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1다203135 판결]
1. 사안의 개요
화물운전기사 A는 2011. 8. 26. 사업주 B의 차량에 적재하고 있던 폐유리병을 납품방소인 정읍시 소재 C 회사의 폐유리병 야적장에서 하차시키기 위해 차량 적재함의 잠금장치를 풀어 적재함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하차작업을 돕기 위해 적재함 옆에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C 회사 직원 D가 차량 적재함 옆문과 폐유리병에 깔려 요추 1번 골절, 흉요추부 탈구, 양 하지 완전마비 등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화물운전기사 A는 2019. 4. 5. 국민연금공단에 장애연금을 신청하였고, 이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은 약 1,300만 원의 장애연금을 지급하였습니다.
피해자 D는 위 차량에 대하여 공제계약을 체결한 전국화물운송차연합회(이하 ‘
E연합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E연합회의 책임을 70%로 제안하면서 피해자 D에게 약 6억 원, 국민연금공단에게 약 1,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이하 ‘
이 사건 선행판결’).
이어 E연합회는 사업주 B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E연합회가 화물운전기사 A 및 국민연금공단에게 지급한 금액 중 E연합회의 부담부분인 80%를 초과하여 지급한 부분 약 1억 6천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범위에서 구상권의 행사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원심은, 화물운전기사 A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먼저 지급받은 산재보험급여 (약 2억 4천만 원)를 사업주 B의 부담부분에서 먼저 공제해야 하고, 근로복지공단이 제3자에 대하여 구상권 행사 시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의 과실비율 상당액은 구상할 수 없으므로 동일한 취지에서 E연합회의 사업주 B에 대한 구상권 행사가 제한되어야 한다는 사업주 B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재해근로자의 전체 손해액 산정 및 E연합회의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구상금 변제액 중 사업주 B에 대한 구상 범위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가. 재해근로자의 전체 손해액 산정과 원고의 자기 부담부분의 초과 배상
-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과 체결한 공제계약에 따라 피해자인 재해근로자에게 공제금을 지급한 원고(E연합회)가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인 피고(B)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자의 내부적 부담비율에 따른 구상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재해근로자가 배상받을 전체 손해액 중 자기의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어야 한다.
- 여기서 재해근로자가 배상받을 전체 손해액에는 이 사건 선행판결의 결과에 따른 금액 외에도 근로복지공단이 재해근로자에게 지급한 산재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이 포함되어야 한다.
- 따라서 재해근로자가 배상받을 전체 손해액을 기준으로 원고의 부담부분을 산정하면 원고가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크다.
나. 구상책임이 면제되는 사업주 B의 책임
- 재해근로자가 가입 사업주인 피고(B)로부터 법령에 따라 배상받을 손해 중 피고(B)의 과실비율에 상당하는 부분은 근로복지공단이 재해근로자에게 지급한 산재보험급여의 해당 부분과 손해의 항목 및 손해배상채권의 귀속주체 사이에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어 재해근로자에 대한 손실전보 측면에서 상호 중복되는 기능을 수행할 여지가 있다.
- 따라서 공단이 재해근로자에게 동일한 사유로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하였다면, 그 산재보험급여 중 피고의 과실비율 상당 부분은 산재보험법 제80조 제2항에 따라 재해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물론 재해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이유로 공동불법행위자 내부적 부담부분의 구상의무를 주장하는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도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또는 구상책임이 면제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 원고(E연합회)의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구상금 변제액 중 사업주 B에 대한 구상 범위
- 산업재해가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 및 재해근로자가 배상받을 손해액 중 가입 사업주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하여는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또는 구상할 수 없고 이는 공단이 종국적으로 부담할 뿐이다.
- 따라서 원고가 공단에 대하여 산재보험급여 중 일부에 관한 구상의무를 이행하였더라도, 위와 같이 원래 공단이 부담할 부분은 원고의 내부적 부담부분 이상의 변제에 포함시킬 수 없고, 마찬가지로 가입 사업주인 피고에게 구상할 수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따라 대상판결은 원심이 E연합회의 내부 부담부분 초과 변제 여부 내지 사업주 B의 부담부분 면제 여부를 추가로 심리ㆍ판단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선행판결의 판결금액만을 기준으로 사업주 B의 구상의무 및 범위를 잘못 판단하였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파기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4. 의의 및 시사점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이 자기의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을 때에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그 부담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최소한 자기의 부담부분을 초과하여 배상하여야 하고(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다28426 판결), 이는 공제계약에 따라 공제사업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보험금액 등으로 지급함으로써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적용됩니다(대법원 1993. 1. 26. 선고 92다4871 판결). 그리고 산재보험 사업주는 동일한 사유로 인하여 산재보험에 따른 보험급여가 재해근로자에게 지급되면 그 금액의 한도 안에서 민법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됩니다(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8다13104 전원합의체 판결).
대상판결은 공제사업자가 산재보험 가입자인 사업주에 대하여 구상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재해근로자가 배상받을 전체 손해액’에서 자기의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어야 하는데, 그 ‘전체 손해액’에는
[손해배상의 판결 결과에 따른 금액] + [근로복지공단이 지급한 산재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 이외의 나머지 부분]이 모두 포함된다고 하여 구상금 청구 시 기준이 되는 ‘재해근로자가 배상받을 전체 손해액의 범위’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은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 + [재해근로자가 배상받을 손해액 중 가입 사업주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공단이 종국적으로 부담하여야 하므로 이를 대위하는
공제사업자 역시 이 부분을 가입 사업주에게 구상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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