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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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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사용자가 기획재정부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 · 시행한 경우 해당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인정한 사례
2024.09.05
[대상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9. 5. 선고 2023가합77298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에 근거한 공법인으로, 2009. 10. 1.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해산ㆍ통합한 다음 각 권리ㆍ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방식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원고들은 1980년부터 1990년경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에 입사하여 2021. 12. 31.자로 피고에서 퇴직한 근로자들입니다. 

대한주택공사의 경우 2005년경부터 인사적체 해소 및 고용안정 등을 목적으로 상위직급인 1ㆍ2급을 전문직원으로 전환한 후 일부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피고는 2009. 10. 1. 설립 이후 대한주택공사의 임금피크제와 동일한 내용의 「전문직원 관리 시행세칙」을 제정ㆍ시행하여 오다가, 2013. 5. 24. 및 2015. 1. 30. 두 차례 개정하였습니다.  2015. 1. 30. 개정안에 따르면, 종전보다 임금지급률을 일부 인하(‘전문직원 전환 직전 기본연봉’을 기준으로 만 57세에 도달하는 연도의 직전 연도 말일까지는 95%, 그 이후부터 퇴직일까지는 각 70%를 지급)하였습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2015. 5. 7.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시달하였고, 이에 피고는 2015. 8. 28. 직원의 정년을 만 59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는 내용으로 인사규칙을 개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을 1ㆍ2급 직원에서 전 직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종전 「전문직원 관리 시행규칙」을 「임금피크제 운영 시행세칙」으로 개정하였습니다.  이후 위 인사규정 및 임금피크제 시행규칙은 2016. 1. 1.부터 시행되었습니다(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  

원고 1인은 피고 회사 2급 직원이었고, 나머지 원고들은 3급 직원으로서 모두 2020. 1. 1.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었습니다.  

피고 회사에는 과반수 근로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없고, 3급 이하의 직원들로 구성된 2개의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원고들은 1)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94조를 위반한 절차적 하자와 2)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들을 차별하는 것이어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되는 실체적 하자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삭감된 임금 상당액 등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의 절차적 하자에 관한 판단


재판부는 먼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과 관련하여,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의 과반수’라 함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를 뜻한다는 기존 대법원 법리를 확인하였습니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또한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의 경우 반드시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전 근로자가 일시에 한자리에 집합하여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견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는 법리를 설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1다1832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하여 절차적 하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피고는 2015. 7. 20.부터 같은 달 23일까지 광역ㆍ지역ㆍ사업본부에서 직원설명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에 관하여 설명하였고, 그 과정에서 질의응답 과정을 통해 대안 및 의견 등을 수렴하였다. 

② 피고는 회사 내부망 게시판을 통하여 직원들로부터 임금피크제의 기준, 불이익, 임금지급률 등에 관한 문의를 받고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의 직무개발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안받았다.  또한 위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 상호 간에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하였다.
 
③ 피고는 위와 같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2015. 8.경 임금피크제 설계안을 확정하였고, 2015. 8. 12. 소속 근로자들에게 임금피크제 적용 기준, 임금 삭감률, 신규 채용규모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임금피크제 설명자료를 배포하였다. 

④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무렵 3급 이하 직원들 중 95%는 2개의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었는데, 두 노동조합은 2015. 8. 19. 및 같은 달 20일 임금피크제에 관한 회의를 개최하여 3급 이하 직원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였다. 

⑤ 위와 같은 절차 이후 피고 근로자들 중 각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노조위원장에게 위임장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2급 이상 직원들은 개별적으로 동의서를 피고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하여 찬반 의견을 밝혔는데 전체 근로자의 73.1%가 동의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었다. ​​​​​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실체적 위법성에 관한 판단

재판부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반하여 무효인지는 1)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2)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3)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4)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의 사용 목적 등의 요소로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설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위 법리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관한 것이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인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판단에도 참고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성격 및 도입 목적의 타당성

- 개정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선 정년을 연장할 경우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사업주가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또한 고용보험법령 역시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다. 

-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은 피고 직원들의 정년 연령을 기존의 만 59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함으로써 근로능력과 의지가 있는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고, 정년 연장에 따라 사용자인 피고가 부담하게 될 막대한 규모의 추가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다.  실제 피고는 상위직급(1ㆍ2급)에 속하는 일반직 직원과 전문직원의 인건비 총합이 해당 직급의 인건비 한도를 초과하여 기획재정부 경영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피고 전체 직원들이 일부 인건비 초과분을 반납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② 원고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및 대상조치의 적정성

- 원고들의 정년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 피고 회사 3급 직원을 기준으로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해당 근로자들은 연장된 정년을 포함하여 정년 직전 3년간 기본연봉 기준으로 220%를 받게 되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전과 비교해 20% 임금을 더 받을 수 있게 되었다.  2급 직원의 경우 이 사건 임금피크제 이전에도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고 있었는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인해 정년이 연장되고 25% 더 많은 임금을 지급받게 되었다.  

- 피고는 2019. 9. 2.부터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에 대하여 9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시행하였고,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은 주 31시간의 범위에서 자유롭게 개인별 근무시간을 설계하여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③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의 사용

- 임금피크제가 시행될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이다.

 -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신규채용을 실시하여 재원 절감을 통해 신규채용의 확대라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표 일부를 달성하였다. 


3. 의의 및 시사점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대상판결의 경우 임금피크제 도입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하여, 근로기준법 제94조 위배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반면, 서울서부지방법원 2023. 5. 25. 선고 2021가합40792(본소)ㆍ2022가합31283(반소) 판결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해 정년이 연장된 시기에 한하여 급여가 감액되었으므로, 이는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처럼 임금피크제 도입 시의 구체적인 제반 사정에 따라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 여부’ 판단이 엇갈리고 있으므로, 사후적으로 임금피크제가 무효로 판단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절차적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