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판결 : 대법원 2025. 2. 20. 선고 2024두52427 판결]
피고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7조 제1항 제3호에 근거하여 영등포구 일대 재건축정비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의 사업시행자로 지정 고시된 자이고, 원고들은 이 사건 사업 구역 내에 상가건물의 지하 1층을 공유의 형태로 소유하여 오다가 공유물 분할을 원인으로 각 구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자들입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사업시행자로 시정되는 것에 대하여 동의의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피고와 별도의 신탁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고, 피고는 관할청에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을 하면서 원고들을 위탁자 명단에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들은 구분소유권을 바탕으로 단독적인 위탁자 내지 분양신청권자의 지위에 있다는 점에 대한 확인을 구하였는데, 피고는 원고들이 피고와 신탁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어 원고들에게 ‘위탁자’의 지위는 물론 분양신청권자의 지위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원고들에게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조의2에 따른 구분소유가 인정되지 않아 독립적인 분양신청권을 부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원심은 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 제1항은 재건축사업의 토지등소유자가 재건축사업의 조합원이나 위탁자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재건축사업에 동의”할 것 외에 다른 조건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재건축사업에 동의한다는 의사만 표시하면 당연히 ‘위탁자’가 된다고 해석할 수 있고, ②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7조에 의해 지정개발자 시행 방식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의 내용이 통상적인 조합 시행 방식의 경우 요구되는 조합설립 동의의 내용과 유사하거나 더 자세하여 토지등소유자로 하여금 사업시행자 지정에 대한 동의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규율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신중한 절차를 통해 토지등소유자가 신탁업자의 사업시행자 지정에 동의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재건축사업의 시행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③ 동의서 내용 중 신탁계약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로 신탁업자와 사이에 신탁계약이 묵시적으로나마 성립될 여지 또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심은 위와 같은 판단을 토대로 신탁업자를 지정개발자로 하는 시행방식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는 같은 법 제39조 제1항에서 말하는 “재건축사업에 동의”한 자이며, “위탁자”이므로 위탁자 지위 확인을 구할 권원이 있다고 보아 원고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더불어, 원고들이 소유한 상가의 점포는 구분건물로 등기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를 형성하여 왔으므로 원고들 중 일부의 경우, 개별적인 위탁자 지위 내지 분양신청권자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원심 판단을 수긍하며, 이에 더하여 신탁업자가 사업시행자인 재개발사업 또는 재건축사업에서 신탁업자와 토지등소유자 사이에 ‘위탁자’의 지위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토지등소유자는 사업시행자인 신탁업자를 상대로 공법상 당사자소송에 의하여 ‘조합원’ 개념에 대응되는 ‘위탁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함으로써 위탁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형태에 관한 판단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신탁업자를 사업시행자로 하여 시행되는 정비사업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그 법률관계를 판단한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대상판결은 신탁업자가 지정개발자 방식으로 시행하는 사업에서의 신탁업자의 지위와 토지등소유자 내지 위탁자의 지위를 조합과 조합원의 관계에 준하여 해석함으로써 조합원 또는 분양자 지위 확인은 물론 청산금, 이주비 등의 분쟁 해결의 방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한편, 대상판결의 원고들 소유 건축물과 관련하여, 구분소유로 등기되어 있지 않은 1동의 건물과 「건축물관리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다가구주택은 외형의 측면에서 유사하다는 점에서 구분소유로 등기되어 있지 않은 1동의 건물을 사실상 구분소유의 형태로 이용되어 왔음을 이유로 각 소유자에게 개별적인 분양신청권을 인정하는 것은 다가구주택 소유자에게 1주택을 공급하는 것과 비교하였을 때 형평에 반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가구주택은 무주택영세민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건축되는 건축물로 대지 및 건물의 벽ㆍ복도ㆍ계단 기타 설비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각 세대가 하나의 건축물 안에서 각각 독립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지 아니한 주택을 의미하여 원칙적으로 구분소유권 등기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대상판결의 원심은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다가구주택에 관한 건축법 규정의 내용ㆍ취지나 범위는 집합건물에서 구분소유를 인정하는 요건이나 효과, 입법 취지와 국면을 달리하기 때문에 그 형평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는 점 또한 유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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