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플랫폼의 시대입니다. 전 세계의 공급자와 이용자, 생산자와 소비자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됩니다. 시가총액 세계 10대 기업 중 7곳이 플랫폼기업입니다(삼정KPMG 플랫폼비즈니스의 성공전략). 국내 온라인쇼핑의 월 거래액은 15조 원이 넘었습니다(통계청 2020. 12. 온라인쇼핑동향). 시장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면서 정부 규제법안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규제당국은 플랫폼기업의 시장독점과 우월적 지위의 남용을 우려하고, 사업자들은 규제가 혁신과 경쟁을 방해할까 우려합니다.
온라인플랫폼 규제는 1) 소비자 보호, 2) 플랫폼 입점업체 보호, 3)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경쟁보호라는 각각의 측면에서 진행되며, 관련 법안이 제ㆍ개정될 것입니다. 지평 공정거래팀/플랫폼TF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국내 온라인플랫폼 규제의 동향과 전망을 차례대로 안내합니다.
1) 소비자 보호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
2) 플랫폼사업자와 입점업체 거래관계 규제 :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
3) 플랫폼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 온라인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
4) 세계 경쟁당국의 온라인플랫폼 규제 현황
정부가 ‘온라인플랫폼 불공정 근절 및 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 1.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마련하였고, 국회에는 유사한 내용의 의원 발의안이 7개 제출되었습니다. 온라인플랫폼 규제의 소관부처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될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될지도 미지수입니다.
이처럼 여러 입법안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규제기관도 채 확정되지 않았으나, 법안의 실질은 대동소이합니다. 온라인플랫폼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여 온라인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 즉 ‘입점업체’의 권익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입법목적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양면시장에서 온라인플랫폼 사업자가 간접네트워크효과를 이용하여 소비자와 판매자의 고착현상(lock-in)이 발생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합니다. OECD보고서(2019)는 구체적으로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이윤압착(margin squeeze), 무단 무임승차(forced free-riding), 차별로 인한 지배력 전이(discriminatory leveraging), 착취행위(exploitative practices)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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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플랫폼 규제방향에 대해 여러 찬반 논의가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여 디지털 경제시장의 불공정행위를 차단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입법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법안의 구체적 내용이 온라인플랫폼 사업의 혁신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는 균형점을 찾고 있는지는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법안의 주요 내용과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규제되는 사업자의 범위(제2조)
규제대상인 ‘온라인플랫폼 중개서비스’는 온라인플랫폼을 통하여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와 소비자의 거래를 중개하는 서비스입니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중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가 적용대상입니다(제2조 제1호-제4호). 오픈마켓, 앱마켓, 배달ㆍ숙박ㆍ승차 중개 등 앱(App) 서비스, 가격비교사이트, 부동산ㆍ중고차 정보제공사이트 등이 모두 적용대상이 될 수 있으나, 직접 판매주체가 되는 온라인쇼핑몰, 거래가 수반되지 않는 SNS, 중고거래 C2C플랫폼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일정한 규모요건을 기준으로 두고 있는데, 직전 사업연도 온라인플랫폼 중개서비스를 통한 매출액이 100억 원 이상의 범위, 직전 사업연도의 온라인플랫폼 중개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한 총 판매금액의 1,000억 원 이상의 범위에서 시행령으로 적용범위를 정하고 있습니다(제2조 제5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제출법안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거래금액, 이용자수, 이용집중도, 거래의존도 등을 고려하여 시행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위임한 것과는 구별됩니다. 매출액과 판매금액의 변동성이 심한 온라인플랫폼 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법률에 기준 금액을 미리 정해두는 방식이 적정한지 의문이 있으나, 향후 충분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시행령의 정비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2. 계약서 필수 기재사항(제6조)
법안은 온라인플랫폼 중개서비스업자가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에게 거래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주요 항목을 계약서에 필수적으로 기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제6조). 이른바 ‘사전규제’ 방식입니다. ① 중개거래계약의 기간, 변경, 갱신 및 해지, ② 온라인플랫폼 중개서비스의 내용, 기간 및 대가, ③ 중개서비스의 개시, 제한, 중지, 변경, ④ 거래되는 재화 또는 용역의 반품, 교환 및 환불, ⑤ 거래되는 재화 또는 용역이 온라인플랫폼에 노출되는 순서, 형태 및 기준, ⑥ 거래과정상 발생하는 손해의 분담기준, ⑦ 중개거래계약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하는 사항입니다. 하도급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제방식을 차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초기 공정거래위원회 법안에서는 계약서 필수 기재사항이 현재 법안보다 두 배 정도 많았으나, 사업자의 사업전략과 영업비밀의 공개를 과도하게 강요한다는 비판이 있어 범위가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다만 거래되는 재화 또는 용역이 온라인플랫폼에 노출되는 순서, 형태, 기준에 관한 사항, 이른바 ‘검색노출순위 결정기준’은 향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검색노출순위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은 온라인플랫폼 중개사업자의 핵심적인 영업노하우이자 서비스의 경쟁수단이므로 공개를 강요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발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검색알고리즘은 온라인플랫폼 중개서비스업자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데이터 분석기술과 투자의 결과물이기도 하여서, 전면 공개될 경우 후발주자의 무임승차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검색알고리즘의 메커니즘을 악용하여 검색과 노출순서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어뷰징(abusing) 문제도 있습니다.
3. 불공정거래행위 금지(제9조)
법안은 구입강제, 경제상 이익제공강요, 부당한 손해전가, 불이익 제공, 경영간섭 등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사후규제를 합니다(제9조).
부당한 손해전가를 제외하고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 유형과 동일한데, 이로 인해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의 독자적인 존립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이나 가맹사업법, 하도급법, 대리점법과는 구별되는 부분입니다. 거래가 발생하는 장소가 ‘온라인플랫폼’이라는 것 외에 일반적인 거래와 본질적인 차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구조, 소비자,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의 플랫폼 이용형태, 집중도, 거래의존도 등을 고려하여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이 조항의 적용은 제외됩니다.
다만 법률 전체의 적용이 제외되는 것은 아니어서, 계약서 기재 등의 의무는 여전히 남습니다. 이 점이 거래상지위가 부인되는 경우 법 전체의 적용이 제외되는 대규모유통업법과의 차이입니다.
4. 과징금 등 제재수단(제26조)
법안은 과징금 부과상한을 법 위반 금액의 2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로 하고 구체적 산정이 곤란한 경우 정액 과징금의 10억 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제26조). 형벌규정은 보복조치 또는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불공정거래행위는 적용되지 않습니다(제34조).
법안은 온라인플랫폼 중개서비스업자가 이 법을 위반하여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으며(제30조 제1항), 불공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해자가 손해 및 손해액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보다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자료제출명령제’를 도입하였습니다(제30조 제2항). 2020. 12. 전부개정된 공정거래법 에도 동일한 취지의 자료제출의무제도가 도입된 바 있습니다. 법 위반에 대한 사적 제재수단을 강화하는 최근의 흐름을 반영한 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