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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최신 판례
[노동]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에 대하여 근무 시기에 따라 근로자파견관계 인정 여부를 달리 판단한 판결
2024.08.23
[대상판결:  대법원 2024. 8. 23. 선고 2022다218936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울산, 아산, 전주 등에 공장을 두고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ㆍ판매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주식회사입니다.  원고들은 피고의 협력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들로 피고의 자동차 연구ㆍ개발시설인 ○○연구소 내에서 소방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원고별 피고 협력업체에 최초 입사한 시점과 입사 당시 협력업체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고 최초 입사일 입사 시 협력업체
A 2000. 5. 8. 갑 업체
B 2012. 9. 24. 병 업체
C 2014. 10. 1. 정 업체

○○연구소는 1996년경 판매용이 아닌 각종 시험용 시제차를 제작함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새로이 고안ㆍ설계된 자동차의 품질 및 성능을 평가함으로써 자동차의 연구ㆍ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화성시 일대에 설립된 연구소입니다.  ○○연구소에는 약 1만여 명에 달하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들은 1) 인사, 총무 등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일반직, 2) 제품기획, 디자인, 설계,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연구직, 3) 시험운전, 장비점검,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직으로 구분되며 1만여 명의 근로자들 중 연구직 직군의 근로자가 8,000여 명에 달합니다.  원고들은 ○○연구소 내에서 소방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소방대 업무를 담당하였던 협력업체는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습니다. 
 
구분 협력업체명
1998년경 ~ 2001년경 갑 업체
2001년경 ~ 2003년 10월 을 업체
2003년 10월 ~ 2013년 7월 병 업체
2013년 7월 ~ 정 업체

피고는 2012년 이전까지는 그 기간에 해당하는 협력업체와 직접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소방업무를 위탁하였습니다.  2012년경부터 피고는 계열사인 ○○ 주식회사에 사업장의 시설 및 자산을 관리하는 내용의 자신관리 위탁계약을 체결하였고, ○○ 주식회사는 위탁받은 자산관리 업무 중 일부를 재위탁하는 방법으로 협력업체들과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하여 협력업체들로 하여금 재위탁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의 ○○연구소 사업장에서 소방업무에 종사하면서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ㆍ감독 아래에서 피고에 직접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 따른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 및 임금 지급 청구(혹은 고용의 의사표시 이행 및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등을 청구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들 모두에 대해, 피고와의 관계에서 파견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도급계약에서도 도급인은 계약상의 급무 이행과 관련하여 급부의 종류, 범위, 시간과 장소, 순서,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고, 이 경우 수급인은 도급계약에서 정한 세부사항에 따라 급부를 이행할 계약상의 의무를 부담하므로, 피고가 위탁 기본계약서, 자산관리 별도 협정서, 업무위탁 계약서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업무 내용을 정하였다거나 원고들을 포함한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위 계약서 등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인정하기 어렵다. 

나.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일일안전순찰일지, 화재진압보고서 등을 전달받았으나, 이를 근태관리, 근무평가에 이용하지 않았다.  피고 안전환경팀 소속 직원들은 사고 대응 및 예방 등을 위해 관련 내용을 공유할 필요도 있었다. 

다. 소방 업무는 ○○연구소의 핵심 업무인 자동차 연구개발 업무와 명백히 구별된다.  피고 소속 근로자들 중 소방 업무를 주된 업무로 수행하는 사람은 없었고, 피고의 안전환경팀에 결원이 발생하였을 때 원고들이 대체 투입된 바도 없다.  원고들이 피고의 직원들과 공동으로 화재진압ㆍ대피 훈련을 진행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위탁계약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에 불과하므로,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라. 협력업체들은 소방 업무에 종사할 근로자를 개별적으로 직접 채용하였고, 협력업체 소속 팀장, 소방대장이 직접 업무에 대한 계획, 일정 등을 결정하여 독자적인 작업배치권을 행사하였다.  피고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채용과정, 작업배치권 등에 관여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마. 원고 대부분은 소방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소방 관련 업무 경력을 보유하는 등으로 소방 업무에 필요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협력업체가 수행한 소방 업무는 위탁계약에서 구체적으로 정한 업무 범위 내로 한정되어 있었고 피고의 안전환경팀 직원들이 수행한 소방행정 등 업무와 구별된다. 

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수가 상당한 규모에 달했고, 정 업체는 ○○연구소 외의 다른 사업장에서 미화, 환경 등의 용역업무를 위탁 수행하였다.



3. 대상판결 요지

원고 B, C에 대해서는 원심 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그러나 원고 A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근로자 파견의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가. 원고 A의 계쟁기간은 2000. 5.부터 2002. 5.까지로 원고 B, C의 계쟁기간인 2014. 9. 및 2016. 10.보다 앞서고 시간적 간격도 매우 크다.  따라서 원고 B, C가 근무할 당시 소방 업무가 수행된 방식, 피고와 협력업체의 역할 등이 원고 A의 계쟁기간에도 동일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나. 원고 A는 계쟁기간 동안 협력업체인 갑, 을 업체 소속으로 소방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i) 피고는 원래 자신의 직원들만으로 ○○연구소 소방대를 운영하다가 1999년말에서 2000년 초경 그중 일부를 협력업체 소속 직원으로 대체하는 내용의 조직 변경을 한 사실, (ii) 원고 A는 조직 변경에 따라 갑 업체 소속으로 ○○연구소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당시 소방대장은 피고 직원인 행정지원실장이 맡았고, 그 바로 아래에서 피고 직원인 안전과장이 원고 A 등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을 포함한 소방대 근무자들의 업무를 총괄한 사실, (iii) 당시 용역직 소방대원은 2인 1조로 교대근무를 하였는데 용역직원의 휴무일에는 피고의 직원이 대신하여 근무한 사실, (iv) 원고 A는 소방 관련 학교를 졸업하거나 소방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v) 원고 A가 소속된 협력업체들은 소방 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인적 자원이나 물적 설비를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 원고 B, C의 업무 수행 방식과 대조된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원고 A는 계쟁기간 동안 피고로부터 지휘ㆍ명령을 받으며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 A가 피고와 어떠한 관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방 업무를 수행하였는지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은 채, 2012년 이후의 사정을 들어 원고 A의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의의 및 시사점

현재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협력업체가 전문성, 독립성을 갖춘 이후에 입사한 직원들에게는 불법파견이 인정되지 않지만, 그보다 전에 입사한 직원의 경우 불법파견이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입니다. 

법원은 불법파견 소송에서, 개별 공정별로 판단하는 것은 물론 같은 공정 내에서도 원고별 근무기간 동안의 실태를 개별적으로 살펴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8966 판결 등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