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이하 ‘집행위’)는 2026. 10. 14. 사노피(Sanofi)가 독일과 프랑스에서 경쟁사의 독감 백신을 비방(disparagement)하였다는 혐의에 관하여, 사노피가 제안한 동의의결안(commitments)을 받아들여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였습니다.
1) 사노피는 2030. 3.까지 의료인 대상 홍보에서 경쟁 백신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24개월 동안 두 백신이 동등하다는 정정 고지를 하게 됩니다. 과징금은 부과되지 않았고 위법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으나, 집행위는 이번 결정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비방을 경쟁법 위반으로 다룬 선례에 이어지는 사례로 설명하였습니다.
1. 지배적 사업자의 비방과 TFEU 제102조
유럽연합의 기능에 관한 조약(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 이하 ‘TFEU’) 제102조는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을 금지하며, 우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5조에 대응하는 규정입니다. 제102조에는 비방이 남용의 예로 열거되어 있지 않으나, 집행위는 지배적 사업자가 경쟁 제품에 관하여 오인을 일으키는 정보를 퍼뜨려 그 제품의 진입과 확산을 막는 행위를 남용으로 다루어 왔습니다. 2024. 7. 비포(Vifor)가 경쟁 정맥주사 철분제의 안전성에 관한 오인성 정보를 퍼뜨린 사건을 동의의결로 종결하였고,
2) 2024. 10. 테바(Teva)가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의 경쟁 제품에 관한 오인성 정보를 체계적으로 퍼뜨린 행위에 대하여는 분할특허 남용과 함께 과징금 4억 6,260만 유로를 부과하였습니다.
3)
경쟁 담당 테레사 리베라(Teresa Ribera)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결정을 발표하면서, 오인성 정보의 유포가 지배적 사업자의 행위일 때 남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4)
“Such conduct would be problematic as a general matter. But it can also constitute an abuse of dominance when this type of misleading information comes from a company with a significant share of, and a strong position in, a given market.”
(그러한 행위는 일반적으로도 문제가 되지만, 해당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과 강한 지위를 가진 회사가 이러한 오인성 정보를 내보내는 경우에는 지배적 지위의 남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이사회 규칙(Council Regulation (EC) No 1/2003, 이하 ‘Regulation 1/2003’) 제9조 제1항의 동의의결로 종결되었습니다. 동의의결은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업자가 제안한 시정방안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결정이며, 집행위는 결정 전에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제27조 제4항, 이른바 ‘시장 테스트(market test)’). 공정거래법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에 대하여 동의의결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제89조부터 제91조까지).
2. 사건의 경과
가. 문제된 홍보
사노피의 에플루엘다(Efluelda)와 CSL 세퀴러스(CSL Seqirus)의 플루아드(Fluad)는 60세 이상 고령자 등을 위해 효과를 높인 독감 백신(enhanced flu vaccine)으로, EU에서 판매되는 이 유형의 백신은 두 제품뿐입니다. 집행위는 독일과 프랑스의 이 시장에서 사노피가 지배적 지위에 있을 수 있다고 예비적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집행위가 문제 삼은 것은 사노피가 2024년부터 적어도 2025년 가을까지 의료인(healthcare professionals)을 대상으로 진행한 홍보입니다. 홍보는 주로 독일에서, 프랑스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강도로 이루어졌고, 집행위가 지적한 메시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 플루아드의 근거가 에플루엘다보다 약하다는 취지(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uropean Centre for Disease Prevention and Control)와 독일ㆍ프랑스 국가예방접종자문기구의 판단과 배치)
- 국가 예방접종 권고의 내용을 잘못 전달
- 독일의 플루아드 권고에 의학회의 과학적 이의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취지
리베라 수석부위원장은 각국 권고가 두 백신을 “동등한 지위(on an equal footing)”에 두었는데도 에플루엘다만 권고한 것처럼 전달되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나. 절차
집행위는 2025. 10. 사노피에 대한 현장조사(unannounced inspection)를 실시하였고, 2026. 6. 26. 정식 조사를 개시하면서 같은 날 예비평가(Preliminary Assessment)를 채택하였습니다.
