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4. 18. 선고 2024구합52434 판결]
1. 사안의 개요
가.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수입 양주도매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며, 참가인은 원고에 근무하는 근로자를 가입대상으로 설립된 노동조합입니다.
참가인은 2023. 6. 16. 원고가 ① 참가인에게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 ② 참가인과 교섭 중인 ‘복지카드’, ‘경조사 상품권’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행위를 비롯한 원고의 5개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습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8. 21. 참가인의 구제신청에 대하여 ①번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는 행위는 지배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였고, 그 외 원고의 행위들은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인정되지 않아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습니다. 원고와 참가인은 각 자신들의 주장이 배척된 부분에 대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12. 29. 쌍방의 재심신청을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노동조합에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나. 구체적인 사실관계
원고와 참가인은 2015. 12.경 유효기간을 2015. 7. 1.부터 2017. 6. 30.까지로 하는 단체협약(이하 ‘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17조(시설 편의 제공)
① 회사는 조합에서 필요로 하는 사무실(서울 사무소 1, 이천 공장 사무소 1), 시설 및 집기, 비품, 전화, FAX, 컴퓨터 등의 이용 편의를 무상 제공한다.
② 회사는 조합이 회의, 교육, 행사를 위하여 회사 내외 시설 및 장소 등의 사용이 필요할 때에는 노사협의에 의하여 지원한다.
부 칙
제2조(효력 유지)
① 본 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어도 갱신 체결을 위한 교섭이 진행 중일 때에는 본 협약의 효력은 새로운 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지속된다.
② 본 협약의 유효기간 만료를 즈음하여 양 당사자 모두 상대방에 대하여 새로운 교섭을 요구하지 아니한 경우 이 협약은 2년의 기한으로 갱신된 것으로 본다.
이 사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2017. 6. 30. 만료되었고, 그 후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단체교섭이 진행되었으나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못하였습니다. 원고는 2021. 3. 24. 참가인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의 해지를 통보하였고, 그로부터 6개월 후인 2021. 9. 24.경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제3항 단서에 따라 이 사건 단체협약이 실효되었습니다.
한편, 원고는 2022. 11. 21. 본사 사옥을 서울 중구 C건물 10층(이하 ‘
구사옥’)에서 서울 종로구 D건물 17층(이하 ‘
신사옥’)으로 이전하였고, 참가인은 그 무렵 원고에게 참가인이 구사옥에서 사용하고 있던 노동조합 사무실(이하 ‘
기존 사무실’)을 인도하였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서울행정법원은 먼저 기존의 법리를 확인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사용자가 단체협약에 따라 노동조합에 사무실을 제공하였을 경우 그 단체협약 전체가 해지된 지 6월이 경과되어 효력이 소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사용대차의 목적물의 반환 사유인 ‘사용수익의 종료’ 또는 ‘사용수익에 족한 기간의 경과’가 있다고 볼 수 없기에, 그 반환을 허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예컨대 기존 사무실의 면적이 과대하여 다른 공간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든지 사용자가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합리적인 사유가 생겼다는 등)이 있어야만 사무실의 명도를 구할 수 있다는 법리를 설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0다334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신사옥 이전일인 2022. 11. 21.부터 이 사건 초심판정일인 2023. 8. 21.까지 참가인에게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단체협약에 따라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할 경우, 이 법률관계에는 노동조합의 존립과 활동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불특정 사무실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무명계약관계를 포함한다. 노동조합 사무실은 근로자의 단결권 실현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다가(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두40655 판결 참조). 그 사무실은 재산적 교환ㆍ이용가치에 중점이 있는 특정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조합 업무에 부합하는 기능적 공간이라는 점에 중요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원고와 참가인 역시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사무실의 규모(조합에서 필요로 하는 범위)와 위치 및 개소(서울 본사와 이천 공장에 각 1개소)만 정하였을 뿐, 원고가 참가인에게 특정한 사무실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등의 방식으로 시설 편의 제공 의무를 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참가인이 기존 사무실을 원고에게 인도한 사실만으로 노동조합 사무실에 관한 사용관계가 종료된다고 볼 수 없다.
- 기존 사무실의 인도에도 불구하고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노동조합 사무실 사용관계가 종료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원고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이상 다시 참가인에게 사무실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 나아가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서 노동조합 사무실 사용관계가 종료하였다고 할 수도 없다. ① 원고의 기존 사무실 제공에는 반환기간의 약정이 없으므로, 노동조합 사무실의 제공을 포함하는 이 사건 단체협약이 해지되어 2021. 9. 24. 실효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노동조합 사무실의 반환 사유인 ‘사용수익의 종료’, ‘사용수익에 족한 기간의 경과’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② 참가인이 2022. 11. 21. 원고에게 기존 사무실을 인도한 것은 본사를 신사옥으로 이전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점유를 이전한 것일 뿐이고, 계약이나 목적물의 성질에 의한 사용 수익 종료 또는 사용 수익에 족한 기간 경과 후 원고의 해지에 따라 목적물을 반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 원고는 사무실 제공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신사옥 이전 및 단체교섭 진행에 따라 사무실 제공이 일시적으로 지연된 것이고 참가인이 원고의 사무실 제공 제안을 거부하였으므로,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하지만 원고는 참가인의 사무실 제공 요구에 대하여, ‘참가인의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를 일시적으로 제공하고, 사무실은 단체협약 이후에 제공하겠다’고 답변하였고, 참가인은 사무실을 제공 받지 못하여 공용공간에 천막을 설치하여 임시 사무실로 사용하였으며 원고는 참가인에게 물품을 지하 3층 창고로 옮겨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무실을 제공하기 전까지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을 거부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 원고는 2023. 8. 22. 이후 참가인에게 이 사건 사무실을 제공하였으므로, 참가인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이익이 소멸하였다거나 기존 사무실 미제공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원고가 2022. 11. 21.부터 2023. 8. 21.까지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음으로 참가인이 받은 불이익인 ‘단결권 침해’는 이후에 사무실을 제공받았다고 하여 원상회복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참가인으로서는 위 기간 동안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아 사후적으로 민ㆍ형사상 조치를 취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초심판정 이후 참가인에게 사무실을 제공하였다고 하여 참가인의 구제이익이 소멸하였거나 기존의 사무실 미제공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법원은 단체협약을 통해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사무실을 제공하였을 경우 해당 단체협약의 효력이 소멸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노동조합이 사무실을 반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 반환을 허용해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만 사용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리를 세웠습니다(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0다3347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은 이러한 기존의 법리를 확인하였습니다.
나아가 대상판결에서는 노동조합에 대한 사무실 미지급의 부당노동행위가 소송 전에 해소되었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이 기존 사무실 미지급 행위에 대하여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는 것은 구제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제이익은 재심판정 시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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