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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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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사업장 내 CCTV에 비닐봉지를 씌워 가린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 사례
2023.06.29
[대상판결 :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 

1. 사안의 개요

이 사건 회사는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라는 목적에 이 사건 회사에 총 51대의 CCTV(이하 ‘이 사건 CCTV’)를 설치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사협의회와 협의를 거치지는 않았습니다.

이 사건 회사의 직원인 피고인들은 여러 차례 이 사건 CCTV 카메라에 검정색 비밀봉지를 씌워 촬영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위력으로 피해자의 회사 운영과 관련된 시설물 관리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들의 구체적인 공소사실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가. 2015년 11월 12일 이 사건 회사 공장에서 대표이사인 피해자 공소외인이 사업장 내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으로 공장 외곽 울타리와 출입문, 출고장 등 주요시설물에 설치한 이 사건 CCTV 카메라 51대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5일 동안 촬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나. 2015년 12월 18일경 같은 장소에서 위 CCTV 카메라 51대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5일 동안 촬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다. 2015년 12월 28일경 같은 장소에서 위 CCTV 카메라 중 12대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9일 동안 촬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라. 2016년 1월 4경 같은 장소에서 위 CCTV 카메라 중 14대에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22일 동안 촬영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위력으로 피해자의 회사 운영과 관련된 시설물 관리 업무를 방해하였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이 사건 회사가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라는 정당한 이익을 위하여 이 사건 CCTV를 설치한 것으로 볼 수 있기에, 이 사건 CCTV의 설치 및 운영을 통한 시설물 관리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보면 피고인들의 공소사실 다. 및 라.항 기재 각 행위는 형법 제20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볼 여지가 있다(무죄 취지)고 판단하였습니다.
 
• 「개인정보 보호법」 및 근로자참여법의 규정에 관하여

- 이 사건 회사의 공장부지는 불특정 다수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므로, 이 사건 회사가 공장부지에 영상정보처리기기인 CCTV 카메라를 설치하여 영상을 통하여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의 일반적인 개인정보 수집 요건을 갖추어야 함.

- 이 사건 CCTV 카메라 중 공장부지 내부를 촬영하는 19대의 설치는 정보주체인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은 바 없어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1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같은 항 제2호 내지 제5호의 요건에도 해당할 여지가 없으므로 제6호(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로서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요건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됨.

- 제15조 제1항 제6호의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의 구체적인 내용과 성격,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주체의 규모, 수집되는 정보의 종류와 범위,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못한 이유, 개인정보처리자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대체가능한 적절한 수단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함.

- 그런데 이 사건 CCTV 카메라 중 공장부지 내 주요 시설물에 설치된 16대와 출입구에 설치된 3대의 경우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를 위하여 설치된 것으로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① 다수 근로자들의 직ㆍ간접적인 근로 현장과 출퇴근 장면을 찍고 있어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주체가 다수인 점, ② 직ㆍ간접적인 근로 공간과 출퇴근 장면을 촬영당하는 것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될 수 있는 점, ③ CCTV 설치공사를 시작할 당시 근로자들의 동의가 없었던 점, ④ 이 사건 회사가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주간에는 시설물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움.

- 나아가 근로자참여법 제20조 제1항 제14호는 노사협의회가 협의하여야 할 사항으로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 설비의 설치’를 규정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 감시 설비’라 함은 사업장 내에 설치되어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감시하는 효과를 갖는 설비를 의미하고, 설치의 주된 목적이 근로자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음.  따라서 위 CCTV를 설치하는 것은 근로자참여법이 정한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음.

• 정당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하여

- 피고인들의 공소사실 다. 및 라.항 행위는 위법한 CCTV 설치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일 뿐이기에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음.

-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임시적으로 촬영을 방해한 것에 불과하고, 이런 임시조치를 통하여 부당한 침해에 대응하는 한편, 회사와 협의를 계속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도 인정할 수 있음.

- 피고인들은 이 사건 회사가 이 사건 CCTV의 정식 가동을 시작한 이후 51대의 카메라 중 근로자들의 작업 모습이 찍히는 카메라 12대를 골라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웠음.  이후 피고인들은 이 사건 회사에 작업 현장을 찍는 16대는 야간에만 작동시키는 방안을 제시하였으나, 이 사건 회사는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그 제안을 거부하였고, 피고인들은 14대의 카메라에만 다시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웠음.  이러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사이의 법익균형성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음.

- 이 사건 회사가 근로자 대부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CCTV의 정식 가동을 강행함으로써 피고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 행위나 출퇴근 장면 등 개인정보가 위법하게 수집되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었던 점,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일반적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서 도출된 헌법상 기본권으로 일단 그에 대한 침해가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이를 전보하거나 원상회복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다른 구제수단을 강구하기 전에 임시조치로서 검정색 비닐봉지를 씌워 촬영을 막은 것은 행위의 동기나 목적, 수단이나 방법 및 법익의 균형성 등에 비추어 그 긴급성과 보충성의 요건도 갖추었다고 볼 여지가 있음.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공장 내 CCTV 카메라 설치에 관하여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6호의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경우로서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적용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회사들은 CCTV 설치에 관하여 모든 정보주체(근로자들)의 동의를 받는 것(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1호)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 제6호의 요건을 갖추어 두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CCTV 설치에 관한 노사협의회 협의 절차 준수는 필수적으로 거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운로드 :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도191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