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4다294705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주식회사 ○○○)는 장례업 관련 업무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며, 원고들은 피고와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장례지도사로 근무한 사람들입니다.
피고는 2015. 11. 21. 주식회사 △△△(이하 ‘
소외 회사’)에 장례업무를 위탁하기로 결정하여, 원고들과의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이하 ‘
이 사건 해지합의’). 이후 원고들은 소외 회사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종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피고와 소외 회사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법인임을 전제로 원고들의 피고 및 소외 회사에서의 전체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① 원고들이 피고와 의전대행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장례의전대행 업무를 수행한 기간 동안은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여 피고에게 퇴직금 지급의무가 인정되나, ② 소외 회사는 피고와 별개의 법인이고,
원고들이 소외 회사에 근무하는 기간 동안에는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다고 보기 어려워 소외 회사에서의 근무기간에 대해서는 피고의 퇴직금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③ 한편, 퇴직금 청구권은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나, 원고들이 소외 회사로 소속 변경 후에도 동일한 업무를 지속한 점, 피고의 퇴직금 관련 안내나 정산이 없었던 점, 원고들의 정당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단은 수긍하면서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한 것은 잘못이라며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고가 시효완성 전에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권 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원고들로 하여금 그러한 권리행사나 시효중단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 다른 장례지도사들이 2016. 7.에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전부 승소한 사실이 있어 원고들로서도 3년 이내에 권리행사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객관적으로 원고들의 퇴직금 청구권 행사에 어떠한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 피고가 시효완성 후에 원고들에게 시효 이익을 포기하거나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볼만한 정황은 찾을 수 없다. 다른 채권자들과 달리 원고들에게 특별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거나 같은 처지의 다른 장례지도사들이 시효완성 후에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퇴직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4. 의의 및 시사점
근로기준법은 기업거래의 안전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임금 및 퇴직금채권에 대한 단기소멸시효를 설정하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05. 2. 24. 선고. 2004헌가11 결정 등 참조).
한편, 판례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대상판결은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 항변을 한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원칙에 따른 판단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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