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피고는 투자매매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고, 원고는 1990. 1. 8.경 피고 직원으로 입사하여 2021. 12. 31.경 희망퇴직한 근로자입니다. 개정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피고 사업장의 정년은 2016. 1. 1.부터 만 60세로 간주되었습니다.
피고는 2017. 2. 14.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투자지부(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합의하여 2017. 3. 1.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습니다(이하 ‘변경 전 임금피크제’). 피고는 2021. 3. 23.경 이 사건 노동조합과 변경 전 임금피크제의 적용기간과 조정률 등을 변경하기로 하여 곧바로 시행하였습니다(이하 ‘변경 후 임금피크제’, 변경 전ㆍ후를 구분하지 않고 통칭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
한편, 원고는 만 55세에 달하는 해인 2019. 9. 1.경부터 희망퇴직일인 2021. 12. 31.경까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19. 9.경부터 2020. 8.경까지는 피크임금의 80%(변경 전 임금피크제 적용), 2020. 9.경부터 2021. 8.경까지는 피크임금의 60%(변경 전ㆍ후 임금피크제의 각 조정률 동일), 2021. 9.경부터 2021. 12.경까지는 피크임금의 50%(변경 후 임금피크제 적용) 수준으로 조정된 임금을 수령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헌법 및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등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 않았을 경우와의 임금 차액 등을 청구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유형
재판부는,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법상 임금체계 개편조치 의무화’를 도입 이유로 내세우는 등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연장의 유기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이상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이미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후인 2017. 3. 1.경 도입되었으므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노사가 정년연장이 배경이 되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면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가 동시에 도입되지 않더라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보아야 한다며,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사이의 시간적 간격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정년유지형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중 종전 정년 구간인 만 58세의 반기 말일까지의 구간은 정년유지형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을 기준으로 노사가 정년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며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배척하였습니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무효인지 여부
재판부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하여 무효인지는 1)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2)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3)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4)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의 법리를 확인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이러한 법리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해서도 하나의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보았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배되는 것으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고령 직원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층의 신규채용 기회를 확대한다’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러한 목적은 일응 타당성이 있다.
- 다만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ㆍ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에서 정한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②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근로자들은 만 55세에 도달한 때부터 정년인 만 58세까지 3년간 고정급여의 300% 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있었는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라 만 55세부터만 60세에 이르기까지 5년간 지급받을 수 있는 고정급여는 변경 전 임금피크제를 기준으로 260%, 변경 후 임금피크제에 따르면 310%에 불과하다.
- 피고가 원용하는 ‘고용노동부 업종별 임금피크제 일반모델안’에 따르더라도 피고와 같은 기타 금융권은 기간 평균 25~30% 내외의 감액률이 일반적으로 적절하다고 되어 있는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평균 감액률은 48%(변경 전 임금피크제 기준) 내지 47.5%(변경 후 임금피크제 기준)에 이른다.
- 다음과 같은 사정, (i) 정년연장에 따른 복리후생비 수령 등의 이익은 2년간 지속되지만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고정급여 감소 등의 불이익은 4~5년 지속되는 점, (ii) 감액 대상인 고정급여가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조정률 또한 큰 편인 점, (iii) 피고 시행 복리후생 제도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요양비’와 ‘학자금’은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지급되는 것으로, 정년연장 기간 반드시 수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실제 지급받지 못한 직원이 상당수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연장된 근무기간 동안 받는 혜택이 그로 인한 근로자의 불이익을 상쇄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부족하다.
③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 감액되는 임금에 비례한 노동시간 단축, 업무경감 또는 단축, 목표수준 하향, 업무 내용 변경 등 관련 대상 조치가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 피고는 원고 직무 특성상 업무 저감 조치 등의 대상 조치를 도입할 필요성이 적었다고 주장하나, 대상 조치 도입 필요성이 적은 직무가 일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직무에 대해서는 대상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
④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의 사용처
-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감액된 재원을 활용하여 고령근로자의 고용을 안정화하고 청년 채용 규모를 확대하였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3. 의의 및 시사점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판단 기준’을 밝힌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의 법리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하급심에서의 결론이 일치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대상판결을 비롯한 다수 판결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에도 위 정년유지형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거나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입장으로 보이며(이를테면, 서울고등법원 2023. 1. 18. 선고 2022나2025057 판결 등), 일부 판결에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는 위 대법원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이를테면, 대전고등법원(청주) 2022. 12. 7. 선고 2022나50254 판결 등].
이 건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본 사례입니다. 임금 감액의 불이익이 큰 데 반해 대상조치는 부족하다는 것이 주요 논거입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임금 감액률이 큰 사업장에서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보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