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3구합55658ㆍ56231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참가인 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된 사안입니다.
2022. 4. 22. 참가인 조합이 원고 회사에 ① 성과급 지급, ② 학자금 지급, ③ 노동조합 활동 보장, ④ 노동안전, ⑤ 취업방해 금지의 5가지 의제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는데, 원고 회사는 참가인 조합의 조합원과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고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2022. 4. 29. 참가인 조합이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하였는데, 2022. 6. 23.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 회사가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지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구제신청 기각하였으나, 2022. 12. 30.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 회사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범위에서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초심판정 중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행위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참가인 조합의 재심신청을 일부 인용하였습니다.
2023. 12. 1. 기준 원고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는 131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는 16,771명이었는데,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와 ‘공사하도급 기본거래계약’을 체결하고, 개별작업에 관하여 워크오더 단위로 외주 시공계약 체결하고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작업지시, 설비관리, 안전조치 등 산업안전과 관련된 영역 전반을 지배하였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사용자에는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 및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 다면적 노무제공관계에서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의 존재를 간과할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의 권리를 형해화시킬 수 있음
- 헌법 제33조제1항의 단체교섭권은 근로자가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대방과 교섭할 수 있는 현실적 기회를 부여받을 때 실효성이 확보됨
-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87호, 제98호의 비준으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 국제노동기준에 따르면, 하청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원청에 대하여 단체교섭권을 가짐
-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체계, 내용 등에 비추어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는 반드시 개별적 근로계약관계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 않음
나아가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 회사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제1, 2, 4 의제(성과급 지급, 학자금 지급, 노동안전)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나, 제3, 5 의제(노동조합 활동 보장, 취업방해 금지)에 대하여는 그러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1) 제1, 2 의제(성과급 및 학자금 지급) : 교섭의무 인정
- 원고 회사가 성과급 총액을 결정하고 사내하청업체에 교부하면 사내하청업체가 소속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구조가 장기간 유지됨
- 원고 회사와 참가인 조합 원청 지회 사이의 단체협약에서 사내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성과급 등 처우에 관한 사항이 장기간 노사 간 교섭 및 합의의 대상이 됨
- 사내하청업체는 성과급, 학자금을 별도 재원으로 마련하지 않고 원고 회사가 지급해준 돈으로 충당됨
2) 제4 의제(노동안전) : 교섭의무 인정
- 원고 회사는 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사내하청업체 및 그 소속 근로자에게도 적용
- 원고 회사는 사내하청업체 및 그 소속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을 독립적으로 규율하는 별도의 내부 규정을 직접 제정하여 적용됨
- 이 사건 사업장 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원고 회사의 안전담당팀이 사고 조사 및 사후처리 절차를 수행함
3) 제3, 5 의제(노동조합 활동 보장, 취업방해 금지) : 교섭의무 부정
- 노동조합 사무실 설치나 사업장 내 출입은 노동조합의 조직적 독립성과 운영 자율성을 전제로 하여 하청업체와의 교섭 및 협의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사항임
- 취업 방해 행위 금지, 블랙리스트 작성 금지는 근로기준법 제40조에 의해 이미 금지되는 행위로, 단체교섭을 통한 자율적 규율의 필요성이 낮음
이에 따라 법원은 원고 회사가 제1, 2, 4 의제에 관하여 참가인 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제3, 5 의제에 관하여 참가인 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없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다면 같은 이유로 이루어진 이 사건 단체교섭 요구 미공고 역시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인 귀결이라고 보면서, 제1, 2, 4 의제에 관해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도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이 판결은 원청 회사가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해당 부분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의 첫 번째 핵심 쟁점인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연관된 판례로 협력업체 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으로서 도급인(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한 사례입니다.
조선업에서 성과급, 학자금, 노동안전 의제에 대한 교섭의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성과급, 학자금과 같은 사항도 교섭의무 사항으로 인정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