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피고 2는 건설기계 대여업을 영위하는 개인사업자이고, 피고 1은 피고 2에게 고용된 근로자로서 피고 2 소유의 7톤 지게차(이하 ‘
이 사건 지게차’)를 운전한 사람입니다. 주식회사 ○○○건설(소외 1 회사)은 건설공사의 하수급인으로, 공사 현장에서 철근 운반 작업을 하기 위해 피고 2로부터 이 사건 지게차를 임차하고 그가 고용한 근로자로부터 운전노무도 제공받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피고 1이 소외 1 회사 소속 근로자(이하 ‘
이 사건 재해근로자’)의 수신호에 따라 지게차로 철근 운반 작업을 수행하던 중, 이 사건 재해근로자의 머리 위로 철근 묶음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이 사건 재해근로자는 경부 척수손상 등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원고 근로복지공단은 재해근로자에게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보상연금 등을 지급하였습니다.
이 사건 사고 무렵 적용된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령 ‘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 다만, 보험가입자인 2 이상의 사업주가 같은 장소에서 하나의 사업을 분할하여 각각 행하다가 그 중 사업주를 달리하는 근로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이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의 ‘제3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사건 재해근로자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의 ‘제3자’의 의미에 대한 종전 법리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의 ‘제3자’의 의미에 관하여, 종전에 대법원은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ㆍ간접적으로 재해근로자와 산재보험관계가 없는 사람’으로서 재해근로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 등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를 말한다고 해석하여 왔습니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6다32910 판결, 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다263748 판결 등).
이에 따라 대법원은, 건설기계 임대차 및 운전노무 제공 계약이 체결된 사안에서는, 이 사건과 같이 건설기계 임대인의 근로자가 건설기계를 운전한 경우뿐만 아니라 건설기계 임대인이 직접 건설기계를 운전하는 노무를 제공한 경우에도, 건설기계 임대인 또는 그 근로자(이하 ‘
건설기계 임대인 등’)는 건설공사 원수급인 또는 하수급인(이하 ‘
원수급인 등’)의 ‘근로자’나 ‘하수급인’이 아니어서 원수급인 등에 소속된 재해근로자와 직
ㆍ간접적인 산재보험관계가 없으므로 공단의 대위권 행사가 인정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6다32910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6다44760 판결,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6다27093 판결 등).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이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의 제3자 판단 기준을 변경하고, 원고 근로복지공단이 피고들을 상대로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에 따른 대위권의 행사 범위는 보험료 부담 관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 또는 노무제공자들이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상 재해에 관한 공동의 위험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함. 업무상 재해로 인한 가해자와 그 사용자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동일한 위험을 재해근로자와 공유하고 있다면, 보험급여를 한 공단이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상대방인 제3자에 해당하지 않음.
가해자가 재해근로자의 사업주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닌 경우에도, 재해근로자와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ㆍ명령 아래 그 사업주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와 재해근로자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을 공유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제3자가 아님.
4.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에 따른 근로복지공단의 대위권 행사의 상대방인 ‘제3자’의 판단기준을 재정립하였습니다. 건설현장에서 공동작업을 하다가 과실의 경합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소속 사업주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대위권 행사의 상대방인 제3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