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최신 판례
[노동] 자동차 제조 · 판매 회사의 2차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서열, 불출하는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들은 자동차 제조 · 판매 회사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본 판결
2024.08.23
[대상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8. 23. 선고 2022나151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울산, 아산, 전주에 공장을 두고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ㆍ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며, 원고들은 계쟁기간 및 청구기간 동안 ○○로지텍 > ○○산업 > ○○산업으로 순차 소속 업체가 변경되면서 피고의 울산4공장에서 근무한 근로자들입니다.  원고들은 울산4공장에서 차량의 사양에 맞게 부품을 선별하여 정해진 규격 용기에 적입하고(‘서열’), 이와 같이 적입된 용기(팔레트)를 조립라인으로 운반하는 업무(‘불출’)를 담당하였습니다.  서열ㆍ불출 업무는 자동차 생산공정 중 생산관리 업무의 일환입니다. 

A 주식회사는 피고의 계열회사로 2001. 2. 22. 그룹의 물류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로지텍과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일부 업무를 ○○로지텍에게 하도급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산업은 ○○로지텍과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일부 업무를 재하도급 받았습니다.  ○○산업은 2011. 4. 1. A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산업의 업무를 그대로 승계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와의 근로자파견관계를 주장하면서 고용의 의사표시 및 임금 차액 등을 청구하였습니다.  피고는 2차 협력업체 소속인 원고들에게 직접 업무상 지휘ㆍ감독을 한 사실 등이 없다며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인하였고, A에 대하여 도급인으로서 지시를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가. 근로자파견관계의 인정 여부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은 ○○로지텍, ○○산업에 고용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실제로는 피고의 울산4공장에 파견되어 피고를 위한 서열ㆍ불출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보아 원고들 및 피고 사이의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였습니다. 
 
1)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상당한 지휘ㆍ명령

 - 피고는 2차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울산4공장 내에서 서열ㆍ불출 작업에 종사한 원고들에 대하여 직ㆍ간접적으로 업무수행에 대하여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하였다.  1차 부품물류회사인 A는 계쟁기간 당시 원고들의 사내 서열 및 불출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 서열작업을 수행한 근로자들은 피고가 제공한 서열지 또는 서열 모니터를 통하여 구체적인 작업내용을 인지하게 된다.  서열작업은 조립라인에서 직접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컨베이어 공정의 속도 등에 밀접하게 연동되어 업무의 양이나 속도가 결정된다.  서열지나 서열 모니터는 단순히 서열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자동차 생산방식과 관련한 업무의 특성과 결합하여 지정된 시각에 지정된 순서로 부품을 서열할 것으로 요구한다는 점에서 근로자들에 대한 지휘ㆍ명령이라는 요소 역시 포함하고 있다.

- 피고 산하 생산관리4부는 울산4공장 내 2차 협력업체의 대표자나 소장들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업무회의를 소집하였고, 안전사고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수시로 업무회의를 소집하였다.  A의 담당 직원이 위 업무회의에 참석한 사실도 있으나, 피고의 생산관리4부 담당 직원이 A를 거치지 아니하고 2차협력업체의 대표자나 소장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산업 등 소속 근로자들은 피고 소속 정규직 조립라인 근로자의 업무를 일부 보조하기도 하였다. 

- ○○산업은 소속 근로자들의 파업에 대비하여 ‘하청업체별 파업 대비 대체인원 투입계획’을 수립하여 피고에게 보고하였다.  ○○산업이 작성한 ‘하청업체별 파업 대비 대체인원 투입계획서’에는 하청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의 명단, 담당 공정, 파업참가 예상 여부, 1차 대체투입 관리자 또는 근로자 명단, 2차 대체투입 할 피고의 담당부서와 담당자 명단이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다. 

2) 피고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인정 여부

- 원고들은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 혹은 다른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서열ㆍ불출 업무를 수행하여 왔으며, 원고들이 수행한 서열ㆍ불출 작업은 피고가 설계한 UPH 등에 의하여 직ㆍ간접적으로 좌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시ㆍ종업시간, 휴게시간, 연장 및 휴일근무시간 등이 모두 위 피고가 정한 시간에 구속되었던 것은 물론, 해당 공정의 작업량이나 투입 인원 또한 컨베이어벨트의 작동 속도 및 생산량을 감안하여 책정되었다.

- 원고들은 형식적으로는 피고와 A 등과의 계약관계에 따라 그 소속이 ○○로지텍 → ○○산업 → ○○산업으로 순차 변경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소속 업체의 변경과 관계없이 동일한 근로조건을 유지한 채 울산4공장에서 동일한 업무를 계속 수행하였다.

