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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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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근로자의 근로 제공 의무를 면제하는 휴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
2024.02.02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4. 2. 2. 선고 2023나2035761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대형마트 경영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로서 상시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법인이고, 원고들은 피고에 재직 중이거나 퇴직한 근로자들입니다. 

피고는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근로자참여법’)에 따른 노사협의회를 두고 있는데, 노사협의회의 사업장 또는 조직단위별 근로자위원은 근로자들의 직접ㆍ비밀ㆍ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되고 사업장 근로자대표는 사업장 근로자위원들 중 호선하여 결정되며, 전사 근로자대표는 전국의 사업장 근로자대표들의 직접ㆍ비밀ㆍ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됩니다.

피고는 피고 노사협의회의 전사 근로자대표와 2012. 4.경부터 매년 근로기준법 제60조에 따른 연차유급휴가와 취업규칙에 의한 유급휴일을 유통산업발전법에 의거한 점포별 의무휴업일로 대체하여 사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고 있고, 합의 체결 시 합의 내용 및 공휴일의 대체휴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한 ‘근태처리기준’을 피고 내 노동조합들 및 각 사업장에 고지하고 있습니다. 

원고들은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일은 본래 근로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날이므로, 그 날로 대체휴일을 지정하게 한 것은 부적법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휴일근로수당 등을 추가로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가. 의무휴업일이 근로자들의 ‘휴일’인지 여부

재판부는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에 따른 의무휴업일(이하 ‘의무휴업일’)이라고 하여 곧바로 근로자들의 근로의무가 없는 휴일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의무휴업일은 고객에 대한 영업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긴 하나,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서 근로자들의 근로의무를 면제하는 휴일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단체협약ㆍ취업규칙ㆍ근로계약ㆍ관행 등에 따라 정해진 휴일이 ‘약정휴일’, 법률에 따라 정해진 휴일이 ‘법정휴일’이다.  피고의 취업규칙ㆍ근로계약에서는 의무휴업일을 휴일로 정한 바 없고, 피고의 단체협약으로 의무휴업일을 휴일로 정하였다거나 의무휴업일을 휴일로 정하는 관행이 있다는 점에 대한 주장ㆍ증명도 없다.  따라서 의무휴업일은 약정휴일에 해당하지 않는다.  

② 법률에 따라 정해진 휴일은 근로기준법 제55조,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에서 정한 것처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2조 각 호(제1호는 제외)에 따른 공휴일 및 같은 영 제3조에 따른 대체공휴일을 말하는데, 여기에도 의무휴업일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의무휴업일은 법정휴일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③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의 개정 이유는 “대ㆍ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 및 지역상권의 활성화” 외에도 “대규모점포 등 종사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등을 도모하려는 것임”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의무휴업일이 곧 법정휴일이 된다고 볼 수 없다.  특히, 근로자가 의무휴업일에 근로한다고 하더라도 그날 제공할 근로의 양과 질은 정상 운영하는 날보다 적거나 가볍다. 

④ 의무휴업일을 법정휴일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 제1항 본문의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 근로자들은 매월 이틀의 추가 휴일을 얻게 되는데,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 근로자들에게만 매월 이틀의 추가 법정휴일을 주는 것은 불균형하고 부당하다.


나. 전사 근로자대표와의 휴일대체 합의가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 단서에서 정한 근로자대표와의 합의에 해당하지 않는지

원고들은 피고와 휴일대체 서면합의를 한 전사 근로자대표는 근로기준법 제55조 제2항 단서에서 정한 ‘근로자대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피고가 전사 근로자대표와 휴일대체 합의를 한 이 사건 합의는 위법ㆍ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근로기준법 제24조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시 근로자대표와 관련된 법리를 확인하였고, 이 사건에도 해당 법리는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시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그러한 노동조합이 없을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사람과 협의해야 하는데,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 협의의 상대방이 형식적으로는 근로자 과반수의 대표로서의 자격을 명확히 갖추지 못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대표자로 볼 수 있다면 절차적 요건을 충족한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두15964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합의는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한 휴일대체 합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① 피고의 근로자들은 자주적으로 사업장 근로자위원을, 사업장 근로자위원은 사업장 근로자 대표를, 사업장 근로자대표는 전사 근로자대표를 각각 선출하므로, 전사 근로자대표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었다.  전사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은 반드시 근로자들로부터 직접 선출되어야만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② 원고들은 피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에 대하여 피선거권 제한이 있으므로, 근로자위원들의 민주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근로자위원 피선거권에 제한을 둔 것은, 근로자위원의 권한과 책임이 크다는 점과 근로자들로부터 신망을 얻어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들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선출하기 위한 자격요건으로 합리성이 인정된다.  이러한 제한은 피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의 민주적 정당성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③ 피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에 대한 선거권 제한(1년 초과 휴직자 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반드시 전체 근로자에게 선거권이 있어 그 전체 근로자의 투표로 선출되어야만 근로자대표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과반수 근로자를 대표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근로자대표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선거권이 제한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을 고려하더라도, 근로자위원에 대한 선거권을 갖는 근로자들은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가 된다. 

④ 피고의 전사 근로자대표는 2012년 무렵부터 계속하여 피고와 휴일대체 합의인 이 사건 합의를 하였고, 제11기 전사 근로자대표는 2021. 1. 29. 이 사건 합의의 취지를 근로자들에게 이메일로 송부하여 안내하였고, 피고는 2020. 6. 3. C노동조합에 전사 근로자대표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의 지위를 가지며 매년 전사 근로자대표와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문으로 안내하였다. 

⑤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근로자대표의 선출방법을 정하지 않고 있고, 이에 관하여 확립된 법리도 없다.  나아가 현재 피고 내에서 ‘전사 근로자대표’ 외에는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할 기관이나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다툼 없는 사실).  만일 전사 근로자대표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로 보지 않는다면 피고로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연장근로의 제한, 보상휴가제 등의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사항을 협의할 상대방이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근로계약관계에서의 ‘휴일’과 다른 법령에서의 의무휴업일을 구별하고, 전자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나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의 선정 절차, 민주적 정당성과의 관계 등에 대한 기준을 밝히고, 전사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의 권한을 가짐을 인정하였다는 의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