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2. 11. 24 자 2019헌바108 결정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2항 전문 위헌소원]
미성년자를 입양할 때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그 양육 상황, 입양의 동기, 양부모(養父母)의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입양허가를 결정합니다.
그러나 성년을 입양할 때에는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관할구청에 가서 입양신고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됩니다. 당사자 모두가 구청에 갈 필요도 없고, ‘신고사건 본인의 주민등록증ㆍ운전면허증ㆍ여권 등 신분증명서 또는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면 됩니다. 구청 담당 공무원은 서류가 갖춰져 있으면 이를 수리할 뿐, 실질적인 입양의 의사가 있었는지를 심사할 권한은 없습니다. 입양신고서가 수리되면, 이로써 입양의 효력이 생깁니다. 즉 양자는 입양된 때부터 양부모의 친생자과 같은 지위를 갖게 되며, 양부모 사망시 친생자와 동일한 상속자가 됩니다.
자산가인 A의 건강이 악화되자, 조카인 B가 2016. 8.경부터 A가 사망한 2017. 5. 7.까지 A를 간병하였습니다. A가 사망한 이후, A의 가족들은 B가 A의 자녀로 입양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A가 사망하기 전, B가 구청에 방문하여 입양신고서를 제출했고, A는 건강상의 이유로 구청에 가지 못해 신분증명서로 출석을 대신했습니다.
A의 가족은 B를 상대로 입양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면서, 입양신고 시 신고사건 본인의 출석을 강제하거나 본인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본인 이외의 사람이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본인의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명서를 제시하여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2항(이하 ‘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당해사건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A의 가족은 대상조항이 입양신고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신고를 가능하게 해 자기결정권 및 가족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대상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했습니다. 당사자의 출석 대신 신분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이 허위 입양을 방지하는 완벽한 조치는 아니라고 해도 원치 않는 가족관계의 형성을 방지하기에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부족한 수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의사능력이 부족한 고령자에 접근하여 상속을 노리고 입양신고를 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습니다. 최근 2022. 11. 26.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입양 신고를 한 요양보호사의 사례를 다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권한 없이 타인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하거나, 신분증명서를 부정사용하여 입양신고가 되고 입양에 관한 내용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될 경우 형법에 따라 형사처벌되고, 그러한 행위를 통하여 이루어진 허위입양은 당사자의 신고의사가 없으므로 언제든지 입양무효확인의 소를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합헌의 근거로 삼았지만,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입양무효확인의 소에서 당사자의 의사를 입증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2명의 재판관의 반대의견처럼 친자관계는 친자관계를 전제로 한 법률관계 전반의 기초가 되는 것이므로 입양신고의 진실성 담보 강화가 높게 요청되는데, 현재 성년입양에 관한 절차는 당사자 사이에 진정한 입양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담보하기에 부족합니다.
비록 이번에 헌법재판소는 합헌이라고 결정하였지만, 성년입양 절차에 대해서는 법률 개정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