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광주고등법원(전주) 2025. 4. 17. 선고 2024나1564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여객운송사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인데, 2023. 1. 13. 피고의 홈페이지를 통해 고속버스 승무원 채용을 위한 공개모집 공고를 하였습니다. 피고는 위 공고에 따라 지원한 지원자들 중 합격자를 공지하였는데, 원고도 합격자에 포함되었습니다. 위 공고에 의하면 합격자들은 본사교육(2023. 3. 20. ~ 2023. 3. 22.), 로드교육(2023. 3. 23. ~ 2023. 4. 19.)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2023. 3. 20. 근로계약(이하 ‘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고, 같은 날 원고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습니다.
상기 본인은 ○○○○의 사내연수교육과정에 임하는 교육생으로서 회사의 종합평가(기능평가, 학과평가, 교육태도, 서비스평가, 경력 조회 등)에 의한 합격/불합격 처분에 대해 전적으로 따르며 이에 대한 민형사상의 소송 또는 진정을 포함한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합니다.
그리고 피고 취업규칙에서는 시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제8조(시용 발령)
① 전형과 신체 및 적성검사에 합격한 자에 대하여는 소정의 입사 사류를 제출받아 시용 발령한다.
② 시용 발령자에 대하여는 인품, 자질, 근무 태도, 업무 능력, 직무 적성 등 적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3개월 이내의 시용기간을 둔다. 단, 특수기능 혹은 유경험자에 한하여 시용기간을 두지 않고 채용 발령을 할 수 있다.
③ 시용기간 중 또는 시용기간 만료된 자로서 계속 근무가 부적당하다고 판단되는 자는 시용 취소할 수 있다.
④ 시용기간 중의 임금은 별도로 정할 수 있다.
한편, 피고는 로드교육 일정이 종료된 후, 2023. 4. 24. 원고에 대한 시용채용 발령을 공고하였습니다. 이후 피고는 2023. 7. 7. ‘원고가 2023. 6. 23. 동료 운전기사 A를 폭행하였다’는 등을 이유(이하 ‘
이 사건 시용취소 사유’)로 원고에 대하여 채용 부적격 판단을 하였고, 피고 인사위원회는 2023. 7. 12. 이 사건 근로계약 및 취업규칙을 근거로 원고에 대하여 시용취소(이하 ‘
이 사건 시용취소’)를 의결하였습니다. 피고는 2023. 7. 17. 원고에 대한 시용취소 발령을 공고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시용취소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시용취소 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재판부는 먼저, 시용에 대한 기존의 법리를 확인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시용’이란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해당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 판단하고 평가하기 위해 일정 기간 시험적으로 고용하는 것을 말하며, 시용기간에 있는 근로자의 경우에도 사용자의 해약권이 유보되어 있다는 사정만 다를 뿐 그 기간에 확정적 근로관계는 존재한다고(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9두55859 판결 등 참조) 설시한 다음 각 쟁점에 대하여 판단하였습니다.
가. 이 사건 시용취소 당시 원고가 시용근로자였는지에 관한 판단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계약체결일인 2023. 3. 20.부터 3개월간 시용근로자의 지위에 있었지만 이 사건 시용취소 당시인 2023. 7. 12.에는 이미 시용기간이 종료된 근로자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피고는 2023. 3. 15. ‘승무원 면접전형에 합격자’를 공고한 다음, 본사교육과 로드교육 일정을 공고하였는데 이때 위 교육이 종료하고 교육평가를 통해서 피고가 다시 한번 합격/불합격을 결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은 없었다.
- 이 사건 계약에는 원고가 교육생의 지위에 있다거나, 향후 1개월간 교육을 받고 시용채용된다는 내용이 별도로 기재되어 있지는 않다. 한편 이 사건 계약에서는 기타 근로조건에 관하여 피고의 취업규칙 및 제반 사규가 정하는 바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 피고의 취업규칙 제3조 제1항 및 제2장에는 근로자 채용과 관련하여 서류 제출부터 시용발령, 채용발령, 근로계약 체결까지 신규 채용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데, 위 취업규칙 내용을 보더라도 ‘시용발령 전 교육을 받아야 하고, 그 교육평가를 통해 합격/불합격 여부가 다시 한번 최종적으로 결정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 원고는 2023. 3. 20. 피고에 ‘사내연수교육과정에 임하는 교육생으로서 회사의 종합평가에 의한 합격/불합격 처분에 대해 전적으로 따른다’는 취지의 각서를 제출한 다음 2023. 4. 19.까지 사내연수교육에 참석하기는 하였다. 그런데 위 사내연수교육은 피고 회사에 취업하여 향후 승무직으로 근무하기로 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필요한 노선을 숙지하는 등 피고에 종속되어 피고의 종업원으로서의 향후 수행할 업무에 관한 교육을 받았던 것이다. 위 교육은 피고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교육 훈련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
- 피고가 2023. 4. 24. 원고에 대한 시용채용 발령을 공고하였으나 시용채용 발령은 피고의 일방적인 단독행위에 불과하여 그에 따라 원고와 피고 사이에 시용에 관한 근로계약이 개시된다고 할 수는 없다.
나. 이 사건 취업규칙에 따른 시용취소가 가능한지 여부에 관한 판단
재판부는, 피고의 취업규칙 제8조 제3항에서는 “시용기간 중 또는 시용기간 만료된 자로써 계속 근무가 부적당하다고 판단되는 자는 시용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어, 피고가 시용취소를 할 수 있는 기간에 관하여 아무런 정함이 없는 것처럼 규정된 것처럼 읽힐 수 있다고 설시하였습니다. 하지만 위 취업규칙의 문언을 시용기간이 만료된 근로자에 대하여도 언제든지 시용취소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고, 시용기간이 만료된 이후에 정식 근로자로 채용되기 전까지 대기 중인 상태의 시용근로자에 한하여 시용취소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하였습니다.
그 근거로 그와 같이 해석하지 않을 경우, 시용기간이 만료되어 ‘정식 근로자’로 채용 발령된 사람을 시용취소로 근로계약을 종료할 수 있게 되어 해고사유를 부당하게 넓히는 결과를 가져와 근로자에게 부당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미 시용기간이 종료되어 정식 근로자로 채용되었다면, 시용취소의 개념을 생각할 수 없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원고는 시용기간 종료(2023. 6. 19.) 이후에도 계속하여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시용기간 종료 이후에는 원고가 정식으로 채용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피고가 정식 채용된 원고에 대하여 시용취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피고의 시용취소에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며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이상 시용취소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시하였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법원은 특별한 사유 없이 신규 채용자의 시용근로기간이 도과했다면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은 소멸하게 되며 그에 따라 일반적인 근로관계로 전환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06. 9. 5. 선고 2006구합20655 판결(위와 같은 내용을 판단한 부분은 당심 확정), 서울고등법원 2018. 5. 25. 선고 2017누72180 판결(상고장 각하 명령으로 확정) 등 참조].
대상판결 역시 기존 판결과 같은 맥락에서, 원고가 별다른 사유 없이 시용근로기간을 도과하여 근로를 제공한 이상 피고와의 사이에서 정식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았습니다. 그에 따라 피고가 시용취소를 통해 원고와의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