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공동행위 적발을 위해 기업 현장조사를 시작합니다. 조사가 시작되자 해당 기업은 고심 끝에 자진 신고를 결정합니다. 이 기업은 자진신고에 따른 과징금 감면과 형사고발 면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지난 2026. 9. 23.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그리고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조치 등 감면제도 운영고시」(이하 ‘감면고시’) 개정안의 행정예고가 있었습니다.
1) 조사 개시 후 1순위 자진신고자의 감경 수준을 75%로 낮추고, 5년이 지난 뒤 담합을 반복한 사업자의 감면 혜택도 절반으로 줄이는 내용입니다. 형사 고발 면제 관련 조항도 삭제되었습니다. 2026. 11. 2.까지 의견 수렴을 거치면, 내년 상반기 시행령과 감면고시가 확정될 것입니다.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사개시 후 1순위 자진신고자 과징금 면제 폐지
현행 시행령은 1순위 자진신고자의 과징금을 조사개시 전후와 관계없이 면제하되, 조사개시 후에 협조한 1순위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담합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였거나 이를 증명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협조하였을 것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습니다(공정거래법 제44조 제1항, 시행령 제51조 제1항 제2호). 대법원도 현장조사와 다른 사업자의 증거 제출로 공정위가 이미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뒤에 감면을 신청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조사개시 후 1순위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대법원 2018. 7. 11. 선고 2016두46458 판결). 개정안은 이 요건을 갖춘 조사개시 후 1순위에 대한 혜택을 줄였습니다.
“이에 조사개시 전 1순위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현행과 같이 과징금을 전액 면제하되, 조사개시 후 1순위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75% 감경하는 것으로 혜택을 명확히 차별화할 계획이다.”
(공정위 2026. 9. 23.자 참고자료 중)
공정위는 이미 혐의를 인지하고 조사에 착수한 뒤의 자진신고는 사건 처리에 기여하는 정도가 다르고, 조사개시 전후를 똑같이 대우하면 조사가 시작될 때까지 담합을 유지하려는 유인이 생긴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동안 실무에서는 현장조사를 받은 뒤 내부 조사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1순위 자리를 확보하더라도 과징금을 면제받을 수 있었으나, 개정 후에는 같은 1순위라도 과징금의 25%를 부담하게 됩니다. 담합 징후를 발견한 기업이 신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짧아집니다.
2. 반복 담합에 대한 감면 제한의 확대
현행 시행령에 따르면 감면이나 제재를 받은 사업자가 5년 이내에 다시 담합한 경우에 한하여 감면이 제한됩니다. 개정안은 세 가지 방향으로 이를 제한하고 구체화하였습니다.
가. 5년 초과 10년 이내 반복 담합
5년이 지난 뒤 10년 이내에 담합을 반복한 경우에도 감경 혜택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조사개시 전 1순위는 면제에서 50% 감경으로, 조사개시 후 1순위는 75% 감경에서 37.5% 감경으로, 2순위는 50% 감경에서 25% 감경으로 각각 낮아집니다.
| 구분 |
현행 |
개정안 |
개정안
(5년 초과 10년 이내 반복) |
| 조사개시 전 1순위 |
면제 |
면제 |
50% 감경 |
| 조사개시 후 1순위 |
면제 |
75% 감경 |
37.5% 감경 |
| 2순위 |
50% 감경 |
50% 감경 |
25% 감경 |
※ 과징금 기준. 5년 이내에 다시 담합한 경우에는 현행과 같이 감면이 제한됩니다.
나. 사업 분야가 다른 담합
현행은 제재를 받은 사업자가 '당해 시정조치에 위반되는' 담합을 한 경우에만 감면을 제한하는데, 시정조치는 보통 적발된 담합의 대상 품목에 부과되므로 다른 품목이나 시장에서의 담합에는 제한이 미치지 않았습니다. 개정안은 이 요건을 삭제하여, 한 번 제재를 받은 사업자가 새로 담합하면 사업 분야와 관계없이 감면을 제한하도록 하였습니다.
다. 합병ㆍ분할ㆍ영업양도로 사업을 승계한 자
법인 분할이나 영업양도 후 새 법인을 통해 담합을 반복한 경우 감면이 제한되는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습니다. 개정안은 합병, 분할, 분할합병, 영업양도 등으로 담합 관련 사업을 승계한 자에게도 감면 제한을 적용하는 근거를 두었습니다. 감면고시 개정안은 이와 함께 '새롭게 제40조 제1항을 위반하는 경우'를 제재나 감면을 받은 뒤 새로운 담합을 합의ㆍ실행하거나 기존 담합을 계속하는 경우로 구체화하였습니다.
3. 감면고시의 고발 조항 삭제
공정거래법은 자진신고자에 대하여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고, 제129조에 따른 고발을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제44조 제1항). 담합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기업과 임직원의 형사책임을 사실상 좌우하는 조항입니다. 그동안은 감면고시 제17조가 자진신고자에 대한 고발 여부를 정하고 있었는데, 이번 감면고시 개정안은 이 조항을 삭제하였습니다.
“현행 감면고시 제17조(고발여부) 규정을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제44조제1항 및 동조 제5항)의 위임 범위에 맞게 삭제하여 법적 정합성과 제도 운영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공정위 2026. 9. 23.자 참고자료 중)
공정위는 자진신고자에 대한 고발 면제를 어떤 기준으로 운영할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고발 면제 여부는 법 제44조 제1항에 따라 공정위가 개별 사건에서 판단하게 되는데, 고시에 정해져 있던 기준이 사라지면 자진신고 단계에서 형사 위험을 미리 가늠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는 향후 전속고발권의 개편과 수사기관의 권한 조정에 따라 결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4. 남은 쟁점
현재는 조사개시 후 1순위에 대한 다툼이 주로 감면 신청 당시 공정위가 이미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조사개시 전후에 따라 감면 수준이 달라지므로, 다툼의 중심이 언제를 '조사개시'로 볼 것인지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정위가 같은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 중 일부에 대해서만 현장조사를 하였거나, 다른 품목을 조사하던 중에 혐의를 알게 된 경우처럼 조사개시 시점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 분야 요건의 삭제와 승계 규정은 여러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집단과 인수합병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한 사업 부문에서 받은 제재 이력이 10년 동안 다른 사업 부문의 자진신고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인수한 회사나 사업부의 과거 담합 이력도 인수 후의 감면 판단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 분야와 시장이 전혀 다른 담합까지 같은 사업자의 '반복'으로 묶는 것이 반복 담합 억지라는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 수렴 과정에서 문제 제기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위는 의견수렴과 법제처 심사를 거쳐 2027년 1분기 중 시행령과 감면고시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2026. 9. 28. 발표한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등록취소ㆍ영업정지 입법 추진방안
2)도 법안으로 발의될 예정이어서, 반복 담합에 대한 제재 수준은 감면 제한과 영업 제재 양쪽에서 함께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