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부산지방법원 2025. 3. 13. 선고 2022가단350232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프로축구단으로, 산하에 U-12, U-15, U-18 등 유소년팀을 두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고 A는 피고의 U-12 및 U-15 팀에서 2007. 3. 1.부터 2020. 12. 31.까지 감독 업무를 수행한 사람이며, 원고 B는 U-12, U-15, U-18 팀에서 2010. 3. 2.부터 2019. 12. 31.까지 코치 업무를 수행한 사람입니다.
피고와 원고들은
2007년 내지 2010년부터 각 2017년까지는 아래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감독 내지 코치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 피고는 이하 계약 조건에 의거하여 원고들을 축구 코치로 고용하여 코치로서의 서비스를 제공받길 희망함(서두의 ‘사실의 설명’ 부분)
- 계약기간은 1년이고,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원고들의 의사로 인해 계약이 조기 해지될 경우 배상금으로 지급받은 돈의 2배를 반환함(제3조)
- 원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하여 피고는 총금액 △△△원(월 ○○○원)을 계약기간 동안 매월 26일에 지급하고, 원고들은 위 급여에 대한 세금을 부담함(제4조)
- 원고들은 항상 피고의 규정을 따르고, 계약기간 동안 피고에 제공하는 것과 같거나 유사한 서비스를 다른 구단이나 단체에 제공하지 아니함(제6조 제1항)
- 원고들은 책임 있는 자세로 피고가 요구하는 보급반 활동, 각종 축구교실에 참가해야 하고, 유소년 아카데미의 연간계획 수립 및 월간, 주간 회의에 참석하며 계획 달성 정도를 보고하고, 피고의 요구에 따라 경기와 훈련 일정, 선수 부상 등 선수의 현재 상태, 선수 평가 등에 관하여 정기적으로 간단한 서면으로 보고하며, 적절한 선수 추천에 최선을 다함(제6조 제2항)
- 원고들은 피고에 의해 지시되는 모든 내부규정 및 규칙을 준수하고 규칙이나 이 계약의 조항을 위반하는 경우 위반 건당 1,000,000원 이하의 벌금을 납부함(제6조 제6항)
피고와 원고들은 2018년 이후에는 ‘전속계약’으로 명칭이 변경된 계약을 새로이 체결하여 왔습니다. 해당 계약의 내용은 아래와 같은 부분을 제외하고는 기존 계약과 그 내용이 유사하였습니다.
- 이 계약은 원고들이 피고가 운영하는 프로축구단의 유소년팀 코치로서 전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그에 따른 원고들과 피고의 권리 및 의무를 정하는데 목적이 있음(제1조)
원고들은 계약 종료 이후, 2021. 3.경 피고의 전 대표이사들을 상대로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습니다. 노동청은 최초에는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하였다가, 원고들이 재차 진정을 하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였는데, 검찰은 주로 아래와 같은 점을 들어,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거나, 최소한 피고에게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가 없었다고 하여
불기소 처분(혐의 없음)을 하였습니다.
① 이 사건 위임계약 계약서에는 구단이 원고들과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거나 원고들이 알아서 세금을 납부한다는 등이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등 원고들의 계약서는 구단의 일반 직원들이 체결한 통상적인 근로계약서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② 원고들은 구단의 코치 내지 감독으로서 훈련 일정, 선수 기용 등의 고유한 업무에 있어 구단의 개입 없이 상당한 자율이 보장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이들은 계약기간 동안 창출한 성과를 바탕으로 매년 구단과 계약 연장 여부 및 그 내용을 새롭게 합의하였는데,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기간 동안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일정한 근로장소에서 일정한 근로시간에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구단의 일반 직원들과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면서 퇴직금, 연차수당, 주휴수당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법원은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재판부가 제시한 주요 근거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계약서의 문언]
- 2018년 이전 작성 계약서에는 ‘피고가 원고들을 축구코치로 “고용”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다.
- 계약서에는 ‘원고들이 계약기간 동안 피고 운영의 유소년 축구팀의 감독 또는 코치 업무만을 담당해야 하고, 다른 기관과는 유사한 업무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취지의 약정이 있다.
- 또한 계약서상 원고들은 피고의 규정에 따라야 하고 여러 계획 수립, 회의 참석 및 그에 따른 보고의무가 있으며, 위반 시 1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원고는 실제로는 의무 이행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그럼에도 벌금이 부과되지 않았다고 하나, 설령 그러한 사실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원고들의 계약상 의무와 벌금 부과의 위험이 전혀 없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업무내용의 결정 및 업무 수행방식]
- 축구교실, 연수프로그램, 당직, 지도자 교육 수강, 워크숍 참석 등의 업무는 피고의 주도 아래 정해졌다(피고는 ‘원고들이 축구교실 등에 자율적이고 간헐적으로 참석하였다’고 주장하나, 계약서에 축구교실 참석 의무가 명시적으로 기재되었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 부과 또는 계약 해지의 위험이 발생한다).
- 피고는 원고들로 하여금 피고가 마련한 운영방안 등을 준수하게 하고, 평가서 작성ㆍ면담ㆍ보고의무 등을 부과하였다.
- 원고들은 훈련ㆍ경기 등의 일정이 없으면 주로 오전 9시 이전부터 오후 6시 이후까지 피고의 사업장이 있는 건물 내 사무실에 위치하였고, 외부 출장 업무를 위해서 피고에게 별도의 출장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기도 하였다.
-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를 위한 훈련 구장의 임대, 대회 출전을 위한 비용, 사무용품 및 비품, 차량 등의 비용을 대부분 부담하였다.