5) 사노피가 제안한 동의의결안은 2026. 7. 8.부터 8. 21.까지 시장 테스트를 거쳤고,
6) 그 결과를 반영하여 정정 고지 대상이 독일의 핵심 의견 선도자(Key Opinion Leaders, 이하 ‘KOL’)까지 확대되었습니다. 현장조사부터 결정까지 1년이 걸리지 않았으며, 리베라 수석부위원장은 조사 초기부터 사노피가 협조하였다고 언급하였습니다.
3. 동의의결의 내용
가. 장래의 홍보 제한
사노피는 2030. 3.까지 독일ㆍ프랑스 의료인 대상 홍보물에서 국가 예방접종 권고를 비판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표현, 플루아드를 부정적으로 부각하거나 에플루엘다가 더 안전하거나 효과적이라고 부당하게 시사하는 표현, 플루아드의 근거가 더 약하다고 시사하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KOL이 의료인을 만날 때 쓰도록 제공하는 자료에도 같은 제한이 적용되고, 독일에서는 에플루엘다 홍보물 대부분에 최신 국가 예방접종 권고를 충분히 알아볼 수 있게 적어야 합니다.
나. 과거 메시지의 정정
사노피는 24개월 동안 독일과 프랑스 웹사이트에 다음 취지의 고지를 게시하고, 같은 내용을 과거 홍보 대상이었던 독일의 의료인과 KOL에게 직접 보냅니다.
“the applicable national vaccination recommendations treat Fluad and Efluelda as equivalent in protecting elderly people against the flu, both having a robust evidence base”
(적용되는 국가 예방접종 권고는 고령자의 독감 예방에서 플루아드와 에플루엘다를 동등하게 취급하며, 두 백신 모두 탄탄한 근거를 갖추고 있음)
다. 이행 감독과 불이행 시 제재
이행은 이행감독인(monitoring trustee)이 점검하여 집행위에 정기적으로 보고합니다. 사노피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집행위는 위반 사실을 따로 인정하지 않고도 전 세계 연간 매출액의 10% 이내의 과징금이나, 불이행 1일당 일 매출액의 5% 이내의 이행강제금(periodic penalty payment)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다만 동의의결은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않으므로, 사노피가 지배적 지위에 있는지와 홍보가 남용인지에 관한 집행위의 판단은 예비적 판단에 머뭅니다.
4. 국내 법리
국내에서 경쟁사 상품에 대한 비방은 주로 표시광고법과 공정거래법의 불공정거래행위 규정으로 규율됩니다. 비방이 소비자에 대한 표시ㆍ광고로 이루어지면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4호의 비방적인 표시ㆍ광고가 문제되며, 같은 법 시행령은 이를 “다른 사업자등 또는 다른 사업자등의 상품등에 관하여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내용으로 표시ㆍ광고하여 비방하거나 불리한 사실만을 표시ㆍ광고하여 비방하는 것”으로 정합니다(제3조 제4항). 영업 담당자의 설명이나 거래처 대상 자료처럼 표시ㆍ광고 외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면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4호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이 문제되는데, 시행령은 경쟁사업자의 것이 “실제보다 또는 자기의 것보다 현저히 불량 또는 불리한 것으로 고객을 잘못 알게 하여”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유인하는 행위를 이에 포함합니다(시행령 별표 2 제4호 나목).
반면 공정거래법 제5조 제1항 제3호의 사업활동 방해는 시행령이 방해의 방법을 원재료 구매 방해, 필수 인력 채용, 필수요소의 사용ㆍ접근 거절 등으로 정하고, 그 밖의 방법은 공정위가 고시하는 행위로 한정합니다(시행령 제9조 제3항). 지배적 사업자의 비방 그 자체를 남용행위로 평가하는 EU의 접근과는 규율 체계가 다릅니다. 이번 동의의결의 정정 고지는 표시광고법상 정정광고 명령(제7조 제1항 제3호)과 비슷한 기능을 하나, 사업자가 스스로 제안하고 향후 일정 기간의 표현 제한과 이행 감독까지 함께 정하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집행위가 비방을 남용으로 다룬 Vifor, Teva, 사노피 사건은 모두 의약품의 의료인 대상 정보 제공에서 비롯되었으며, 의료인의 처방ㆍ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에 대한 집행위의 심사는 제약 분야에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