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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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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L사의 협력업체 소속으로 L사 외부에서 서열보급(자재보급)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이 L사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사례
2024.07.11
[대상판결: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274069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제조ㆍ판매 사업을 하는 L 주식회사가 M 주식회사를 인수하여 2002. 8. 7. 신설한 법인으로, 인천에 본사를 두고 인천 부평구와 창원시에 공장을 두어 각종 자동차 관련 기계, 설비 및 그 부품의 설계, 제조, 조립, 정비, 판매와 금융, 보급 및 서비스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피고는 2004년 초순경 W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협력업체’)와 피고 공장의 조립 공정에 필요한 일부 부품을 위 업체가 서열하여 조립 라인에 보급하기로 하는 업무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그때부터 피고의 사내협력업체인 S회사가 담당하던 서열보급 업무를 이 사건 협력업체가 함께 담당하였습니다.  이 사건 협력업체가 담당한 서열보급 업무의 대부분은 피고 공장에서 차로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사업장(이하 ‘외부 사업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원고 A는 2004. 6. 16., 원고 B는 2005. 3. 8., 원고 C는 2005. 1. 19., 원고 D는 2005. 3. 24., 원고 E는 2006. 2. 15., 원고 F는 2004. 5. 17., 원고 G는 2004. 7. 19., 원고 H은 2005. 8. 30., 원고 I는 2005. 11. 19., 원고 J는 2004. 5. 1. 이 사건 협력업체에 각 입사하여 피고의 자동차 생산 과정 중 조립 공정에 필요한 부품이나 자재를 조달하여 지정된 위치에 운반하는 보급업무, 위 부품이나 자재를 사전에 지정된 순서에 따라 늘어놓는 서열업무에 종사하여 왔습니다.


2. 원심 판결 요지

원심은 원고들이 1) 2005년경 피고보조참가인에 고용된 후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피고의 창원공장에서 피고의 지휘ㆍ명령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었고, 2)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칙 내지 실효의 원칙에 반하지 않으며, 3) 원고2의 고용의사표시 청구에 관하여 5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면서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습니다(부산고등법원 (창원) 2021. 7. 15. 선고 2020나14522 판결).
 
가. 피고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자동차 생산 방식의 특수성)

원고들이 담당한 간접생산 공정인 서열보급업무는 중단 없이 작동하는 컨베이어 라인의 생산일정에 맞추어 적시에 조립부품 등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간접생산 업무 또한 자동차 생산 업무의 중심인 컨베이어벨트의 생산속도 및 일정에 연동되어 이루어지게 된다.  그 결과 그 업무의 시작 및 종료시간, 연장ㆍ야간ㆍ휴일근무 시간 등이 피고가 정한 생산계획에 구속되었고, 해당 공정의 작업량이나 투입 인원 또한 컨베이어벨트의 작동 속도 내지 생산량을 감안하여 책정되었다.

이처럼 간접생산 공정도 자동차 생산 업무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있어,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인 원고들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피고는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요구되는 표준작업방식과 동일한 작업방식을 요구하였고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도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함께 AE 감사 및 각종 검사를 받도록 하여, 피고도 사실상 피고 및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관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계약의 내용 및 목적

도급비는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투입한 노동력의 양과 근로시간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므로 일의 완성이 아닌 노동력 제공 자체에 대한 대가로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이 사건 협력업체가 청구하는 도급비의 적정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태자료를 공유하게 되며,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근로시간에 따라 도급비가 지급되는 이상 이 사건 협력업체는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투입근로자의 수를 결정할 수 없고, 그 최종적인 결정권은 피고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수가 늘어나면 도급비가 증가되므로 만약 협력업체가 그 소속 근로자의 업무강도가 과다하다고 판단하여도 임의로 소속 근로자의 수를 늘릴 수 없다).

다. 업무의 지휘ㆍ명령 권한

원고들이 담당한 서열보급업무의 경우 피고가 전산시스템을 통하여 제공하는 일종의 작업사양서인 ‘텔레그램’에 따라 수행되었고,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그 내용을 출력하여 확인할 수 있을 뿐 내용을 직접 입력하거나 수정할 수 없었다.  피고는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직장, 조장 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교육을 하거나 생산량 등의 업무지시를 하였으며, 협력업체가 수행하는 각 업무에 투입되는 근로자의 수도 실질적으로 피고가 결정하였다.  결국 피고가 이 사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라. 업무의 차별성 및 전문성ㆍ기술성

원고들이 담당한 서열보급 업무는 피고가 미리 교부한 작업사양서에 따라 동일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어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와 구별되는 전문적인 기술이나 숙련도가 요구된다고 보기 어렵다.

