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등록된 특허의 유효성을 사후적으로 다투는 수단으로는 특허무효심판이 오랫동안 대표적인 제도로 활용되어 왔다. 여기에 2017년 3월부터 시행된 특허취소신청 제도가 더해지면서, 부실특허의 정리를 위해 두 제도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이 가능해졌다. 두 제도는 모두 하자 있는 특허를 소멸시킨다는 점에서 같은 목적을 지향하지만, 신청권자ㆍ기간ㆍ사유ㆍ절차구조ㆍ불복가능성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 통계로 두 제도의 활용 현황을 살펴본 뒤, 두 제도를 비교하고, 취소신청의 장단점과 실무상 효율적 활용 방안을 제시한다.
2. 최근 활용 현황
지식재산처 통계에 따르면 특허취소신청은 연 160~190건 규모로 청구되며, 취소신청 심리 건중 취소결정에 이르는 비율(취소율)은 20~30%대에 머문다. 반면 특허무효심판은 연 330~370건이 심리되고, 청구 인용률은 40~50%대로 취소신청의 취소율보다 높게 나타난다.
| 연도 |
취소신청 심리건 |
취소결정(취소율) |
무효심판 심리 |
인용(인용률) |
기각ㆍ각하 |
| 2023 |
148건 |
48건(32.4%) |
337건 |
146건(43.3%) |
154건(45.7%) |
| 2024 |
163건 |
38건(23.3%) |
327건 |
173건(52.9%) |
127건(38.8%) |
※ 출처: 지식재산처 통계
3. 두 제도의 비교
두 제도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주장할 수 있는 사유의 범위에 있다. 특허취소신청은 신규성ㆍ진보성ㆍ확대된 선출원ㆍ선출원 위반에 한정된다. 그중에서도 특허법 제29조제1항제1호의 공지ㆍ공용발명(공연실시 등)에 기초한 무효사유와, 등록공보에 게재된 심사관 인용 선행기술에 기초한 사유로는 신청할 수 없다(특허법 제132조의2 제1항ㆍ제2항). 이는 취소신청의 취지가 공지 여부 입증이 어렵지 않은
간행물ㆍ전기통신회선에 게재된 문헌증거 중 심사 과정에서 미처 검토되지 못한 것들을 근거로 등록특허를 신속하게 재검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재불비(제42조), 모인출원, 신규사항 추가, 후발적 무효사유 등은 취소신청의 대상이 아니며, 이러한 사유는 무효심판으로만 다툴 수 있다.
| 구분 |
특허취소신청 |
특허무효심판 |
| 근거 규정 |
특허법 제132조의2 이하 |
특허법 제133조 |
| 절차 성격 |
결정계(지식재산처 주도) |
당사자(대립 구조) |
| 신청ㆍ청구권자 |
누구든지(이해관계 불요) |
이해관계인 또는 심사관 |
| 기간 |
설정등록일 ~ 등록공고 후 6개월 |
설정등록 후(권리 소멸 후에도 가능) |
| 주장 가능 사유 |
신규성ㆍ진보성ㆍ확대된 선출원ㆍ선출원에 한정 |
모든 무효사유 |
| 신청인 절차 개입 |
신청 후 제한적 |
당사자로 전 과정 참여 |
| 불복 |
신청인은 기각결정 불복 불가 / 특허권자는 취소결정 불복 가능 |
양 당사자 모두 불복 가능 |
| 일사부재리 |
없음(동일 증거로 무효심판 가능) |
적용 |
| 익명성 |
제3자 명의로 비노출 진행 가능 |
당사자 노출 |
| 처리기간 |
약 1년 내외 |
약 14개월
(경우에 따라 2년 이상 소요되기도 함) |
4. 취소신청의 장점
첫째, 공격 주체의
익명성이 확보될 수 있다. 이해관계가 없어도 누구든지 신청할 수 있어, 제3자 명의로 진행하면 경쟁사에게 공격 주체를 노출하지 않을 수 있다. 필자는 지금까지 6건의 취소신청을 대리하였는데, 의뢰인들은 모두 경쟁사에 본인을 노출시키기를 원치 않았으며 본인 명의가 아닌 타인 명의로 절차를 진행하였다.
