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5도4428 판결]
1. 사안의 개요
대상판결은 2021. 6. 9. 광주 동구의 재개발 정비사업 현장에서 해체공사 진행 중 발생한 건물 붕괴 사고로 인하여 건물 잔해가 버스정류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친 사안에서, 위 해체공사 감리인(피고인 1), 도급인(피고인 6)측 현장소장ㆍ안전부장ㆍ공무부장(피고인 3, 4, 5), 수급인 측 현장대리인 및 공사책임자(피고인 2, 8), 하수급인 측 대표자로서 실제 해체작업을 실시한 자(피고인 7)가 건축물관리법위반,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피고인들 가운데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으로부터 도급받은 해체공사를 하도급을 준 시공사 및 시공사 소속 관계자들(피고인 3, 4, 5, 6)은 산업안전보건법(이하 ‘
산안법’) 제63조 도급인의 안전조치의 구체적 내용이 고용노동부령에 위임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에 근거하여 산안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상의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상의 명확성 원칙,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다투었습니다.
2. 판결 요지
원심은, 해체공사와 관련한 하도급 및 재하도급이 이루어졌음을 근거로 ‘도급인’에게 수범자를 ‘사업주’로 규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고용노동부령, 이하 ‘
안전보건규칙’) 준수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하여, 안전보건규칙으로 구체화되는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는 아래와 같이 도급인과 근로자를 고용한 수급사업주가 산안법 제63조 및 제38조, 제39조에 따라 중첩적으로 부담하는 의무라고 보았습니다.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연혁 및 입법취지, 각 규정의 내용 및 체계, 용어정리에 비추어 볼 때,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으로 구체화되는 사업주의 안전ㆍ보건조치 의무는 도급인과 근로자를 고용한 수급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및 제38, 39조에 따라 중첩적으로 부담하는 의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도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모두 직접 이행하지는 않더라도, 동법 제66조 제1항에 따라 최소한 수급사업주에 의하여 그러한 안전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 제1항에 의하여 수급사업주에게 해당 안전ㆍ보건조치를 취하도록 시정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관리·감독하고, 불응 시에는 직접 이행함으로써 산업안전보건법령이 정한 안전조치의 이행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도급인에게 부과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안전보건규칙은 산안법의 위임을 받아 도급사업주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에 관한 구체적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산안법 제63조가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거나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의 판단을 긍정하였습니다.
- 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2020. 1. 16.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라고 한다)은 ‘사업주’에게 위험의 종류, 작업 내용, 작업 장소 등에 따른 안전ㆍ보건조치의무를 부과하면서, 안전ㆍ보건조치의 구체적인 사항을 고용노동부령에 위임하는 외에(제38조, 제39조), ‘도급인’도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안전ㆍ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다(제63조). 고용노동부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조는 제정의 근거가 된 위임규정으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9조 외에 제63조도 포함하고 있다.
-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의 내용이나 범위를 묻지 아니하고, 도급인에게 자신의 사업장(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ㆍ관리하는 장소를 포함한다)에서 작업을 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ㆍ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되(제63조 본문),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제63조 단서).
- 이러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문언과 체계,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사업주’가 하여야 할 안전ㆍ보건조치를 정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9조는 원칙적으로 제63조 본문에 따른 도급인의 안전ㆍ보건조치에 관하여도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다만 제63조 단서에 따라 도급인의 책임 영역에 속하지 않는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된다.
- 한편, 도급인에게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본문에 따라 부과된 안전ㆍ보건조치의무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주의의무를 구성할 수 있다(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3도12316 판결 등 참조).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2020. 1. 16.부터 시행된 전부개정 산안법 하에서, 도급인은 산안법 제63조 단서에서 규정한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를 제외하면 자신의 사업장 내에서 작업을 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사업주’로서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수급인과 함께 중첩적으로 부담한다고 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산안법상 도급인이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안전, 보건조치 의무와 그 범위를 명확하게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 이행 방안과 관련하여, 도급인이 이를 모두 직접 이행하지는 않더라도 수급사업주의 이행 여부를 확인 및 관리ㆍ감독하고 불응시 직접 이행을 확보할 의무가 있다는 원심의 판시사항 또한, 중층적 도급관계 하에서 도급인이 부담하는 안전조치 의무의 범위에 관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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