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대법원 2025. 9. 26. 선고 2025도10267 판결]
1. 사안의 개요
선박 건조ㆍ수리업을 영위하는 피고인 H 주식회사는 자사 조선소 플로팅도크 내에 있던 컨테이너 운반선의 화물창 내부 핸드레일 보수작업을 관계수급인 회사에 하도급하였습니다. 그런데 관계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위 선박의 화물창 내부에서 안전난간 보수작업을 준비하던 도중 안전난간 소실구간을 통해 약 8m 아래로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이하 ‘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화물창 내부에서는 위 안전난간 보수작업 외 해치커버 이동작업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검사는 도급사업주인 피고인 H 주식회사의 조선소장이자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피고인 D, 수리사업팀 의장담당자인 피고인 E, 수리사업팀 이사인 피고인 F, 대표이사로서 경영책임자인 피고인 G, 하청업체 현장소장 피고인 A와 대표이사 피고인 B를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하면서, 이와 동시에 이들 중 도급사업주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D, 하청업체 C 주식회사와 그 현장소장 A를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도급사업주 H 주식회사 및 그 대표이사 G를 중대재해처벌법위반의 추가 혐의로 각 기소하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유죄 판결을 내렸고, 이 중 하청업체 현장소장, 하청업체 대표 및 법인은 이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되었으나, 피고인 H 주식회사를 비롯한 피고인 D, E, F, G(이하 ‘
피고인들’)는 불복하여 항소하였습니다.
원심법원에서 피고인들은 ① 이 사건 사고 장소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며, 피해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고 안전고리를 걸고 작업할 수 있었던 점, ② 피고인들은 해치커버 이동작업 도중 핸드레일 보수작업을 비롯한 다른 작업을 일체 중단할 것을 지시한 점, ③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돌발적으로 이 사건 공사의 준비작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한 사고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의 주의의무위반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고,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인식가능성이나 예견가능성도 없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원심법원은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의 방호조치 의무 위반 관련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ㆍ보건조치 의무 위반 여부는 안전보건규칙의 구체적 의무 내용과 산업현장의 특성을 토대로, 입법 목적과 사업장 규모ㆍ작업 성격ㆍ위험의 내용ㆍ기술 수준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형식적 준수에 그쳐 실질적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규칙을 준수했다고 볼 수 없다. 특히 동종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사업주가 재발방지 조치를 이행했는지를 엄격히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도3996 참조).
이 사건 선박의 갑판하 2층 통로는 지상 8m 높이로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 해당함에도, 상부 안전난간이 소실되고 추락방호망 등 방호조치가 없었으므로 이는 안전보건규칙 제43조의 방호조치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구조상 작업자들이 안전벨트 고리를 결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히 고리를 결착하라고 지시한 것만으로는 충분한 조치로 볼 수 없으며, 피고인들로서는 작업자가 항상 안전벨트를 결착할 수 있도록 라이프라인 등을 설치하였어야 한다.
(2) 동시작업 허가 관련 주의의무 위반 관련
피고인들은 해치커버 이동작업과 핸드레일 보수작업의 위험을 인식하고도 일정 조율 없이 동시에 승인하였고, 현장에는 담당자가 없었다. 두 작업의 일정ㆍ중단ㆍ재개 신호에 대한 지시나 통제 없이 허가가 이루어졌으며, 관리감독자 배치나 안전통제도 없었다. 해당 공사는 재해위험작업으로 관리감독자의 감독 하에 진행되어야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작업허가서와 위험성평가서에 명시된 안전난간ㆍ로프ㆍ망 설치 및 안전벨트 체결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이 사건 사고는 위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므로 피고인들에게는 그에 대한 인식가능성과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3)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관련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① 공사 관리감독자들에 대한 업무수행 평가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아니하고, ② 수급인 전체 종사자로부터 의견을 듣는 절차를 제대로 마련하거나 이를 안내, 홍보하지 아니하여 사업장 이동 내지 작업 중 추락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추락방호방 설치 및 라이프라인 등 상시 안전대 고리결착 시설 설치 등의 개선방안이 수립, 시행되지 못하였고, ③ 이러한 안전시설 등을 자체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또는 피고인 회사와 협력 하에 설치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을 확보하지 못한 수급업체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 받아 진행하게 하였고, 이와 같은 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하도급 회사의 근로자인 피해자가 공사 현장에서 추락하여 사망에 이르는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하였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개월 만에 발생한 사고라는 이유만으로 인과관계가 부정될 수 없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죄의 안전확보의무 위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주의의무 위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원청업체의 대표이사에게는 징역 2년이, 회사에는 벌금 20억 원이 확정되었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것은, 2022. 3.경 경남 소재 철강 공장에서 근로자가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진 사고에 관하여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이 확정된 사례 이후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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