둘째, 무효심판에 비하여
절차 부담이 경감된다. 취소신청은 결정계 구조이므로 신청서와 증거만 제출하면 이후 절차는 특허심판원이 직권으로 진행한다. 취소결정이 특허법원ㆍ대법원에서 다투어지는 경우에도 지식재산처가 신청인을 대신해 특허권자를 상대하므로, 신청인은 소송절차에 직접 참여할 부담이 없다.
셋째, 무효심판에 비하여
절차가 신속하다. 취소신청은 약 1년 내외로 비교적 신속하게 결론이 난다. 무효심판의 평균적인 처리 기간은 약 14개월이며, 경우에 따라 2년 이상 장기화되는 사례도 존재한다.
5. 취소신청의 단점
취소신청은 절차 부담이 경감된 것에 상응하여,
신청인이 절차의 주도권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다. 신청 이후에는 특허권자의 의견서ㆍ정정청구에 신청인 부본이 송달되지 않는 등 직접 반박이 제한되어 심리 방향을 통제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취소신청이 각하 또는 기각된 경우에는 불복이 불가하다(다만, 이 경우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취소결정이 내려지더라도 특허권자가 불복하여 특허법원에 소를 제기한 경우 피고는 지식재산처장이 된다. 그러므로 신청인은 원칙적으로 소송 절차에 관여할 수 없다. 필자가 대리하여 취소결정을 난 사건 중 하나는 특허권자가 불복하여 특허법원에서 절차가 진행되었는데, 해당 사건에서 의뢰인은 보조 참가를 통해 지식재산처의 소송수행자를 도와줄 수 있었으나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나아가 주장 사유가 문헌증거 기반의 일부 무효사유로 제한되고, 신청 기간이 등록공고 후 6개월 이내로 한정된다. 이에 따라 무효의 논리 구성과 근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통계적으로 취소율이 무효심판 인용률보다 낮게 나타나는 배경에는 이러한 제도적 제약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6. 취소신청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실무 팁
1) 경쟁사 등록특허 모니터링 체계 구축 — 취소신청은 등록공고 후 6개월이라는 기간의 제약이 있다. 주요 경쟁사ㆍ기술분야의 등록공고를 정기적으로 워치해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2) 심사에서 인용되지 않은 신규 선행문헌 발굴 — 등록공보에 게재된 심사 인용문헌만으로는 신청이 불가하다. 심사단계에서 인용되지 않은 새 문헌을 발굴하거나, 기인용 문헌에 신규 문헌을 조합해 진보성 부정 논리를 구성하는 것이 요구된다.
3) 사유에 따른 제도 선택 — 무효사유가 신규성ㆍ진보성ㆍ확대된 선출원ㆍ선출원이고 문헌증거가 탄탄하면 취소신청이 효율적이다. 공지ㆍ공용, 기재불비, 모인출원이 주된 사유라면 처음부터 무효심판으로 가야 한다.
4) 익명성의 전략적 활용 — 침해 경고를 받았거나 라이선스 협상 중이어서 정면 대립을 피하고 싶을 때, 제3자 명의 취소신청으로 본인의 노출 없이 권리의 유효성을 다툴 수 있다.
5) 2단계 전략 설계 — 일사부재리의 적용이 없으므로, 저비용ㆍ비노출의 취소신청을 1차로 시도하고 기각되더라도 동일ㆍ보강 증거로 무효심판을 2차로 청구하는 단계적 접근이 가능하다.
7. 맺으며
특허취소신청은 무효심판을 대체하는 제도가 아니라,
저비용ㆍ비노출ㆍ신속이라는 강점을 가진 보완적 수단이다. 사유의 제한과 절차 주도권의 부재라는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무효사유의 성격ㆍ증거의 종류ㆍ노출 부담ㆍ시기적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두 제도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거나 단계적으로 병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