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제26조는 해고예고제를 정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해야 하고, 만일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않으면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천재ㆍ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용자가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거나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경우 또는 재산상 손해를 끼친 때에는 해고예고의 예외가 인정됩니다.
시행규칙 별표는 예외사유를 더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에 대한 예를 들고 있습니다. ①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고 불량품을 납품받아 생산에 차질을 가져온 경우 ② 영업용 차량을 임의로 타인에게 대리운전하게 하여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③ 사업의 기밀이나 그 밖의 정보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사업자 등에게 제공하여 사업에 지장을 가져온 경우 ④ 허위 사실을 날조하여 유포하거나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여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온 경우 ⑤ 영업용 차량 운송 수입금을 부당하게 착복하는 등 직책을 이용하여 공금을 착복, 장기유용, 횡령 또는 배임한 경우, ⑥ 제품 또는 원료 등을 몰래 훔치거나 불법 반출한 경우 ⑦ 인사ㆍ경리ㆍ회계담당 직원이 근로자의 근무상황 실적을 조작하거나 허위 서류 등을 작성하여 사업에 손해를 끼친 경우 ⑧ 사업장의 기물을 고의로 파손하여 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가져온 경우를 적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해고요건이 충족되면 예고 없이 해고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열거규정은 아니므로 이에 한정되지는 않습니다.
적용 대상 근로자에 대한 예외도 있습니다. ① 일용근로자로서 3개월을 계속 근무하지 아니한 자, ② 2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사용된 자, ③ 계절적 업무에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사용된 자, ④ 수습 사용 중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해고예고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 35조).
이러한 해고예고제는 해고에 대한 적법성 통제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근로기준법은 해고 사유와 시기, 방법 등에 대해 여러 제한을 두고 있으며, 해고를 할 때에는 적법성을 준수할 것을 요구합니다. 해고예고제는 해고의 의사가 근로자에게 발현되는 시점을 규율하며, 절차적 통제의 성격이 강합니다. 사용자로서는 해고예고를 하기 전에 해고의 실체적 적법성에 대한 검토를 해야 하고, 근로자에게 예고를 하는 방법 등을 준수하여 절차적 적법성도 갖추어야 합니다. 특히 해고예고제 위반만으로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형사처벌조항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예고 자체를 적법하게 하는 데에도 유의해야 합니다.
해고예고는 말이나 문서로 할 수 있습니다. 구두로 해고하는 경우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 것보다는 완화되어 있습니다. 해고예고에서 중요한 사항은 해고될 대상자와 날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대상자를 특정하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 감원의 불가피한 이유 등을 들어 감원을 주지시킨 것만으로는 유효한 해고예고가 될 수 없습니다. 나아가 불확정한 기한이나 조건을 붙인 예고는 효력이 없습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해고예고제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사용자인 피고인이 근로자 갑에게 "후임으로 발령받은 을이 근무해야 하니 업무 인수인계를 해 달라", "당분간 근무를 계속하며 을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 주라"고만 말하고 갑을 해고했는데, 피고인의 이런 말만으로는 갑의 해고일자를 특정하거나 날짜를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예고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도13833 판결). 해고날짜를 명확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고예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셈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같은 맥락에서, 사용자가 근로자들에게 사업자등록을 마친 다음 영상취재요원으로서 업무 수행할 것을 요청하면서 '사업자등록을 마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피고 회사의 보도본부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근로자들을 해고한 30일 전에 해고일자를 특정하거나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으로 해고예고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설령 위 통보가 해고예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조건을 붙인 예고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1다53638 판결).
구체적인 사례에서 해고예고 방법의 적법성을 판단할 때에는 해고예고제의 취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해고예고제는 근로자로 하여금 해고에 대비하여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시간적 또는 경제적 여유를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1다53638 판결). 사용자가 해고날짜를 정하지 않거나 조건을 붙여서 가정적인 통보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해고에 대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법자가 해고예고제의 대상에서 제외한 근로자들도 해고에 대비할 필요가 낮은 경우입니다. 이미 처음부터 근로기간이 정해져 있거나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경우 등에는 굳이 근로자에게 해고에 대비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해고예고제의 취지를 이해하는 데에는, 해고예고의 예외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도 도움이 됩니다. 종래 근로기준법은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도 해고예고 대상이 아니라고 정하고 있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해고예고제도의 입법 취지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해고예고 적용배제사유를 종합하여 보면, 해고예고 적용을 배제하는 경우는 근로관계 계속에 대한 근로자의 기대가능성이 적은 경우로 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월급근로자로서 6월이 되지 못한 자'는 대체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한 자들로서 근로관계의 계속성에 대한 기대가 적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해고 역시 예기치 못한 돌발적 해고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6개월 미만으로 근무한 월급근로자도 전직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갖거나 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곤란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그럼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를 해고예고제도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근로기준법 조항은 6개월 미만인 월급근로자의 근로권리를 침해하고,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고 결정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15. 12. 23. 선고 2014헌바3 결정).
헌법재판소는, 해고예고제도는 근로조건의 핵심적 부분인 해고와 관련된 사항일 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갑자기 직장을 잃어 생활이 곤란해지는 것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근로자의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으로서 근로권리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설시했습니다.
위 판시는 종전 2001. 7. 19. 선고 99헌마663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는 내용입니다. 종래 헌재는 해고예고제도는 해고자체를 금지하는 제도가 아니고 해고자체의 효력과도 무관한 제도로서 근로관계의 존속이라는 근로자보호의 본질적 부분과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법자에게 상대적으로 넓은 입법 형성의 여지가 있다고 하여 합헌결정을 한 바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처럼 종전 판시와 정반대에 가까운 결정을 한 데에는 해고제도의 취지에 대한 고민을 더 깊게 하고, 비교법적인 고려까지 한 배경도 있습니다. 독일, 영국과 같은 유럽 각국 역시 해고예고제도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지만, 근로자의 근로기간에 따라 해고예고기간을 달리 하고 있으며, 6개월 미만으로 근로한 월급근로자를 해고예고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상 해고예고제도와 거의 같은 제도를 갖고 있는 일본 노동기준법 제21조도 '월급근로자로서 6개월이 되지 못한 자'를 제외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1963년의 고용주에 의한 고용종료에 관한 권고(119호 권고) 제7조에서 "고용이 종료되는 근로자는 합리적인 예고기간과 이에 갈음하는 보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1항). 이때 "근로자는 다른 직장을 얻기 위하여 임금을 상실하지 않고 근무를 하지 않는 합리적인 시간을 부여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합니다(2항). 이 권고는 1982년 158호 협약으로 채택되었습니다. 협약 제11조에서 "고용이 종료되는 근로자는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즉 사용자가 고용기간 중에도 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정도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합리적인 예고 기간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근로기준법상 해고예고제도를 입법하고 해석ㆍ적용할 때에도 해고예고제의 취지가 구현될 수 있도록 하면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운용하려는 흐름이 있습니다. 해고의 적법성을 확보하려 할 때에는 해고예고의무 역시 중요하게 감안해야 하는 절차입니다. 현재 판례는, 해고예고의무를 위반했더라도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갖추고 있는 한 해고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대법원 1994. 6. 14. 선고 93누20115 판결), 최근 헌재의 결정 등에 비춰보면, 변화 가능성도 엿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