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하에서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 및 단체협상권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
법’) 개정안이 통과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현재 총 8건 발의되어 있습니다. 가맹본부 협의의무 강화와 가맹본부가 협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의 제재조치가 공통되고,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릅니다.
이 중 2024. 6. 민병덕 의원 대표 발의안(의안번호 2201000)은 지난 2025. 4.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이하 ‘
개정안’)
1)으로 지정되어, 이르면 올해 통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등록된 가맹점사업자단체에게 단체협상권이 부여될 경우 프랜차이즈업계에 미칠 파장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개정안 중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와 단체협상권 내용을 살펴봅니다.
1. 도입 배경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가맹점사업자의 협상력 제고입니다.
가맹점사업자는 본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한편, 가맹사업의 통일성 유지 등을 위해 통제를 받습니다. 그 만큼, 가맹본부와 의견 충돌이 빈번히 발생합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통계에 따르면, 가맹사업거래는 분쟁조정 건수가 하도급거래와 공정거래 분야 다음으로 많고, 지자체에서 접수하는 분쟁조정 건수를 포함하면 매년 700여 건의 분쟁이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3)
본부와 가맹점사업자 간 협의의 주요 대상은 가맹점사업자의 경영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 ① 가맹점 운영정책 협의ㆍ점포지원 프로그램(28.6%), ② 신메뉴ㆍ신제품 출시 및 상품 리뉴얼(19.3%), ③ 메뉴가격 인상 논의 및 판매가 조정 협의(16.1%), ④ 가맹점 영업이익 개선방안ㆍ매출상승 계획(15.6%) 등입니다(괄호 안은 가맹점사업자의 응답비율).
4)
상당수 항목이 본부와 가맹점사업자 간 충실한 협의가 이루어질 경우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항목입니다. 당사자 간 실질적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
공정위’) 절차나 소송으로 나아간다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고려입니다.
실제로 개별 가맹점주 중 54.3%가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청하여, 이 중
53.1%의 가맹점주가 협의 요청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2022년).
5) 가맹본부의 협의 요청 불응 사유는 무응답, 회원명부 요구, 다른 가맹점단체와의 교섭 등입니다.
2. 주요 내용
이러한 배경 하에서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가맹점사업자는 단체(이하 ‘
가맹점사업자단체’)를 만들어 공정위 또는 지자체에 등록할 수 있고(개정안 제14조의3 제1항), ② 등록 가맹점사업자단체는 가맹본부에 거래조건 등에 관한 협의 요청이 가능합니다(개정안 제14조의2 제2항). ③ 협의 요청 시
가맹본부는 협의 횟수ㆍ주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이에 응할 의무가 있습니다(개정안 제14조의2 제3항). 가맹본부가 협의 요청에 불응할 경우 행정제재(시정조치)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개정안 제33조 제1항).
개정안 |
제14조의2(가맹점사업자단체의 거래조건 변경 협의 등)
② 특정 가맹본부와 가맹계약을 체결ㆍ유지하고 있는 가맹점사업자(복수의 영업표지를 보유한 가맹본부와 계약 중인 가맹점사업자의 경우에는 동일한 영업표지를 사용하는 가맹점사업자로 한정한다)로만 구성된 가맹점사업자단체 중 제14조의3제1항에 따라 등록된 가맹점사업자단체는 그 가맹본부에 대하여 가맹계약의 변경 등 거래조건(이하 이 조에서 “거래조건”이라 한다)에 대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6)
③ 제2항에 따른 협의를 요청받은 경우 가맹본부는 협의 횟수ㆍ주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협의에 응하여야 한다. 다만, 복수의 등록된 가맹점사업자단체가 협의를 요청할 경우 가맹본부는 다수의 가맹점사업자로 구성된 가맹점사업자단체와 우선적으로 협의하여야 한다.7) |
제14조의3(가맹점사업자단체의 등록 등)8)
① 제14조의2제1항에 따라 구성된 가맹점사업자단체 중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가맹점사업자단체는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시ㆍ도지사에게 등록할 수 있다.