- 그 외에 피고가 원고들의 출퇴근을 확인하지 않은 것 등은 유소년 축구팀의 특성상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훈련이나 경기가 많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보수의 지급]
- 원고들 중 일부에게 대회 우승으로 인한 포상금이 지급된 적이 있으나, 그러한 포상금의 횟수, 금액이 근로관계를 부정할 정도로 자주 또는 많이 지급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이에 따라 부산지방법원은 연차수당 및 퇴직금 지급의무도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주휴수당의 경우 임금에 이미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판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합니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0다296819 판결).
법원은 프로축구단과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다가 퇴직한 ‘
트레이너’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는가 하면(대법원 2021. 7. 15. 선고 2017도13767 판결
1)) 프로게임단 ‘
감독’의 경우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등(서울고등법원 2023. 12. 15. 선고 2023나2022499 판결
2),3)) 최근 스포츠계에서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는 인원들에 대하여 근로자성의 범위를 넓히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선고되기 전 부산지방법원에서는
프로야야구단의 ‘트레이너’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출ㆍ퇴근 일정이 정해져 있었고, 휴가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으며, 근무 연차별로 정해진 연봉테이블에 따라 보수가 정해졌다는 점을 들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부산지방법원 2024. 8. 28. 선고 2023나60025 판결).
다만, 동일한 업계의 동일한 직종의 경우에도 그 사실관계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인천지방법원은
프로축구단의 의무트레이너의 경우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사무국과 선수단이 분리되어 있으며, 훈련이 없는 경우에는 일정 장소에 근무하여야 하는 의무가 부여되지 않았고 조퇴ㆍ휴가 일수가 제한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인하였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4. 9. 25. 선고 2023나68596 판결
4)). 해당 트레이너는 사무국에
정기적ㆍ비정기적 보고를 하였으나 이러한 보고의무는 통상의 위임계약에서도 가능하다고 보았으며,
필요용품을 축구단이 제공하기도 하였으나 이 역시 통상의 위임계약에서도 가능한 것이므로 근로자성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한편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함에 있어 계약의 실질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프로농구단이 트레이너 내지 매니저들에게
‘급여’라는 명칭으로 매월 고정급을 지급하였으나, 이는 각 계약에 따른 연봉을 12회로 분할하여 지급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등 법률관계의 실질적인 내용을 근거로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한 바 있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나32665 판결
5)).
마찬가지로 전주지방법원 역시
프로축구단의 스카우터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주장하며 퇴직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일부 기간 동안의
계약서 명칭이 ‘전속계약서’로 기재되어 있었으나 스카우터 업무의 성격 등을 종합하여 원고는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재량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을 뿐 구단의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종속적인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보았습니다(전주지방법원 2019. 8. 14. 선고 2018가합1086 판결
6)).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은 ‘감독’ 내지 ‘코치’의 지위에서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그 역할의 특성상 사무국에서의 직접적인 관리ㆍ감독이 어려웠습니다. 원고들은 스스로의 계획에 따라 훈련을 진행하였으며, 특별히 정해진 출ㆍ퇴근 시간이 없었습니다.
계약서상 전속의무, 규정준수 의무, 축구교실ㆍ당직 등의 의무가 규정되어 있었으나, 이러한 규정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여 원고들의 의무 위반이 지적된 사례는 없었습니다. 원고들은 위와 같은 계약서상 기재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겸업이 제한되거나 규정 위반으로 지적을 받지 않았으며, 축구교실ㆍ당직 등 계약상 규정된 의무사항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원고 A의 경우 5년 이상 축구교실 등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원고 B는 일부 축구교실에 별도 수당을 받고 참석하였으나 최근 1~2년 동안에는 참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들 모두 당직업무를 수행한 사실은 없었습니다). 구단 내에서 코치와 사무국 스태프가 대회 중 음주로 함께 논란을 일으켰던 사안에서 구단은 코치에 대해서는 징계를 내리거나 벌금을 부과하지 않았고, 스태프에게만 징계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부산지방법원은 원고들에게 보고의무가 있었다는 점 및 필요용품을 구단으로부터 지급받았다는 점과 더불어,
최초 계약서에 “고용”이라는 기재가 있었다는 점, 규정 미준수 내지 기타 축구교실ㆍ당직에의 미참여 등으로
원고들이 실제 불이익을 받은 사실은 없었으나, 계약서에 그와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하여 원고들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였습니다.
이처럼 원고들이 수년간 피고 축구단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계약서상 기재 외에 실질적으로 제약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은 사례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서상 사용된 용어 및 계약서의 문언상 부여된 의무가 있다는 점을 들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용역 내지 위임계약서 작성 시 그 형식에 더욱 유의하여야 하겠습니다. 현재 피고는 항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제1심의 판단이 유지될 지 항소심의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지각ㆍ조퇴ㆍ결근 시에 사전에 보고를 하는 등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으며 업무의 내용 역시 선수들의 건강관리에 국한되어 재량이 거의 없었습니다.
2) 구단이 감독을 특정 대회 출전에서 제외하는 등 일방적인 업무 배제가 가능했고, CCTV를 통하여 훈련상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거나 복무규정을 적용하여 징계위원회까지 소집한 바 있으며, 겸직을 금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동의 없이 감독을 다른 구단으로 이적시킬 수도 있는 등 일반적인 감독이라고 보기 어려운 프로게임업계의 특수성이 있었습니다.
3) 상고취하로 확정되었습니다.
4) 2024. 10. 9. 확정되었습니다.
5)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18다286840 판결로 심리불속행기각 확정되었습니다.
6) 2019. 9. 5. 확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