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한국 특허법은 발명자주의를 취하고 있어서 발명의 완성과 동시에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발명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됩니다(특허법 제33조 제1항). 그러나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승계가 가능하고, 권리의 정당한 승계인은 특허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특허출원을 할 수 있으므로 발명자가 아닌 자에 의해 출원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모인출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발명자이거나 정당한 승계인이어야 하므로 진정한 발명자인지 여부는 권리의 적법성이나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 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항입니다.
최근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AI의 발전으로 AI는 단순한 정보검색 또는 분석 도구를 넘어 연구개발 과정에서 새로운 후보물질을 제안하고 설계안을 도출하는 등 발명의 형성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 DABUS 사건에서 논의되었던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뿐 아니라, AI를 활용하여 이루어진 발명에서 인간의 어떠한 기여를 발명적 기여로 평가할 것인지가 현실적인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AI 활용 발명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발명 환경과 진정한 발명자 판단 기준, 그리고 AI 시대의 올바른 특허출원 방법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2. “기계(DABUS1))는 발명을 할 수 있을까?”
현재 이 질문에 대해서 명확하게 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빠른 발달로 인하여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일들이 하나둘씩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1997년 IBM이 제작한 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긴 사례, 세계 최고수 바둑 기사인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 사례 등은 이미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고, 특정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훨씬 상회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알려진 창작 능력이 필요한 영역까지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스스로 생각하는 기계가 개발되었다는 사례가 보고되지는 않았고 가까운 미래에도 인공지능 발명자가 등장하는 것에 회의적 입장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뉴런(Neuron)을 모사하여 만들어진 인공지능의 등장, 창작 영역에서 인간지능의 활용 등을 고려해 볼 때, 스스로 생각하지는 못하더라도 인간과 협력하여 발명을 완성하는 상황은 이미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인간과 AI의 역할 및 기여 범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3. 인공지능의 등장과 발명자 개념 변화의 필요성
(1)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AI에 따른 발명 환경의 변화
인간의 개입없이 자율적으로 발명하는 인공지능은 아직 현실화된 기술로 보기에 부족하므로, 여전히 인공지능은 인간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다만 최근 생성형 AI는 단순히 인간의 질문에 답변하는 수준을 넘어, 목표를 부여받으면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며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 AI(Agentic AI) 단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약개발, 소재탐색,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는 AI가 방대한 후보군을 생성하고 최적 구조를 제안하며, 인간 연구자는 이를 평가ㆍ선택ㆍ검증하는 방식의 연구개발 환경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 DABUS 사건에서 논의되었던 “AI 자체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AI와 인간이 공동으로 창작 과정에 관여한 경우 어느 인간의 기여를 발명적 기여로 평가할 것인가”라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2) AI 활용 발명에서 발명자 판단기준과 권리 보호
인공지능(AI)을 발명자로 인정할지와 AI가 만든 발명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논의와 관련하여, 기술의 발전 수준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나치게 선제적인 입법보다는 현행 특허법을 필요 최소한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극적 전환점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AI 활용 발명에서 발명자 판단 및 권리귀속 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 법해석에 의한 해결책 마련과 함께 특허법 개정 등 입법적 해결점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순수하게 창작했다고 보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 것인지, Prompt engineer가 수십 시간 이상을 들여 명령을 한 결과물이라면 이를 과연 인공지능이 창작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 인공지능을 창작의 도구로 사용한 것과 인공지능이 스스로 창작한 것의 경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인공지능이 창작에 관여하여 (공동)발명자로 인정되는 경우 창작물의 권리귀속은 어떻게 할 것인지, 대량으로 쏟아질 발명에 대해 현재와 같은 20년의 보호가 필요한지, 발명은 R&D 결과물인 기술적 창작에 대한 인센티브이므로 발명의 완성에 시간과 비용, 노력이 경감될수록 그에 따른 인센티브의 크기(범위, 기간)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인공지능이 발명의 완성과정에 고도로 관여한 경우에는 특허요건으로서의 진보성 판단기준이 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닌지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3) 에이전트 AI 시대의 인간 기여 판단 기준
