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대전고등법원 2025. 9. 25. 선고 2025누348 판결]
1. 사안의 개요
농업인의 협동조직인 사용자는 2023. 1.경 노동조합이 게시한 현수막을 일방적으로 철거하였습니다(이하 ‘
이 사건 현수막 철거행위’). 당시 위 현수막에는 ‘부당징계와 직장 내 괴롭힙을 주도한 책임자는 퇴진하라’, ‘사용자가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였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었습니다.
한편, 사용자는 2022. 11. 10. 협동조합원 2,700여 명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기재되어 있는 명부를 우연히 습득하고는, 2023. 1. 6. ‘위 명부는 노조 간부의 워터마크가 새겨진 것으로서 당시 노조 간부는 권한이 없음에도 명부를 출력하여 불법 유출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중앙회에 사고발생을 보고하겠다’는 내용의 내부문서를 작성ㆍ결재하였고, 같은 날 협동조합원들에게 ‘노조 간부에 의해 조합원 2,7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으니 각별한 주의를 바라고, 해당 간부에 대하여 형사고발 등 조치할 예정이며 피해 사례를 모아 손해배상을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습니다(이하 ‘
이 사건 문자메시지 발송행위’).
중앙노동위원회는 위 2가지 행위 모두를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보았고, 이에 불복한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건 현수막 철거행위와 관련하여 제1심판결은, ①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단체교섭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던 와중에 원고(협동조합)가 참가인(노동조합)에게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였으므로 참가인으로서는 원고에게 단체교섭에 응하도록 압박할 목적으로 이 사건 현수막을 게시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현수막에 허위사실이 기재되지 않았고, 그 게시의 주된 목적은 노동조합원들의 권익 보호와 근로조건의 개선 등을 도모하기 위한 데 있었다고 봄이 상당한 점 등에 근거하여 그 철거행위를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 문자메시지 발송행위와 관련하여 제1심판결은, ① 노사대립 상황에서 원고가 명부 출력 경위 등에 관하여 사실조사를 거치지 않은 점, ② 문자메시지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한 점 등에 근거하여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하였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이 사건 현수막 철거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제1심판결을 긍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문자메시지 발송행위는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원고는 이 사건 문자메시지에서 ‘이 사건 명부가 노동조합 간부의 컴퓨터에서 출력되었고, 해당 노동조합 간부에 대하여 형사고발 등 조치하겠다’는 내용을 기재하였는데, 이 사건 명부는 접근 권한이 없는 L에 의하여 출력되었고 당시 L는 참가인 노동조합의 간부였다. 위와 같이 이 사건 명부의 습득 당시 객관적인 상태와 그 습득 시기에 비추어 보았을 때 위 기재 내용은 원고가 L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노동조합 간부’로 지칭하면서 협동조합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위를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인바, 이로써 곧바로 원고가 노동조합인 참가인의 활동을 위축시킬 의사를 가지고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이 사건 문자메시지에는 ‘① 유출된 개인정보의 항목, ② 유출시점과 경위, ③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정보주체가 할 수 있는 방법, ④ 개인정보처리자의 대응조치 및 피해 구제절차, ⑤ 피해 발생시 신고를 접수할 수 있는 담당부서명과 그 연락처’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구 개인정보보호법 제34조 제1항 각 호에서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주체에게 유출사실을 통지할 때 포함하여야 하는 항목들에 해당한다. 즉, 원고는 개인정보처리자로서의 통지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전체 협동조합원들에게 이 사건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다) 원고는 이 사건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기 전 이 사건 명부의 유출을 알리고 이를 중앙회 검사국에 보고하겠다는 내용의 내부문서를 작성하였고, 위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날 사고 관련자에 대한 조치계획, 재발방지대책 등의 내용을 포함하여 ‘사고발생보고’를 작성하였으며, 2023. 1. 13. 전문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이를 신고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전후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문자메시지 발송행위는 개인정보 유출사고의 수습을 위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판단된다.
3. 의의 및 시사점
사용자가 연설, 사내방송, 게시문, 서한 등을 통하여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를 가지고 있음은 당연하나, 그 표명된 의견의 내용과 함께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 시점, 장소, 방법 및 그것이 노동조합의 운영이나 활동에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고, 또 그 지배ㆍ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에 반드시 근로자의 단결권의 침해라는 결과의 발생까지 요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도388 판결).
하지만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하여 단순히 비판적 견해를 표명하거나 근로자를 상대로 집단적인 설명회 등을 개최하여 회사의 경영상황 및 정책방향 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행위 또는 비록 파업이 예정된 상황이라 하더라도 파업의 정당성과 적법성 여부 및 파업이 회사나 근로자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하는 행위는 거기에 징계 등 불이익의 위협 또는 이익제공의 약속 등이 포함되어 있거나 다른 지배ㆍ개입의 정황 등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가 연관되어 있지 않는 한,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있다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3도6617 판결).
대상판결은 위 대법원 2013도6617 판결과 같은 취지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준수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 문자메시지의 내용, 노동조합 자체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은 태도, 그 전후 사정 등을 고려하여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부정한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