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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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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임금피크제 관련 규정을 ‘정년연장형’에서 ‘정년유지형’으로 변경하면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시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변경된 규정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
2024.02.08
[대상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2. 8. 선고 2020가합115409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은행법이 규정하는 은행업무 등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에 입사하여 근로를 제공한 자들로 재직 중이거나 퇴직한 사람들입니다. 

피고는 2007. 12. 18. 인사규정을 개정하면서 ‘직원의 정년은 58세로 한다.  다만,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특정 직원에 한하여 정년을 별도로 정할 수 있다(이하 ‘종전 정년규정’)'라고 정하였습니다.  나아가 피고는 2007. 12. 21.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은행지부(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와 사이에 ‘① 직원의 정년은 58세로 하며, 정년이 도달한 달의 말일에 당연 퇴직하는 것으로 본다.  ②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경우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한 정년은 60세로 연장하며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노사가 별도로 정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단체협약에 관한 보충협약’을 체결하였으며(이하 ‘이 사건 보충협약’), 2008. 1. 1.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제정하여 임금피크제(이하 ‘1차 임금피크제’)를 실시하였습니다.

피고는 2015. 5. 12. 이 사건 노동조합과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의 담당 직무를 변경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도 개선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였고(이하 ‘이 사건 개선 합의서’ 혹은 ‘이 사건 개선 합의’), 2015. 7. 14. 인사규정상 직원 구분 규정을 ‘일반직원, 전문직원 및 특정직원’에서 ‘일반직원 및 전문직원’으로 구분하는 내용으로 개정하였습니다(이하 ‘개정 직원구분 규정’).  그 무렵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폐지하고, ‘인사운영지침’ 등에 임금피크제 세부 규정들을 추가하면서 피고의 직원들에게 적용되는 임금피크제 내용을 변경하였습니다(이하 개정 변경된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이 사건 임금피크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과 관련하여 개정된 주요 내용은 1차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에서 정한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옮긴 것이지만, 임금피크제 정의 규정은 ‘정년을 연장하여’라는 문구가 빠진 채로 규정되었습니다(이하 ‘변경된 정의 규정’).  그리고 피고는 2016. 1. 1.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직원의 정년은 60세로 한다’고 정하였습니다(이하 ‘개정 정년규정’). 

한편, 피고 일부 직원들은 1차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하여 2017. 1. 19. 서울중앙지방법원에 2017가합504034호로 1차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은 무효이며,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라 감액된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위 일부 직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해당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이하 ‘관련 선행 판결’). 


2. 판결 요지

가. 재판부는 1차 임금피크제를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피고의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에 대하여 판단하였는데, 먼저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직원의 담당 업무와 관련해 살펴보았습니다.  

재판부는 1차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피고의 근로자 중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직원들은 특정 직원에 해당하는데, 특정 직원은 일반 직원이나 전문 직원에 비하여 경감된 업무를 담당한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런데 개정 직원구분 규정 등에 따르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일반 직원으로 분류되어 원칙적으로 일반 직원과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으므로 이 범위에서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노동조합과 피고가 2015. 5. 12.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직원의 담당 직무를 마케팅 직무 및 일반 직무로 일괄 전환하기로 하는 이 사건 개선합의를 하였고, 이 사건 개선합의는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는 직원의 업무를 전환하는 내용이므로 위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은 이 사건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재판부는 피고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과 관련하여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았다고 보아 절차적 하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시하였습니다. 

나. 재판부는 다음으로 임금피크제 정의 규정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판단하였는데 임금피크제 정의 규정에서 ‘정년을 연장하되’ 부분을 삭제한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피고가 취업규칙을 그와 같은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이 부분 취업규칙 변경은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각 정의 규정은 임금피크제 실시와 관련하여 ‘정년연장’을 전제하는지에 대하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년이 연장될 것을 전제로 실시하는 임금피크제에 비하여, 정년 연장 여부와 무관하게 실시되는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게 더 불리한 근로조건에 해당함은 명백하다. 

② 피고는 1차 임금피크제의 경우 58세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것을 전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보충협약 등의 내용을 보면 이 사건 노동조합은 정년연장을 전제로 임금피크제 도입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③ 1차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던 피고는 종전 정의 규정을 2015. 7. 14.경 변경된 정의 규정과 같이 바꾸고, 개정 정년규정에서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의 정년을 따로 정하지 않음으로써, 피고가 시행하는 임금피크제를 정년연장형에서 정년유지형으로 변경하였다.  피고는 개정 정년규정이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에서 정한 정년(60세)간주규정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임금피크제 변경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④ 1차 임금피크제에 따를 경우 각 근로자가 임금피크제 적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었기에, 근로자들은 고령자고용법의 60세 정년 간주규정 시행 시점에 피고에 대하여 정년을 60세보다 연장할 것을 전제로 하여 임금피크제 시행을 요청하고, 그와 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을 거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1차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아 그 적용시점부터 정년이 60세로 변경된 근로자들의 경우에도 변경된 정의 규정이 없었다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보다는 유리한 조건의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도록 협상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변경된 정의 규정의 내용이 그 자체로 근로자의 기득한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였는지 불분명할 수 있지만, 임금피크제 적용의 전제가 된 ‘정년연장’이라는 근로조건을 박탈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피고 회사가 시행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두고 법원 사이에 결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3. 11. 23.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는데(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1. 23. 선고 2021가합513583 판결 참조),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특히, 대상판결에서는 ‘임금피크제 시행과 관련하여 유리한 조건을 협상할 기회’ 등을 근로조건에 대한 기득의 권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위와 같은 협상 기회가 취업규칙의 보호영역에 따라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상급심의 판단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