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8. 28. 선고 2022가합533449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전력설비 및 관련 시설물 개보수 공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화력발전소 내 발전기와 관련한 경상정비업무를 도급받아 이를 전기부문과 기계부문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협력업체에 하도급하였습니다(이하 ‘
이 사건 하도급계약’). 원고들은 피고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로서 피고가 위탁한 일상 정비, 의뢰서에 의한 정비, 예방점검정비, 경정비, 긴급정비 등 경상정비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하도급계약은 업무 내용의 실질상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 파견법 제6조제3항 본문의 고용간주 규정에 따른 근로자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에 따라 근로자 파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에 비추어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하면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주된 판단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 피고의 상당한 지휘ㆍ명령의 존재 및 피고 조직에의 실질적 편입 : 긍정
피고 소속 직원인 조장을 포함한 직원들은 오전 회의에서 당일 수행할 구체적인 작업내용과 각 개별 작업을 수행할 작업 인원을 정하여 작업현황판에 공유하였는데, 작업현황판의 정비원란에는 협력회사 직원인 원고들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고, 원고들은 이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였다. 또한 피고는 각 설비(발전기, 고압전동기, 저압전동기, 차단기, MOV, 회로, 변압기)별로 피고 직원을 작업책임자로 지정하고, 원고들을 조원으로 지정하여 2인 이상의 팀 단위로 작업을 위한 조 편성을 하였는데, 원고들은 자연스럽게 책임자인 피고 직원의 구두 지시에 따라서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이러한 작업 형태는 계획예방정비공사 수행 기간이나, 주말에 출근하여 수행하는 발전기기의 기동대기 업무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로 유지되었다). 피고 직원은 작업 전 안전회의를 통해 정비 대상 기기와 관련한 주의사항 및 점검 사항 등을 지시하였고, 원고들은 위 회의에 참석하여 위 지시사항을 들었다. 실제 작업 중에는 피고 소속 직원으로부터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하여 ‘어느 발전기로 트럭을 가져와라’, ‘어느 발전기의 볼트를 조여라’ 등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서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나)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는지 여부 : 부정
이 사건 하도급계약상 업무 범위가 아닌 IGCC설비의 정비ㆍ점검업무도 함께 수행하였고(원고들이 최초로 IGCC설비의 정비ㆍ점검업무에 투입된 2017. 6.경에는 이 사건 하도급계약서에 IGCC설비의 정비ㆍ점검업무의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였고, 그 이후에 체결된 하도급계약에 추가되었다), 피고와 한국○○발전 사이의 위탁계약이 종료된 업무에 관하여 신규 수탁업체를 상대로 발전설비관리시스템(GENi) 접속 및 사용방법[피고 소속 직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원고들에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여 원고들로 하여금 보고업무를 대신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어서 위와 같은 인수인계가 가능하였다]의 인수인계를 하기도 하였다.
다)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인사, 노무 관련 권한 행사 : 긍정
피고의 조장 등 관리자들은 매일 오전 회의를 통해 각 설비(발전기, 고압전동기, 저압전동기, 차단기, MOV, 회로, 변압기)별로 당일 정비ㆍ점검 업무를 수행할 작업조를 원고들을 포함하여 편성하였고, 작업별 인원수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작업 수행 인원을 직접 지정하였다.
라) 원고들의 업무와 피고 소속 직원 업무와의 구별 및 전문성ㆍ기술성 유무 : 부정
피고 소속 근로자와 원고들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범위, 이를 위한 전문성과 능력 등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으므로(예컨대, 기계 분야에 있어서는 피고의 전문성이 협력업체에 비하여 압도적이기 때문에, 협력업체가 단독으로 수행하는 일부 업무는 설비의 주된 정비 업무가 아닌 해체한 설비를 청소하는 것과 같은 보조적인 업무에 한정된다는 주장 등이다), 이에 의하더라도 협력회사가 전문성ㆍ기술성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마) 작업에 사용하는 장비와 비품의 소유 여부 : 피고
원고들은 작업에 필요한 고가의 장비와 드라이버, 몽키, 스패너, 전동 드릴 등 기본적인 작업도구까지 피고 소유 장비를 사용하였다. 원고들은 매 작업마다 피고 공구실로부터 도구 및 장비를 빌려서 업무를 수행하고, 작업을 마친 다음 이를 피고 공구실에 반납하였다.
바)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실질적 임금 부담 : 긍정
피고가 협력회사에 지급한 하도급계약 대금의 대부분은 노무비로 구성되어 있다. 피고는 하도급계약 대금을 계산하면서, 협력회사가 각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임금의 세부 구성항목인 복리후생비,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요양보험료, 고용보험료 등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고 그 합산 금액을 기준으로 도급금액을 산정하였다.
사) 원고들이 근무하였던 사무실 제공 여부 : 피고의 무상 제공 인정
원고들은 피고가 사용하는 건물(정비동) 2층에 있는 일부 사무실을 피고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사용하였고, 작업 도중 쉬는 시간에 피고가 제공하는 피고 소유의 현장대기실에서 피고 직원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도 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른 고용 의사표시 청구권에는 10년의 민사시효가 적용됨이 타당하다고 하면서(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274069 판결 참조),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적용을 받는 원고들의 경우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고, 협력업체에서 퇴사한 날로부터 진행된다고 보아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중 소를 제기한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발전소 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수행한 발전설비 관련 예방ㆍ점검업무의 실질에 비추어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를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대상판결은 피고가 원고들의 작업 장소와 시간까지 관리, 감독한 점, 임금의 세부 구성항목까지 구체적으로 산정하고 그 합산 금액을 기준으로 도급금액을 산정한 점 등을 모두 인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