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가. 피고인 A - 현장소장
피고인 A는 2020년 6월 3일 오전 8:15경 인천 중구 L 갑문에 있는 갑문 정기 보수공사 현장에서, C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 M(남, 46세)으로 하여금 갑문 상ㆍ하부 가이드장치 분리 작업을 위해 갑문 상부에서 윈치[윈치(winch) : 밧줄이나 쇠사슬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내리는 기계]를 이용하여 18m 아래 갑문 하부 바닥으로 H빔(길이: 2.5m, 무게 : 42.5kg), 유압잭, 공구 등을 내리는 작업을 진행하게 하였습니다. 피고인 A는 위 공사현장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소속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하고, 근로자로 하여금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하게 하며 중량물 취급 작업 등을 하게 하였으므로,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는 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되었습니다.
나. 피고인 B(X공사의 대표이사)
도급인인 X공사의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인 피고인 B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관계수급인 C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 M이 작업 진행 중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었습니다.
다. 피고인 C사, 피고인 E사
피고인 C사와 피고인 E사는 X공사로부터 갑문 정기 보수공사를 공동으로 도급받은 회사입니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X공사가 건설공사발주자인지 도급인인지가 문제된 사례입니다.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7호에 따른 “도급인”인지, 제2조 제10호에 따른 “건설공사발주자”인지는 실태 보다 규범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면서, X공사가 규범적으로나 사실적으로나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자”의 의미는 사실상 의미에서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였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규범적으로 평가하여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에 의해 판별해야 한다고 하겠다. 원래 법원의 법률 해석과 적용 작업이란 규범적 해석을 본질로 하는 것이므로, 반대로 사실에 맞추어 규범을 해석하는 것은 논리의 역전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렇게 산업안전보건법을 해석해야만 하는 실질적인 이유를 들자면 이렇다. 즉, 만약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자”의 의미를 경험적으로 사실상 의미에서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규범적으로 평가하여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에 의해 판별하지 않게 되면 다음과 같은 참을 수 없는 부당한 해석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곧,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는데도 그와 같은 책임을 방기하고 실제로 총괄ㆍ관리하지 않은 도급인은 산업안전법이 정하는 의무를 면하고,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거나, 그러한 지위에 있지 않는데도 수급인의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산업재해발생 예방조치를 취하였는데도 산업재해의 결과가 발생한 사안의 도급인은 처벌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론은 누가 보더라도 불합리하고 정의롭지 못하다. 이런 식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을 해석하여 적용하면, 그로 인해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라는 ‘갑질’이 산업현장에 만연하는 불평등 산업구조 형성을 법원이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의 외주화는 건설공사발주를 주된 업무로 하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공기관은 위험의 외주화를 허용 받고, 민간업체는 그것을 금지당하여 서로 불평등한 차별을 받는 것이 되어 중대재해를 예방하여야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규범력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후략)
나. 피고인 X공사의 시공상 규범적 지위
우선 피고인 X공사에도 적용되는 항만공사법 제8조 제1항 제1호 및 항만공사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항만시설 중 “갑문”은 적어도 항만공사법상 피고인 X공사의 직접사업은 아니라고 할 것이나, 항만공사법 제8조 제1항 제4호가 항만의 조성 및 관리ㆍ운영과 관련하여 국가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을 항만공사의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고, 피고인 X공사는 2005. 7.경부터 무려 15년 이상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K 갑문시설 유지보수 공사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하여 우리나라 굴지의 항구인 K의 갑문을 관리해 오고 있으므로(K에 2019년도에 출입항한 선박은 1만톤급 976척, 5만 톤급 2,651척에 이른다. 증거기록 894쪽, 1365~1369쪽. 3065쪽), 이 사건 K 갑문을 항만시설로 유지ㆍ보수하는 업무는 규범적으로 볼 때 피고인 X공사의 기본적인 업무라고 평가해야 한다.
