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피고인은 E 주식회사의 사내이사로서, G 주식회사로부터 하도급 받은 공사 중 일부를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은 A에게 다시 하도급 주었습니다. 이후 A가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체불하자, 직상 수급인인 E 주식회사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집행한 피고인이 근로기준법 위반(임금 연대책임)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이 E 회사의 대표가 아니며, 단순히 업무를 집행했을 뿐이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 원심 판결의 요지
원심 판결은 피고인이 비록 E 주식회사의 실경영주의 지위에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건설업 미등록자인 A에게 하도급을 주는 계약 체결, 공사대금 지급 등 관련 업무 전반을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과 권한으로 수행하였다고 보았습니다. E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형식적으로 관여했을 뿐, 사실상 피고인이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경제적 이익도 피고인에게 귀속된 점을 근거로 피고인을 근로기준법 제115조의 양벌규정에 따른 ‘직상 수급인의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로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며,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임금을 체불하면 그 직상 수급인이 연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115조의 양벌규정은, 직상 수급인이 아니면서 이러한 직상 수급인의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가 있을 때 벌칙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 행위자도 처벌하려는 데 취지가 있다.
여기서 ‘직상 수급인의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란,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하수급인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 하는 업무’ 및 ‘하도급대금 지급 등 해당 하도급과 관련하여 자금을 집행하는 업무’ 등에 관하여 사실상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이나 권한으로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는 직상 수급인과의 관계, 행위자의 지위, 하도급계약 체결 경위, 자금 집행 권한, 경제적 이익의 실질적 귀속 주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원심이, 피고인이 E 회사의 사내이사로서 사실상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과 권한으로 미등록 하수급인에게 하도급을 주고 관련 자금을 집행하는 등 직상 수급인의 업무를 실제로 집행한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양벌규정을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법인의 대표이사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권한을 가지고 불법 하도급을 결정하고 실행한 개인(임원, 현장소장 등)도 양벌규정을 통해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건설 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발생하는 임금체불 문제와 관련한 직상 수급인으로서의 형사책임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집니다.
이처럼 건설 현장에서는 직위나 명칭과 무관하게 하도급을 실질적으로 결정ㆍ관리한 임원이나 현장 책임자가 형사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하도급 운영 방식과 현장 책임 구조를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