- 원고들의 업무대상인 부품의 종류는 피고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었으며, 이에 따라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이 서열ㆍ불출하였던 부품을 ○○산업 등 소속 근로자들이 서열ㆍ불출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산업 등으로부터 각 부품별 작업인원을 기재한 조직도를 직접 보고받았다.

3) ○○산업 등의 독자적 권한 행사 여부

- 도급비 지급 방식이 임율도급인지 물량도급인지에 따라 도급과 파견을 구별ㆍ판단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투입 인원에 따라 도급비를 정산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도급인 측에서 실질적으로 작업물량, 작업시간, 작업인원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거나 수급업체 인력운용에 관한 비용 일체를 도급비로 정산해 주고 있다면, 이는 파견의 징표로 볼 수 있다.

-  ① 출ㆍ퇴근 및 휴가 사용 등에 관한 협력업체 차원의 근태관리 또한 피고가 정한 근무시간, 작업량 등에 따라 적정 인원이 공정에 투입됨을 전제로 하여 그 한도 내에서만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의 생산관리4부는 협력업체의 소장, 대표를 소집하여 진행한 업무회의에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태관리, 업무수행 등에 관한 구체적 지시를 한 점, ③ ○○산업 등이 울산4공장 내에서 서열ㆍ불출 업무를 수행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다른 업무에 종사하도록 하거나 다른 장소에서 근무하도록 인사발령을 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찾을 수 없는 점, ④ 일부 도급계약에선 ‘근태 및 급여관리’를 도급대상 업무로 명시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에 대한 ○○산업 등의 임금 지급, 근태관리는 오히려 피고의 구체적인 노무관리 등의 일부를 대신하여 행하는 측면이 크다.

4) 서열ㆍ불출 업무의 전문성ㆍ기술성 인정 여부

-  ① ○○산업 등 소속 근로자들이 서열ㆍ불출한 부품의 종류는 피고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변경된 점, ② 부품의 종류를 제외하면 ○○산업 등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한 서열ㆍ불출 업무와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수행한 서열ㆍ불출 업무 사이에 내용상의 차이는 발견되지 않는 점, ③ ○○로지텍이 ○○산업에 하도급하거나 ○○산업이 ○○산업의 업무를 승계할 당시 기존에 근무하던 근로자들 대부분은 각각 ○○산업 및 ○○산업에 승계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로지텍, ○○산업이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거나 고유하고 특화된 업무를 위탁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5) 독립적 기업조직, 설비 구비 여부

- 원고들이 수행한 서열ㆍ불출 업무는 ○○로지텍의 자체 서열장이 아닌 피고의 울산4공장 내에서 이루어졌으므로, ○○로지텍이 자체 서열장을 보유하였는지는 원고들의 파견관계 성립 여부의 징표로 볼 수 없다.  나아가 원고들이 계쟁 기간 중 ○○로지텍의 BK통합서열시스템으로부터 제공된 서열지가 아니라, 피고가 제공한 서열지 또는 서열모니터를 보고 서열작업을 수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 ○○산업의 소속 근로자 수는 44명에 불과하고 울산4공장 내에서 수행한 서열ㆍ불출 업무 외에 다른 업무는 수행하지 않았다.  ○○산업이 서열ㆍ불출 업무를 위해 고유한 기술이나 특별한 자본을 투입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피고는 개정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따라 원고들에게 직접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습니다. 

나.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파견법에 따른 고용의무가 발생하기 이전 기간에 대해서도 ‘피고 소속 정규직 직원과의 임금 차액’ 상당에 대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피고는 고용의무를 부담하기 이전의 기간에 대해서는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없으므로, 손해배상 의무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재판부는 파견법 제21조 제1항은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에게 “파견근로자라는 이유로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파견사업주뿐 아니라 사용사업주 또한 임금을 포함하여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하거나 차별을 시정할 의무를 부담하기에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이유로, (i) 파견법 제2조 제7호에서는 ‘차별적 처우’를 임금, 정기상여금을 비롯한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말하는 점, (ii) 파견법 제21조 제1항은 파견법 제34조(근로제공 과정에서의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 사이의 책임 소재를 정한 규정)와 달리 차별적 처우를 받은 파견근로자의 현실적인 불이익을 예방ㆍ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인 점, (iii) 파견법 제21조 제1항의 차별금지 규정의 실효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사용사업주에게도 차별금지의무가 부과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점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일부 하급심 판결이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원청과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이후 그와 유사한 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상판결 역시 원청과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와 사이에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