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광주고등법원 2025. 6. 19. 선고 2024나24172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주식회사JC가 운영하는 JD제철소의 협력사 43개사(이하 ‘
참여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들입니다. 피고는 참여회사가 출연한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ㆍ운영하여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동근로복지기금입니다.
피고가 설립되기 전 각 회사들은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에 따라 자녀 학자금 등 복지급부를 이행하였는데, 피고가 설립된 이후로는 자녀 장학금 등 지급 제도가 공동근로복지기금으로 통합되었습니다.
피고는 2021. 9.경 참여회사를 통해 소속 근로자의 장학금 지급신청을 받았는데, 이 중 일부가 JC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하 ‘
관련 소송’)을 진행 중임을 인지하였습니다. 이에 피고는 참여회사 직원인지 JC의 직원인지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관련 소송이 완결될 때까지 신청자에 대한 장학금의 지급을 유보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지급되지 않은 장학금 및 복지포인트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법원은 피고의 정관, 내부규정에 따라 참여회사에 근속 1년 이상 재직 중인 JC 주요 협력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에게 자녀 장학금 및 복지포인트를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원고들이 관련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근거로 소송 제기자들과 다른 근로자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임에도, 지급을 차별하는 것은 헌법 제11조를 위배하여 원고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원고들이 관련 소송에서 JC 소속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이 확인되면, 피고는 지급대상이 아닌 자들에게 지급하는 결과가 되므로, 피고로서는 그 지급을 유예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직접고용간주의 효과가 발생하여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 사이에 근로관계가 새롭게 성립하더라도 사용사업주가 현실적으로 직접고용을 하지 않아 파견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경우, 파견근로자와 파견사업주 사이의 근로관계는 위 간주로써 자동 소멸하는 것은 아니고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 사이의 직접근로관계와 병존한다고 보아야 함. 따라서 위 기간 동안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 소속으로 계속 사용사업주에게 근로를 제공하였고 이에 대해 파견사업주가 임금 등을 지급하였다면, 파견사업주는 파견근로자와 체결한 근로계약에 따라 이를 지급한 것이지, 사용사업주의 지급을 대행한 것이거나 제3자로서 변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음.
- 원고들은 JC로부터 현실적으로 직접고용이 되거나 JC의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는 판결이 확정된 때에 비로소 참여회사 소속 근로자의 지위(수혜자격)를 상실하게 될 것인데, 원고들이 위와 같은 사유로 참여회사 소속 근로자의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음.
- 관련 소송이 확정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음에도 그때까지 장학금 및 복지포인트의 지급을 유보하는 것은 피고의 설립 목적(공동근로복지기금 조성에 참여한 회사 소속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복지증진에 이바지)에 반함.
- 원고들이 관련 소송에서 승소하여 소급적으로 JC의 근로자 지위를 얻게 되더라도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장학금 및 복지포인트에 상응하는 금원을 JC로부터 이중으로 지급받을 우려는 없음.
피고는 참여회사 소속이 아닌 JC의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면서도, 참여회사 소속임을 이유로 장학금 등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금반언 등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도 주장하였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관련 소송의 결과가 언제 확정될지 불확실한 점, 원고들이 관련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에는 JC의 근로자 지위를 취득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들이 관련 소송을 제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에게 장학금 내지 복지포인트의 지급을 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하였다거나 피고가 그와 같은 신뢰를 가지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이 관련 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피고에게 장학금 내지 복지포인트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라고 보기도 어려움.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된 차별 금지 규정이 아닌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이유로 장학금 지급 유예가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인정하였습니다.
한편 법원은 근로자들 간의 처우 차이가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지 문제된 사건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와 헌법 제11조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특별한 검토를 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24. 8. 22. 선고 2022가합53630 판결 등). 대상 판결도 이와 동일하게 헌법 제11조를 근거로 삼으면서도 소송 제기 여부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