에이전트 AI 환경에서는 단순히 AI를 사용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발명자성이 인정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인간의 관여가 단순한 과제 제시에 그친 것인지, 아니면 기술적 사상의 창작 과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예컨대 “효율이 높은 배터리 소재를 찾아줘”와 같이 일반적인 연구목표만 입력하고 AI 결과물을 그대로 수용한 경우에는 발명자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반면 연구자가 특정한 기술적 조건, 설계 방향, 실험 변수 등을 설정하고 AI 결과물을 평가ㆍ선별하거나 새로운 기술적 특징을 부가하였다면 발명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최근 지식재산처가 발표한 「인공지능(AI) 시대 올바른 특허출원 안내서」의 방향과도 일치합니다. 위 안내서는 AI를 활용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기술적 사상의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였는지가 발명자 판단의 핵심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AI에게 단순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 AI가 생성한 결과를 그대로 출원하는 경우에는 발명자로 인정되기 어렵지만, 연구자가 구체적인 기술 조건을 설정하거나 AI 결과물을 평가ㆍ선택ㆍ수정하고 실험 등을 통해 발명을 완성한 경우에는 인간의 발명적 기여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4. 인공지능시대의 올바른 특허출원 방법
인공지능 활용이 연구개발 과정 전반으로 확대됨에 따라 특허출원 단계에서도 AI 활용 사실 자체보다 인간이 어떠한 창작적 기여를 하였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첫째, AI 활용 발명에서도 발명자는 자연인임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현행 특허법상 발명자는 기술적 사상의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사람이며, AI 자체를 발명자로 기재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출원인은 AI가 생성한 결과물 중 인간 연구자가 어떠한 부분에서 착상, 선택, 수정, 검증 등의 창작적 기여를 하였는지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연구 과정에서 인간의 기여 내용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AI 활용 과정에서는 프롬프트 입력 내용, 연구자의 판단 과정, 후보물질이나 설계안의 선택 이유, 추가 실험 및 검증 과정 등을 연구노트 등에 기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향후 발명자 적격성이 문제되는 경우 이러한 자료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AI가 생성한 결과를 그대로 신뢰하여 출원해서는 안 됩니다. 생성형 AI는 존재하지 않는 정보나 실험결과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보일 수 있으므로, AI가 제시한 실시예나 데이터를 인간 연구자가 검증해야 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AI 생성 데이터를 실제 실험결과처럼 제출하는 경우 발명의 실시가능성이나 명세서 기재요건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나아가 AI 생성 데이터임을 알면서도 실제 실험ㆍ확인한 데이터인 것처럼 허위로 제출하여 특허를 받은 경우에는 특허법상 거짓행위의 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넷째, AI 발명의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명세서 작성이 필요합니다. AI 자체에 관한 발명에서는 단순 알고리즘이 아니라 하드웨어와 결합한 구체적인 정보처리 과정이 드러나야 하며, AI를 도구로 활용한 발명에서는 AI 결과물을 바탕으로 인간이 어떠한 기술적 판단과 창작적 선택을 하였는지가 나타나야 합니다.
따라서 AI 시대의 특허출원에서는 AI 활용 과정 자체보다 인간 연구자의 착상, 판단, 검증 과정을 명확히 기록하고 이를 발명 완성과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에이전트 AI가 연구자의 역할 일부를 대체하더라도 발명자 판단의 핵심은 인간과 AI의 협업 과정에서 인간이 제공한 실질적인 기술적 기여를 확인하는 데 있다고 할 것입니다.
5. 마치며
DABUS 사건 이후 인공지능이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었으나,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발명자를 자연인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AI 자체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AI의 발전으로 논의의 중심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AI 자체에 법적 지위를 부여할 것인지가 아니라, 인간과 AI가 협력하여 발명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어떠한 관여를 특허법상 보호할 가치 있는 창작적 기여로 인정할 것인지입니다.
AI가 방대한 후보군을 생성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제안하는 시대에는 단순한 문제 제시나 결과 확인만으로 발명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반면 연구자가 기술적 과제를 구체화하고, AI 결과물을 평가ㆍ선택ㆍ수정하며, 실험적 검증을 통해 발명을 완성하였다면 이는 여전히 인간의 창작적 기여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결국 AI 시대 특허제도의 핵심은 AI를 사용하였는지 여부가 아니라 발명의 완성과정에서 인간이 어떠한 창작적 기여를 하였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습니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AI의 발전으로 인간과 AI의 협업은 더욱 확대될 것이므로, 발명자 판단 기준 역시 단순한 도구 사용 여부를 넘어 인간의 착상, 선택, 수정 및 검증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질적 기여를 중심으로 정립될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완전한 자율형 AI가 등장하는 경우 AI 발명자 인정 여부에 관한 보다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단계에서는 AI 활용 발명에서 진정한 인간 발명자를 확인하고, 그 창작적 기여를 적절히 보호하는 것이 특허제도가 해결해야 할 현실적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1) 2019년 미국의 AI 개발자(스티븐 테일러)는 인공지능(DABUS)에 의해서 완성된 발명임을 주장하면서 출원인으로 자신을 기재하고, DABUS를 발명자로 표시하여 국제 특허 출원을 하면서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 등이 국제적 이슈로 부상하였습니다. 해당 국제 출원에 대한 개별국 진입이 이뤄지고, 다수의 국가는 자국 특허법에 따라 비자연인을 발명자로 표기한 본 사안에 대해서 거절하는 입장을 나타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