마. 이 사건 협력업체의 독립적 기업조직 및 설비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핵심적으로 필요한 생산 관련 시설ㆍ장비, 작업도구, 부품 등은 대부분 피고의 소유였고, 이 사건 협력업체는 이를 임차하여 사용하였는바, 피고와는 독립적인 조직과 설비를 갖춘 기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바. 피고의 신의칙 위배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들이 이 사건 협력업체에 입사한지 약 15년이 지나서 이 사건 청구를 하는 것은 신의칙(실효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항변하였으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원고들이 피고와의 근로관계를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피고에게 이를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가 형성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 또는 실효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

사. 고용의무이행 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

파견근로자의 고용의무이행청구권은 파견법상 부여된 법정채권으로서 이를 사용사업주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에 해당한다거나 상행위에 준하는 채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직접고용의무 이행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이 5년이라는 피고 주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고, 위 직접고용의무 이행청구권에 단기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도 없으므로, 위 직접고용의무 이행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은 민법 제162조 제1항에서 정한 10년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원고들이 위 2008. 2. 15., 2007. 8. 30., 2007. 11. 19.로부터 10년이 지나기 전인 2017. 5. 31.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결국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도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 판결을 수긍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가. 제1, 2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참가인은 2004년경 피고와, 피고의 사내협력업체가 담당하던 서열보급 업무를 참가인이 함께 담당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사내협력업체와 함께 서열보급업무를 수행하였다.

2) 참가인 소속 관리자는 주로 피고로부터 받은 지시를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였을 뿐이고, 위 관리자가 일부 직접 지시를 하거나 피고로부터 받은 지시를 변경하였더라도, 이는 피고가 정한 작업방법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였다.

3) 서열보급 업무는 컨베이어 라인의 생산일정에 맞추어 적시에 조립부품 등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컨베이어벨트의 생산속도 및 일정에 연동되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업무의 시작 및 종료시간, 연장ㆍ야간ㆍ휴일근무 시간 등이 피고가 정한 생산계획에 구속되었고, 해당 공정의 작업량이나 투입 인원 또한 컨베이어벨트의 작동 속도 내지 생산량을 감안하여 책정되었다.

4) 피고는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에게도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요구되는 표준작업 방식과 동일한 작업방식을 요구하고 동일한 감사와 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 사실상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관리하였다.

5) 참가인은 피고의 □□공장 내에서 이루어지던 서열업무를 외부사업장에서 수행하기도 했으나, 이는 피고의 □□공장의 공간 부족으로 인한 것이었을 뿐이고, 피고의 □□공장 안에서 하는 서열업무와 외부사업장에서 하는 서열업무 사이에 특별한 차이는 없었다.

6) 참가인에 대한 도급비는 참가인 소속 근로자가 투입한 노동력의 양과 근로시간에 따라 지급되었다.  피고는 참가인이 청구하는 도급비의 적정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참가인 소속 근로자들의 근태자료를 공유하였다.

7) 원고들이 참가인에 입사하여 근무한 기간 중 2005년경부터 2007년경까지 사이에 참가인이 지게차, 트럭 등 일부 장비를 보유하기는 했으나, 핵심적으로 필요한 생산 관련 시설, 장비, 작업도구, 부품 등은 대부분 피고의 소유였고, 참가인은 이를 임차하여 사용하였다.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이 2005년경 참가인에 입사한 날부터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근로자파견의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제5 상고이유에 대하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의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사용사업주가 파견법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근로자파견의 상용화ㆍ장기화를 방지하고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할 목적에서 행정적 감독이나 처벌과는 별도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사법관계에서도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라는 법정책임을 부과한 것이므로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따른 고용 의사표시 청구권에는 10년의 민사시효가 적용됨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 2의 고용 의사표시 청구에 관하여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멸시효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과 비교되는 사례로, 대법원은 1차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서열ㆍ불출업무를 담당한 근로자의 파견관계를 긍정하고 2차 부품물류회사 소속으로 불출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의 파견관계를 부정한 원심을 확정하고(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23다203993 판결), 2차 협력업체 소속으로 자동차 공장 내에서 생산관리(서열ㆍ불출)를 담당한 근로자의 파견관계를 부정한 원심을 확정하였으며(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3다215842, 2023다215859 판결), 2차 협력업체 소속으로 부품 서열ㆍ불출 업무를 한 근로자들에 대해 파견근로를 인정한 원심을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17다15010, 2017다15027, 2017다15034 판결).

대상판결은 사외에서 이루어지는 서열 업무에 대하여도 파견관계를 인정하였다는 점, 직접고용의무에 따른 고용의사표시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기간을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른 10년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다운로드 :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27406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