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2구합69230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참가인 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된 사안입니다.
2021. 7. 9. 참가인 조합이 원고 회사에 ① 산업안전보건, ② 차별시정, ③ 직접고용 원칙 및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④ 자회사 채용 중단의 4가지 의제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는데, 원고 회사는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고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2021. 9. 16. 참가인 조합이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하였고, 2021. 11. 11.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 회사와 참가인 조합 하청 지회 소속 근로자들 간에 근로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원고 회사를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다만, 2022. 3. 24.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 회사가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지위가 인정된다고 보아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참가인 조합의 재심신청을 인용하였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사용자에는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 및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에서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의 존재를 간과할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권리를 형해화시킬 수 있음
- 헌법 제33조 제1항의 단체교섭권은 근로자가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대방과 교섭할 수 있는 현실적 기회를 부여받을 때 실효성이 확보됨
-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87호, 제98호의 비준으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 국제노동기준에 따르면, 하청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원청에 대하여 단체교섭권을 가짐
-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체계, 내용 등에 비추어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는 반드시 개별적 근로계약관계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 않음
나아가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 회사가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업무지시가 원고 회사로부터 직접 이루어지고, 사내하청업체는 업무 내용이나 방식에 실질적 결정 권한이 없음
-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구체적 투입과 배치에 관한 사항을 결정함
- 원고 회사는 생산수단 일체를 소유하고 있어, 사내하청업체가 노동안전 문제에 관해 제시할 수 있는 해결책이 한정적임
- 원고 회사가 제정한 안전 관련 지침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위반에 대한 제재 조치와 안전평가가 동일하게 이루어짐
이에 따라 법원은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과 근로계약 관계가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이 판결은 원청 회사가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해당 부분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의 첫 번째 핵심 쟁점인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연관된 판례로 협력업체 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으로서 도급인(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하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한편, 원청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중노위에서 최초로 실질적 지배력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뒤 제1심, 제2심에서도 원청이 노조법상 사용자로서 교섭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사건이 대법원 2024두37015호로 심리 중입니다.
기존의 대법원 판례는 단체교섭 의무 발생에 근로계약관계 성립을 전제하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란 근로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 즉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ㆍ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를 의미한다고 보았는데(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40935 판결), 위 사건은 이와 다른 견해를 취한 것이므로 대법원 판결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조합법 제2조 개정 및 시행일 지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을 통해 도급인이 협력업체 노조와도 일정한 의제에 대해 단체교섭에 응해야 하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