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피고는 A주식회사, B주식회사와 함께 같은 그룹에 속해 있었습니다(이하 A주식회사, B주식회사 피고를 총칭하여 ‘피고 등’).
원고들은 A에서 B로, B에서 다시 A로, A에서 피고로 순차 소속을 옮겼습니다. 이 당시 원고들은 피고 등과 6개월 정도의 기간을 정한 채권추심 위임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원고들은 위임계약의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재계약을 하면서 위임직 채권추심원(이하 ‘채권추심원’)으로 근무하였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자신들은 형식적으로 위임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실질적으로 피고에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한 전제하에 원고들은 자신들이 피고의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피고에 대하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라는 전제하에,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제2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피고와 이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한 이후부터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관계만이 판단의 대상’이라고 전제한 뒤에, 원고들이 피고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들이 피고 이전에 소속되어 근무하던 회사들에서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도 상당한 지휘ㆍ감독이 있었는지가 함께 심리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피고 외에도 원고들이 A, B에서 각 근무한 기간 전체를 놓고 상당한 지휘ㆍ감독이 있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는 피고 및 위 회사들이 채권추심원의 팀별 조직과 평가 체계를 통해 채권추심원의 업무 수행 과정에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ㆍ환송하였습니다.
따라서 피고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A나 B 소속으로 업무를 수행하던 과정에서도 상당한 지휘ㆍ감독이 있었는지가 함께 심리되어야 하고, 근무기간 전체를 놓고 상당한 지휘ㆍ감독이 있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나.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앞서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실질에 부합하지 않는 계약서 명칭이나 내용을 들어 원고들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원고들에게 피고 등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의 적용이 없더라도 원고들과 같은 채권추심원들은 피고 등이 미리 만든 양식의 계약서를 이용하여 동일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고, 계약서에는 복무규율 성격의 내용에다가 채권추심원에게 피고 등의 감사 또는 조사에 응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어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을 갈음할 수 있는 문서가 될 수 있다.
다. 피고 등은 원고들과 같은 채권추심원을 약 20명씩 특정 팀에 소속시켜 팀 단위 실적 목표를 제시하고 소속 팀의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채권추심원 개인의 수수료율에까지 차등을 두었으며, 정규직 직원인 팀장으로 하여금 소속 팀의 목표 달성을 위한 실적 증대 등을 독려하도록 하였다. 팀장은 소속 팀 실적에 따라 평가받고, 전산시스템 등을 통해 소속 팀원인 채권추심원의 업무 내역과 소속 팀의 예상 목표 달성률 등을 파악하여 실적 증대를 독려하였다.
또한 팀장은 채권추심원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채권 재배분에 있어서 재량으로 재배분 대상에서 일부 제외할 수 있는 권한 등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같은 팀별 조직과 평가 체계는 채권추심원 개인을 넘어서 피고 등 회사의 실적 증대를 위한 활동이 되었고, 이를 통해 피고 등이 원고들과 같은 채권추심원들의 업무 수행 과정에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
라.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전달의 업무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매달 5일경 정기적으로 지급받았고, 이러한 수수료 외에도 명절이 있는 달에는 업무실적과 상관 없이 근무연수에 따라 특별수수료를 차등 지급받았으며, 장기 근속한 채권추심원은 장기계약수당을 추가로 지급받았다. 따라서 수수료가 실적에 따라 결정되었다는 사정만 강조하여 위임관계로 단정하기 어렵다.
마. 피고 등은 원고들에게 피고 등의 사무실 내 지정된 자리를 배정하였고, 컴퓨터 등 비품을 제공하였고, 우편물 발송비용, 서류 발급비용 등 채권회수와 관련하여 지출된 비용도 일부 지원해 주었으며, 외근을 나갈 경우 피고 등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지급명령이나 강제집행 비용 등 채권회수 과정에서 들인 소송 관련 비용은 채권추심원이 부담하지 않았는데 이 비용은 해당 채권의 회수가 성공하지 않을 경우 고스란히 피고 등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바.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원고들이 종속적인 지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의의 및 시사점
제1심은 원고들이 피고 등에서 근무한 기간 전체를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인정하였습니다.
반면 제2심은 원고들이 피고와 채권추심 위임계약을 체결한 시점(2014. 2.경) 이후 피고와의 관계만이 판단 대상임을 전제로 원고들이 피고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제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위임계약의 양 당사자가 원고(들) 및 피고라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입니다(다만 제2심 판결서에는 B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원고들에 대하여 어떻게 업무연락을 하였는지 등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2심 재판부가 A주식회사 및 B주식회사에 관한 사실관계를 완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소속 업체가 변경되었더라도 1) 업무 장소, 업무 방법과 내용, 전산시스템, 팀원 구성원 등이 그대로였으며, 2) 다시 채권추심 위임계약 내용도 완전히 또는 대부분 동일하였던 경우 그 사이 업무형태의 실질이나 근로관계가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근로자성 판단을 위한 심리의 시간적 범위를 제시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다운로드 :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1다21082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