1. 동일한 영업표지를 사용하는 가맹점사업자로만 구성되었을 것
2.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것
가. 동일한 영업표지를 사용하는 전체 가맹점사업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가맹점사업자가 가입
나. 동일한 영업표지를 사용하는 가맹점사업자들이 가입한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가맹점사업자 수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 이상 |
제33조(시정조치)
①공정거래위원회는 … 제14조의2제3항ㆍ제5항 … 을 위반한 가맹본부에 대하여 가맹금의 예치, 정보공개서등의 제공, 점포환경개선 비용의 지급, 가맹금 반환, 위반행위의 중지, 위반내용의 시정을 위한 필요한 계획 또는 행위의 보고 그 밖에 위반행위의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
[대표성 입증] 현행 법상으로도 가맹점사업자는 단체를 구성할 수 있고,
9) 가맹본부에 가맹계약상 거래조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10) 다만 가맹본부가 단체의 대표성을 문제삼아 협의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 등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11) 같은 가맹사업 내에서도 점조직처럼 여러 단체가 존재하는 경우 등 대표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12)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개정안은 동일 가맹사업을 영위하는 가맹점사업자로만 구성된 단체 중 (i)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가맹점사업자가 가입했거나, (ii)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 이상의 가맹점사업자가 가입한 단체를 공정위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합니다(개정안 제14조의3 제1항 제2호 가목, 나목).
[제재조치 통한 실효성 확보] 또한 현행 법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계약의 변경 등 거래조건에 관한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협의 요청에 대해 ‘성실하게 협의에 응할 의무’만 부담합니다.
13) 별도의 제재조치는 없습니다. 때문에, 가맹본부를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만들 실효적 수단이 부재합니다. 개정안은 협의에 응하지 않아 제14조의2 제3항을 어길 경우 제재조치(행정제재)를 부과함으로써(개정안 제33조 제1항),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협의권을 실질화하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정안은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거래조건 협의 요청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가맹본부가 협의에 응하도록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다만 언제나 협의에 응할 의무를 부과하면, 사실상 가맹본부의 경영이 마비될 우려가 있으므로,
협의 횟수ㆍ주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협의에 응하도록 정했습니다(개정안 제14조의2 제3항 본문).
3. 쟁점
가.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
① 복수의 단체를 허용할 것인가
개정안은 등록요건으로 가맹점사업자단체에 (i)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가맹점사업자가 가입하거나, (ii)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 이상의 가맹점사업자가 가입할 것을 요구합니다.
시행령(대통령령)이 구체적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같은 가맹사업 내에서 복수의 등록단체가 허용될 수도 있고, 1가맹사업 1등록단체로 정리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복수의 등록단체가 존재한다면, 후술할 협의 의무제와 결합하여 가맹본부는 여러 차례 협의에 참여하여 논의를 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 특정 등록단체와 거래조건에 관해 원만한 협의가 진행되더라도, 다른 등록단체와의 거래조건 협의에 난항을 겪는다면, 거래조건 차별
14) 등 이슈로 어느 하나의 등록단체와 최종 합의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② 등록 기준을 느슨하게 설정할 것인가
만약 등록을 위한 가입 비율이나 가입 사업자 수 기준이 낮게 설정된다면, 현행 법 하에서 문제되었던 단체 난립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맹본부는 여러 가맹점사업자단체가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협의 요청하는 경우에, 원칙적으로 협의에 응할 의무가 있으므로 경영에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개정안 제14조의2 제3항 단서는 복수의 등록 가맹점사업자단체가 협의를 요청할 경우 가맹본부는 다수 가맹점사업자로 구성된 단체와 우선 협의할 의무를 규정했습니다. 동 단서 조항에서 ‘우선 협의’의 의미는 불분명합니다. 문언상으로는 ‘소수의 가맹점사업자로 구성된 가맹점사업자단체’라 하더라도 그 협의 요청 자체를 거부할 수 없어 보입니다. 또한 복수의 가맹점사업자단체가 서로 다른 안건에 대해 협의 요청을 하는 경우에도, 가맹본부의 업무 부담을 고려해 다수의 가맹점사업자로 구성된 단체와 우선 협의를 거칠 수 있는지, 협의만 시작하면 우선 협의의무는 지킨 것인지, ‘다수’는 ‘최다’의 의미로 이해되는데 최다 가맹점사업자단체가 복수(예컨대 2개)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모호한 부분이 많습니다.
③ ‘단체가입 가맹점사업자 수’를 등록 기준으로 할 것인가
가입 ‘비율’이 아닌 가입 ‘가맹점사업자 수’를 기준으로 단체 등록요건을 정하는 경우에는, 가맹점사업자가 많은 대형 프랜차이즈 본부 입장에서 훨씬 불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시행령이 정하는 가맹점사업자 수 기준이 100명 이상인 경우입니다. 가맹본부 A사는 전체 가맹점사업자가 100명이고, 가맹본부 B사는 전체 가맹점사업자가 500명입니다. A사의 경우에는 가맹점사업자 100명 전원이 가입한 단체 1개만 등록이 가능하나, B사의 경우에는 100명씩 최대 5개 단체가 등록 가능합니다. 즉, 사업규모가 커서 가맹점사업자 수가 많은 대형 프랜차이즈 본부일수록 다수 등록 단체의 요청에 응해 협의해야 하는 부담이 커집니다.