(중략)
한편 피고인 X공사(정원 276명, 현원 260.75명, 자산 32,704억 원, 2020년도 갑문 유지관리공사비 4,605백만 원, 위 직원 중 갑문관리실 직원은 32명, 관제팀에는 19명이나 근무하고 있고, 갑문시설 일상을 점검하고 응급조치 등을 수행하는 직원들도 다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 사고 발생 직전 년도인 2019년도에 지출한 안전예산만 해도 무려 22,934백만 원에 달하고, 2020년도 갑문 정기 보수공사 등의 예산이 5,953백만 원에 달하는 공공기관이다. 이 사건 공사의 실질적 수급인인 피고인 C 주식회사의 인력이나 자산규모, 시설규모를 비교해 보거나, 나아가 이 사건 갑문 보수공사의 발주자가 공공기관인 피고인 X공사임을 감안해 보더라도, 피고인 X공사는 피고인 C 주식회사에 비해 월등히 우월한 지위에 있다. 위와 같은 항만공사법의 규정 및 위 인정사실이나 사정에 의하면, 피고인 X공사는 규범적으로 볼 때 이 사건 갑문 정기 보수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해야 한다.
다. 2020년 K 갑문 정기 보수공사에서 한 피고인 X공사의 사실상 역할
피고인 B은 이 사건 사망사고 발생 시점을 전후로 한 기간을 포함하여 2020년도 3월경부터 피고인 X공사의 사장으로 취임하였고, X공사에서는 갑문 정기 보수공사에 관련한 업무보고를 월간이나 주간으로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서면 형태로 작성하여 왔으며, 특히 이 사건 사고 발생일 2020년 6월 3일이 포함된 주(周)에는 건설현장 「근로자보호조치」에 관한 이행지도 계획 수립을 이번 주 계획으로 적시하기도 한 사실(증거기록 1855쪽, 별권 1 전부 및 별권 1-2 전부, 그 중 특히 719쪽),
R, 피고인 A 등이 위험 작업시 X공사에 허가신청을 하여 X공사의 승인을 받아 작업을 한 사실, 피고인 X공사의 위험성평가표에 이 사건 사고 전인 2020년 5월 22일을 개선 예정일로 하여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 미수립에 의한 사고”를 언급하여 이 사건과 같은 중량물 취급 중 발생하는 재해를 예측한 사실, 안전점검 순찰일지에 추락방지 안전난간대 설치, 작업표준서에 의한 안전작업 시행여부가 점검 항목란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중략)
위 각 인정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X공사와 그 대표자인 피고인 B은 사실상으로 보더라도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이를 총괄ㆍ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사업주이자 도급인으로서 산업재해발생 예방을 위한 조치를 다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야 한다. 그런데도 피고인 B은 그러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으며, 그에 대하여 고의를 갖고 있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라. 소결론
이처럼 피고인 X공사는 건설공사인 이 사건 ‘2020년 K 갑문 정기 보수공사’를 피고인 C 주식회사에게 발주하고 나아가 그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할 책임이 있는 자로서 그 시공을 주도하고 총괄ㆍ관리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의 ‘안전조치’ 및 제39조의 ‘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고, 나아가 ‘도급인’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 따른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피해자의 과실을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할 수는 없고, 유족들의 온전한 처벌불원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피고인 B에게 실형인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였습니다. 또한 X공사에 1억 원의 벌금형(검사는 2,000만 원을 구형하였으나, 이는 지나치게 가볍다고 판단하였습니다.)을 선고하였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분 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부재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울산지방법원은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는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한 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않은 자’를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울산지방법원 2021. 11. 11. 선고 2021고단1782 판결).
대상판결은 위 울산지방법원과 같이 건설공사발주자 해당 여부는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의 경우 2018~2020년 사이 징역형 637건 중 실형은 28건에 불과하였습니다. 또한 실형이 선고된 28건 중 18건은 형의 기간이 1년 미만이었습니다(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에 대한 법 적용상 문제점 및 개선방안”, 2021). 대상판결은 종래 판결 경향보다 중한 선고형을 결정하며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인 피고인 B에게 1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하였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의 양형 기준이 무거워지고 있으므로 유의해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