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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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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동일한 부서 내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된 업무를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동종 · 유사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사례
2024.01.24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2나24489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철도, 대중교통, 물류 등 공공교통분야의 연구개발을 하는 공공기관이고, 원고들은 피고와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한 각 파견업체에 소속되어 있다가 피고에 파견되어 피고가 운영하는 연구원 내 각 부서에서 행정직 업무를 수행하였던 파견근로자들입니다.
 
원고 T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하 ‘원고 A 등’)은 이 사건 소 제기 이후 피고와 계약기간을 2018. 11. 1.부터 2018. 12. 31.까지로 하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어서 계약기간을 2019. 1. 1.부터 2019. 6. 30.까지로 하는 기간제 근로계약(이하 모두 합하여 ‘이 사건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만료일 무렵 원고 A 등에게 2019. 6. 30.자로 각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습니다.  한편, 원고 T는 2018. 10. 31. 파견기간이 종료된 후 피고와 별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습니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피고에 파견되어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였으므로, 피고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3호에 따라 2년의 파견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자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피고 근로자 중 원고 A 등과 동종ㆍ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는 ‘행정원’이므로, 원고 A 등은 피고의 행정원 지위에 대한 확인 및 피고 행정원과의 임금 차액 상당액 등을 청구하였고,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던 원고 T는 피고를 상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것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가. 피고의 직접고용의무 발생 및 그 이행 여부

제1심은 원고들이 피고에 파견된 이후 모두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였으므로, 피고는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라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 재판부는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원용하였으며, 피고가 항소심에서 추가한 주장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① 피고는, 원고 A 등이 ‘피고에게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사건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기간제 근로계약 중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유효하므로 피고와 원고 A 등과 사이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여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를 이미 이행하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피고는 이 사건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기간을 정한 부분’이 무효가 되게 하였으므로, 직접고용의무를 완전하게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② 피고는, 피고가 원고들을 포함한 파견근로자들에게 경쟁채용절차를 통하여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하겠다는 채용 공고를 하였으나 원고들이 채용 절차에 응시하지 않았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의 직접고용 의사표시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피고가 계획한 채용 절차는 ‘지원자가 채용되지 못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원고들에 대한 확정적ㆍ형식적 채용절차로 볼 수 없다.  이 사건 채용공고는 피고가 일정한 조건에 부합하는 파견근로자를 피고의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청약의 유인에 해당할 여지가 있을 뿐, 파견법에 따른 직접고용의 의사표시로 보기 어렵다. 

③ 피고는, 원고 T가 자신의 4촌이내 친인척이 피고 소속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채용 특례 논란을 우려하여 이 사건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였으므로 피고의 직접고용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직접고용의무를 면제시키는 파견근로자의 명시적 반대의사표시는 직접고용의무에 대한 예외로서 그 증명책임은 사용사업주에게 있고, 파견법의 목적ㆍ취지 등을 고려할 때 그 예외는 엄격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기간제 근로계약은 피고가 직접고용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까지 보태어 보면, 원고 T가 피고의 직접고용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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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피고가 부담하는 직접고용의무의 근로조건

재판부는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의 따르면,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에 따라야 하며, 그러한 근로자가 없다면 해당 파견근로자의 기존 근로조건 수준보다 낮아져서는 아니 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나아가 비교대상 근로자로 선정된 근로자의 업무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업무의 범위나 책임ㆍ권한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된 업무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들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해당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법리를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업무는 피고 근로자 중 행정원의 업무와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없으며, 사무보조직의 업무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피고 행정직 채용절차에 직원하기 위해서는 학사 이상의 학위와 일정 점수 이상의 공인어학성적을 갖추고 서류심사, 인/적성검사 및 논술, 전공면접, 종합면접, 신원조회 및 신체 검사 등을 거치게 된다.  반면, 파견근로자들의 경우 특별한 지원 자격이 요구되지 않았는데, 이는 피고의 행정원이 수행하는 업무에 더 높은 업무 수행 능력을 요구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② 피고의 행정원은 기획, 평가, 규정 제ㆍ개정, 시스템 설계 및 구축, 문제분석 및 해결 등 창의성이나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핵심 업무를 주로 수행한 반면, 원고들은 업무 지시 및 구축된 업무 매뉴얼에 따른 행정업무 보조, 자료 취합, 회의 준비, 서류 정리 등의 단순ㆍ반복적인 업무를 주로 수행하여 수행 업무의 내용과 난이도에 차이가 있었다. 원고들이 작성한 문서와 피고의 행정원이 작성한 문서의 제목과 내용에 차이가 있었고, 원고들이 작성한 문서는 제한적인 경우에만 경영진의 결재를 받아 문서의 최종 결재권자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였다. 

③ 원고들과 피고의 행정원이 한 부서 내에서 업무를 수행하여 그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피고의 행정원이 원고들과 동종ㆍ유사업무를 수행하였다는 것은 아니다. 

④ 피고의 사무보조직은 ‘일반직이 수행하는 직무를 상시ㆍ지속적으로 보조하는 직무에 종사하는 직종’이다.  피고의 사무보조직은 원고들의 고용을 염두에 두고 신설한 것으로, 원고들에 대한 직접고용의무 발생 이후인 2020. 8. 18. 신설되었다.  그런데 파견법 제6조의2 제3항 제2호에 따르면, 비교대상 근로자가 없는 경우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이 기존 근로조건 수준보다 낮아지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어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기존 근로조건보다 높은 수준인 사무보조직의 근로조건을 적용하는 것은 파견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원고들 역시 행정원이 비교대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 사무보조직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보어야 함을 전제로 예비적 청구를 하고 있기에, 원고들의 비교대상 근로자를 사무보조직으로 인정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

다.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재판부는 먼저 사용사업주가 파견법이 정하는 직접고용의무를 완전하게 이행하지 않은 경우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에 대하여 직접고용의무를 완전하게 이행하였더라면 파견근로자가 받았을 임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며(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6다239024, 239031, 239048, 239055, 239062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중간수입이 있다면 손해배상 시 해당 중간수입을 공제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5다232859 판결 참조)를 설시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 A 등과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이 사건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다음 근로계약기간 만료일 무렵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지한 것은 직접고용의무를 불완전하게 이행한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피고는 원고 A 등이 구하는 바에 따라 피고가 직접고용의무를 완전하게 이행하였더라면 원고 A 등이 받았을 임금에서 중간수입 등을 공제한 금액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을 통해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의 이행 여부 및 파견근로자의 비교대상 근로자에 대한 판단기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상판결에선 사용자가 파견근로자들에 대하여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한 이후에 새로운 직역을 설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직역은 비교대상 근로자 직역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