나. 가맹본부의 협의 의무화
협의 의무화는 단체 등록제보다 더 많은 우려가 제기됩니다.
① 가맹본부에 과도한 부담이 아닌지
2024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맹본부의
61.5%는 의무화에 반대하고, 가맹점주의
69.4%는 찬성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가맹점사업자의 찬성 이유는 ‘가맹본부의 소극적ㆍ형식적 협의 대응’이 대다수(
90.9%)를 차지했습니다(2024년 실태조사).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청한 가맹점사업자 중 절반 이상이 협의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2022년 실태조사). 반면 가맹본부의 주요 반대이유는 ① 가맹점사업자단체의 무리한 요구 가능성(32.0%), ② 법상 의무 없이도 충분한 협의 가능(30.3%), ③ 법률상 의무 부과의 가혹함(15.8%), ④ 전담인력 배치등 운영비용의 부담(13.2%) 등입니다. 가맹본부도 가맹점사업자와 구분되는 독립사업자인데 그 내용과 부담을 면밀히 따지지 않고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협의에 무조건 응해야 하는 것은 부당하고, 최근 2024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자율적 협의가 가능한 여건이 조성되어 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공정위도 우려의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① 가맹본부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② 오히려 협의를 두고 가맹본부ㆍ가맹점사업자단체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으며, ③ 관련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④ 작년 말부터 필수품목 거래조건 협의제
15)가 도입되었는데, 이를 통해 가맹점주의 협상력이 제고되고 자발적인 협의 문화가 개선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16)
② 의무제 전면 도입보다 필수품목 우선의 단계적 도입이 적절하지 않은지
작년 말 ‘필수품목 거래조건 협의제’가 도입되었습니다. 필수품목의 종류, 가격, 거래조건 등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사이에 가장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사항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협의제를 도입함으로써, 자연스레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사이의 협의 기회가 마련될 수 있고, 협의 과정에서 다양한 내용이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 제도 시행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으므로, 필수품목 협의제의 정착 과정을 지켜본 뒤 추가로 개정 논의를 진행해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위도 같은 입장을 취한 바 있습니다.
특히 ‘필수품목 거래조건 협의제’와 비교했을 때, 개정안은 ‘모든 거래조건’이 협의 대상이고, 매번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시정조치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가맹본부의 부담이 크게 가중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가맹점사업자단체가 다양한 거래조건(예: 필수품목, 판촉행사, 대금결제수단 등)에 대해 한 번에 협의를 요청하지 않고, 각 조건을 쪼개어 수 차례 협의를 요청한다면, 가맹본부는 동일한 단체와 수 차례 협의를 진행하여야 하므로 부담이 있습니다. 특정 조건에 대해 협의를 하더라도, 단 한 차례로 협의가 끝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성실히 협상할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수 차례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데,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인력ㆍ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③ 신규 또는 중소 가맹본부에 대한 과도한 부담이 될 우려는 없는지
규모가 작은 영세 가맹본부의 경우,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협의 요청에 매번 대응하기에는 인력, 시간, 비용이 부족할 것입니다. ‘협의 의무’가 가맹사업에 대한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여, 신규 가맹사업이 위축될 우려도 있습니다. 이는 시장에서 활동 중인 기존 대형 가맹본부가 신규 업체 대비 오히려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결과로 이어져, 시장이 집중되고 경쟁을 위축시키는 ‘규제의 역설(The paradox of regulation)’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가 ‘개정안이 관련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이러한 측면을 함께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4. 마무리
최근 발표된 2024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8,802개의 가맹본부가 총 12,377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가맹점 수는 무려 365,014개에 이릅니다.
17) 그리고 국내 가맹점사업자의 전체 매출액은 2022년부터 100조 원을 넘었습니다.
18) 그만큼 가맹사업이 국내 경제 및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단체협상권 등 도입이 국내 전체 가맹사업에 미칠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맹본부의 갑질 방지를 통해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기대와 가맹본부의 경영부담이 과도해져 프랜차이즈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합니다. ‘빠른’ 입법보다는 ‘깊은’ 논의가 절실하며, 다수 가맹사업 종사자에게 과도한 규제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계각층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사회적 합의 도출을 고민할 시점입니다. 그럼에도 가맹점주를 비롯한 대리점주, 온라인 플랫폼 입점사업자 등 소상공인의 협상력 강화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입법 방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법 개정을 대비해, ▶ 협상 요청 시 대응전략, ▶ 단체 등록기준 확인 및 협상 프로세스 구축, ▶ 복수 등록단체 체계 대비 지원조직 정비와 같은 사전 준비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