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6. 5. 선고 2023고단4519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인 A단체는 화물운송기사들로 조직된 단체로,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 적용 대상 확대 및 운임 인상을 목표로 집단운송거부를 결의하고 실행하였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집단행동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A단체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도하였으나, A단체는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이에 검사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조사하려고 할 때 고의적으로 조사를 방해하였음을 이유로 A단체를 기소하였습니다.
A단체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가 아니라 노동조합법에 따른 노동조합에 해당하고, 구성원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이므로 집단 운송거부는 정당한 단체행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1) A단체가 사업자단체와 노동조합 중 무엇에 해당하는지, (2) 집단운송거부행위가 노동조합법으로 보호되는 단체행동에 해당하여 공정거래법이 적용될 수 없는지였습니다.
먼저 법원은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과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의 지위가 양자택일 문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A단체는 공정거래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사업자단체에 해당하기에, A단체가 주체가 되어 행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어떠한 행위인지에 상관없이 곧바로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A단체 구성원인 화물차주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A단체는 노동조합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소득의 의존성
구성원 대부분이 지입차주로서 운송사업자 등과 위ㆍ수탁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의 내용에 따라 대가를 지급받고 있음. 통상적으로 1주 4~5일씩 운송업무를 수행하고, 업무 수행시간 역시 대기시간을 포함하여 하루 10시간 이상인 경우가 많은 것에 비추어보면, 추가적인 계약이나 노무 제공을 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어려움. 결국 A단체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그 소득을 자신과 계약한 특정 운송사업자 등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계약조건 결정의 일반성
부동문자로 작성해둔 정형화된 형식의 운송계약서를 통해 계약을 체결하고, 운임ㆍ업무내용ㆍ근무시간 등이 일방적으로 정해져 있음. 구성원으로서는 체결 여부만을 정할 수 있음.
시장 접근 구조의 종속성
화물운송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운송사업자 등을 통해 시장에 접근할 수밖에 없음.
관계의 지속성 및 전속성
소수의 변동형 화물차주를 제외하고는 특정 운송사업자에 전속적, 고정적으로 화물 물량을 받아 운송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임. 계약관계도 지속적이고 전속적임.
구체적인 지시 등
개별적인 운송 출발 및 도착장소, 근무일정, 근무내용 등에 관하여 운송사업자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음. 근무내용과 관련하여 별다른 재량이 없음.
마지막으로 법원은,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이는 헌법과 노동조합법에 따른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① 피고인 또는 그 구성원의 행위가 임금ㆍ근로시간 등 근로조건과 무관한 ‘거래조건’에 관한 경우, ② 그 법령에서 정한 절차를 명백히 위반한 경우, ③ 수단이 폭력이나 파괴행위인 경우에는 헌법 및 노동조합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와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공정거래법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중 어떤 행위에 관한 것인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고, ‘안전운임제와 관련한 피고인의 집단 운송거부행위’가 노동조합법이 보호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기에 공정거래법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단체행동을 통한 최저운임선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의 구성원들이 과로, 과속, 과적 등을 하게 될 수 있으므로 교통사고나 산재위험이 커질 수 있음.
- 안전운임제는 생존 및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운임 기준을 법으로 정해달라는 것으로서 운송사업자나 화주가 과도하게 낮은 운임을 책정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최저운임선’을 설정해 달라는 취지임.
- 안전운임제 하에서 운송일수 및 운송시간, 대기시간이 안전운임을 정하는 데 고려요소가 되었고, 근로기준법상 유사업종 근로자 등의 급여 항목을 고려하여 안전운임이 정해졌음에 비추어 보면 안전운임은 그 자체로 근로조건과도 직결됨.
- 피고인의 구성원들이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를 위해 집단적으로 운송을 거부함으로써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권을 보장받기 위해 파업한 것은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행동으로 보아야 함.
- 피고인이 단체행동으로써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거나, 금지한 폭력행위 등을 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음.
3. 의의 및 시사점
법원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와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이 양자택일 개념이 아니며, 노동조합법상 정당한 쟁의행위라면 공정거래법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0. 11. 5. 선고 2019누48501 판결(심리불속행 기각 확정), 서울고등법원 2024. 12. 12. 선고 2023누38440 판결 등]. 대상판결 역시 노동조합 또한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에 해당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기존 판결들과 동일하게 노동조합법상 정당한 쟁의행위라면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한편 최근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의 범위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와 산재보험법상 ‘노무제공자’를 제외하고, ‘사업자단체’의 범위에서도 노동조합을 제외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므로, 향후 관련 입법의 추이와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