 한다)하여야 한다.
병역법(2017. 11. 28. 법률 제15054호로 개정된 것)
제6조(병역의무부과 통지서의 송달)
② 병역의무부과 통지서는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날부터 30일 전까지 송달되어야 한다. 다만, 병력동원훈련, 전시근로소집점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7일 전까지 송달되어야 한다.
③ 제2항에도 불구하고 천재지변이나 전시ㆍ사변, 그 밖에 불가피한 사유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송달기한을 대통령령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
④ 지방병무청장은 제1항에 따라 병역의무부과 통지서를 송달한 경우에는 그 수령증을 받아야 한다. 다만, 병역의무부과 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보낸 경우에는 수령사실의 확인으로, 전자송달인 경우에는 병역의무자가 지정한 전자우편주소에 입력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이를 갈음할 수 있다.
구 병역법(2017. 11. 28. 법률 제15054호로 개정되고, 2025. 1. 7. 법률 제206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병역의무부과 통지서의 송달)
⑤ 병역의무자가 없으면 세대주, 가족 중 성년자, 고용주(雇用主) 또는 본인이 선정한 통지서 수령인(受領人)에게 송달하여야 하며, 통지서를 받은 사람은 지체 없이 병역의무자에게 전달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병역의무부과 통지서는 전단에 규정된 사람에게 송달된 때에 병역의무자에게 송달된 것으로 본다.
⑥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병역의무부과 통지서를 송달할 때에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병무청장이 정하는 통지서와 반송된 통지서는 「민사소송법」 중 송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여 우편법령에 따른 특별한 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할 수 있다.
⑦ 전자송달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부과 통지서의 송달을 받아야 할 자가 동의하는 경우에 한하여 송달한다.
병역법(2025. 1. 7. 법률 제20643호로 개정된 것)
제85조(병역의무부과 통지서 수령 거부)
병역의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제6조에 따라 송달된 병역의무부과 통지서의 수령을 거부한 경우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95조(과태료)
⑤ 제6조 제7항을 위반하여 세대주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송달된 병역의무부과 통지서를 병역의무자에게 전달하지 아니하거나 그 전달을 지체한 경우에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병역법 부칙(2025. 1. 7. 법률 제20643호)
제4조(통지서 수령 거부 및 전달의무 태만에 대한 벌칙에 관한 경과조치)
이 법 시행 전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벌칙을 적용할 때에는 제85조 및 제95조 제5항의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
3.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재판소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정부의 공적 의무ㆍ책임을 개인에게 전가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병력동원훈련소집을 실시하고 동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수행하여야 하는 공적 업무이고, 병역법은 원칙적으로 지방병무청장이 병력동원소집 대상자에 대하여 병력동원훈련소집 및 통지를 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병력동원훈련소집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는 정부가 수행하여야 하는 공적 사무에 해당한다. 구 병역법 제6조 제5항에서 정한 세대주등의 통지서 전달의무는 위와 같은 공적 사무인 병력동원훈련소집 업무의 특수성에 비추어, 병력동원훈련을 원활하게 실시할 목적으로 정부의 업무 수행 절차에 대하여 단순히 국민으로서 협력하는 행정절차적 협력의무에 불과하다.
병역법은 통지서 송달방식으로 우편ㆍ교부 외에 전자송달도 함께 규정하고 있고(제6조 제1항), 인터넷 보편화에 따라 전자송달이 유용한 송달 수단이 되고 있으므로 정부는 병역의무자의 동의 하에 이메일 주소 등을 사전에 확보하여 언제든지 전자송달의 방식으로 통지서를 송달할 수 있고, 구 병역법은 민사소송법을 준용한 우편법령에 따른 특별한 송달 방법도 마련하고 있다(제6조 제6항). 그럼에도 심판대상조항은 병역의무자 본인이 부재중이라는 사정만으로 세대주등에게 위와 같은 협력의 범위를 넘어서 전달의무를 부과하고 그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까지 부과하고 있는바, 이는 정부의 공적 의무와 책임을 단지 행정사무의 편의를 위하여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으로서 실효적인 병력동원훈련 실시를 위한 소집 담보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다.
② 국가안보상황, 소통방법 및 사회문화적 변화 외면
병역법이 1993. 12. 31. 법률 제4685호로 전부 개정될 당시부터 심판대상조항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조항이 존재하여 왔다. 그로부터 30년이 넘게 흐른 현재까지 ▲ 남북관계를 포함한 국가안보상황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발달로 종이문서 중심에서 전자문서 중심으로 소통방법이 개선되어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로 전자문서를 보내는 것이 보편적인 연락수단이 되는 등 사회문화적 변화가 뚜렷하며, ▲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한 병역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결정 등) 이후 병역의무이행에 관한 사회적 인식도 국가 중심 사고에서 개인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이러한 현실의 변화를 외면한 채 여전히 단지 소집 통지서를 본인에게 전달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하고 있는바, 그 필요성과 타당성에 깊은 의문이 있다.
③ 형벌의 보충성 위반 및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최후의 수단으로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헌법재판소 2022. 5. 26. 선고 2019헌가12 결정 등). 세대주 등의 통지서 전달의무는 어디까지나 원활한 병력동원훈련의 진행을 위한 행정절차적 협력의무에 불과하고, 병역의무자의 세대주등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지서를 본인에게 전달함으로써 훈련불참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쓸 것임이 충분히 예상되므로, 설령 그들이 통지서를 전달하지 아니하여 행정절차적 협력의무를 위반한다고 하더라도 과태료 등의 행정적 제재를 부과하는 것만으로도 그 목적의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에도 심판대상조항은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훨씬 더 중한 형사처벌을 부과하고 있는바, 그 자체만으로도 형벌의 보충성에 반하고, 책임에 비하여 처벌이 지나치게 과도하여 비례원칙에도 위반된다.
④ 예비군법상 동일 취지 선례와의 정합성
헌법재판소는 이미 예비군법상 소집 통지서 전달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조항에 대해, 그 의무가 원활한 동원 또는 훈련 실시를 위한 행정절차적 협력의무에 불과하고 과태료 등의 행정적 제재만으로 입법목적의 달성이 가능함에도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22. 5. 26. 선고 2019헌가12 결정). 위 법리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에도 그대로 타당하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1993년 병역법 전부개정 이래 30년 넘게 유지되어 온 병력동원훈련소집 통지서 전달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예비군법상 유사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 2022. 5. 26. 선고 2019헌가12 결정의 법리를 병역법에 확장 적용한 결정입니다.
대상판결은 ▲ 국가가 수행하여야 하는 공적 사무ㆍ책임을 단지 행정사무의 편의를 위하여 개인에게 전가하면서 그 협력의무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까지 부과하는 입법방식의 헌법적 한계를 분명히 하고, ▲ 30년 이상 동일하게 유지되어 온 형벌조항이라 하더라도 ‘현실의 변화’를 외면한 채 그대로 유지된다면 위헌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이후 유사한 행정절차적 협력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조항의 위헌 여부 심사에 있어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