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대법원 2025. 9. 26. 선고 2022다276369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제조 공정 관련된 일부 직무 및 사내 식당 직무에 관하여 사내 협력업체들과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원고들은 타이어 공장 구내식당에서 근무하며, 조식, 중식, 석식, 야식의 조리 및 배식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해당 도급계약은 업무 내용의 실질상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 파견법 제6조제3항 본문의 고용간주규정에 따른 근로자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제1심은 근로자파견관계 성립을 부정하였지만, 원심은, ‘피고 소속 영양사 등이 원고들에 대하여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하였고, 원고들의 업무가 구내식당 운영에 필수적인 것으로 구내식당 업무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에는 원고들이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있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지휘ㆍ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원심과 달리, 아래와 같은 근거를 들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제3자의 상당한 지휘ㆍ명령이 있었는지 여부
피고 소속의 영양사 등이 식단을 결정하고 작업지시서 등을 작성ㆍ제공하였으나, 작업지시서 등의 주된 내용은 재료의 종류와 비율, 간단한 조리 방법에 관한 것일 뿐 구체적인 작업의 방식, 요령, 순서 등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피고 소속의 영양사가 조리ㆍ배식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원고들에게 어떠한 요청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요청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원고들과 어떠한 관계에서 업무를 수행하였는지에 관한 증거가 부족하고 피고의 영양사 등이 원고들에 대한 근태관리, 평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피고가 위 작업지시서 등을 통하여 원고들에게 그 업무 범위를 지정하는 것을 넘어 업무수행 자체에 관하여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근로자가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있었는지 여부
원고들의 조리ㆍ배식 업무는 피고의 주된 업무인 타이어 제조ㆍ생산 업무와 명백히 구별된다. 구내식당 업무를 중심으로 보더라도, 피고 소속 영양사 등은 식단의 선정과 식재료의 조달ㆍ검수 업무를, 원고들은 조리ㆍ배식 업무를 각 수행함으로써, 피고 소속 근로자인 영양사 등과 원고들은 각자 담당하는 업무가 어느 정도 구분되어 있었고 서로 대체하는 관계에 있지 않았다. 원고들이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3) 원고용주가 독자적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 권한을 행사하였는지 여부
사내협력업체에 대한 대금은 기본적으로 식사 인원을 기준으로 지급되었다. 원고들은 공장 근로자들의 식사시간에 맞추어 조리ㆍ배식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이는 구내식당을 도급 방식으로 운영하였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피고가 사내협력업체의 근로자 인원 수 또는 근로시간을 비롯한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 권한을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사내협력업체는 노사협의회 등을 통한 협의 절차를 거쳐 원고들을 비롯한 소속 근로자들의 근무시간, 근무조 편성 등에 대한 결정권한을 일정 정도 독자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4)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는지 여부
사내협력업체의 업무 범위는 원심이 인정한 것처럼 조리ㆍ배식 업무의 이행으로 한정되었고, 원고들이 조리ㆍ배식 업무 외에 추가적인 업무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한편, 대상판결은, 불법파견관계에 있는 근로자에게 적용되어야 할 근로조건과 관련하여, 동종ㆍ유사 업무 근로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원고들의 주장은 재판상 자백의 대상이 되는 사실에 대한 주장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하며, 피고의 기능직 근로자가 동종ㆍ유사 업무 근로자라는 점에 대하여 재판상 자백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결하였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원심은 피고 소속 영양사 등이 작성한 주간메뉴표에 메뉴 및 각 재료의 비율과 모양, 간단한 조리 방법 등이 기재되었다는 이유로 이를 작업지시서로 평가하였습니다. 또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에 관하여, 구내식당 업무에 대한 편입 여부를 검토했습니다. 즉, 원고들이 담당한 조리ㆍ배식 업무는 구내식당의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인데, 구내식당 업무를 중심으로 볼 때, 원고들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에 반해 대법원은 영양사가 식단을 결정하고 재료의 종류와 비율, 간단한 조리 방법을 적은 문서를 전달한 것은, 구체적인 작업의 방식, 요령, 순서 등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작업 지시가 아니라고 평가하였습니다. 또한 피고 사업 전체의 관점에서 원고들의 조리ㆍ배식 업무는 피고의 주된 업무인 타이어 제조ㆍ생산 업무와 명백히 구별되고, 영양사의 업무와도 구별되어 대체관계에 있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불법파견과 도급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지속적인 업무 실태 점검과 개선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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