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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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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노동조합장의 작업중지권 행사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한 판결(파기환송심)
2024.04.04
[대상판결 : 대전고등법원 2024. 4. 4. 선고 2023나15675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자동차 전자부품 등의 제조, 판매 및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원고는 피고 회사에 재직 중인 근로자로서 산별노조의 지회장입니다.

2016. 7. 26. 오전 두 차례에 걸쳐서 지역 내 한 공장에서 화학물질인 ‘티오비스’ 약 300 리터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티오비스는 반복적으로 노출이 되면 사람에게 유해 독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입니다.

해당 사고로 인하여 소방서 대응단, 복수의 군부대 등이 출동하였고, 소방본부는 현장지휘차량의 방송시설을 이용하여 ‘사고지점으로부터 반경 50m 거리까지 대피를 하라’는 취지의 대피방송을 하였습니다.  주변 마을의 이장들 역시 대피방송을 하였습니다.

원고는 이와 같은 소식을 듣고 지회장 명의로 피고 회사 측에 신속한 조치를 촉구하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고, 피고 회사의 노무이사,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등과 함께 대책을 논의하였습니다. 원고 외에 기업별노조 위원장과 환경안전담당자는 10:40 재난지휘통제소를 방문해 ‘현재 추가 위험사항 없어 대피를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을 청취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는 피고 회사의 작업장을 이탈하면서 작업 중이던 조합원 28명에게도 대피하라고 말하였습니다.  이에 해당 조합원들은 작업을 중단하고 작업장에서 이탈하였습니다.  원고는 이틀 뒤인 2016. 7. 28.에는 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의 조치가 없었으며, 이에 노동조합 대표자가 조합원들을 대피시켰다’는 취지의 기자회견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피고 회사는 ‘작업장을 무단이탈한 후 조합원 28명에게도 임의로 작업을 중지하고 집단으로 무단이탈할 것을 지시한 행위’(제1징계사유), ‘회사 안전책임자의 작업 복귀 요청에 불응한 행위’(제2징계사유),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회사를 비방한 행위’(제3징계사유)를 근거로 원고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가, 재심에서 이를 정직 2개월로 감경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정직처분’).


2. 제1심, 제2심 및 대법원의 판단

제1심 및 제2심은 객관적 사실 내지 원고 A가 인식한 사실에 따르더라도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징계사유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해물질이 상당한 거리까지 퍼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누출사고 지점으로부터 200m 이상 떨어진 공장에서도 구토, 두통 등의 환자가 발생했던 사정에 비추어 200m 정도 떨어져 있던 해당 피고 회사 사업장이 안전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근로감독관이 대피를 권유했던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의 작업중지권 행사가 위법한 것이라고 본 원심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여 파기환송 판결을 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11. 9. 선고 2018다288662 판결).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전고등법원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징계사유를 전부 부정하면서 이 사건 정직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하였습니다.
 
[관련 법리]
- 근로자는 산업재해, 즉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ㆍ설비ㆍ원재료ㆍ가스ㆍ증기ㆍ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한 사망,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으며 사업주는 이와 같은 사유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

- 2019. 1. 15. 전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제52조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근로자가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징계사유: 부정]
- 티오비스의 위험성, 소방본부의 대피방송, 더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의 피해자 발생과 더불어 원고가 화학물질이나 사고에 대한 전문가가 아닌 점을 고려하면, 소방본부의 설명 및 근로감독관의 발언을 토대로 당시 대피가 필요할 정도로 급박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믿은 원고의 인식이 합리적인 근거를 결여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근로자의 지위가 근로자대표라고 하더라도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했다면 근로자로서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고,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작업중지권의 행사를 권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제2징계사유: 부정]
- 당시 티오비스의 분산으로 피해범위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 사고 발생 24시간 이후에도 피해자가 발생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 회사에서 작업 복귀명령을 내린 시점 (사건 당일 11:00부터 11:20경)까지도 원고로서는 여전히 산업재해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인식하고,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실질적인 필요성이 존재하였다.

[제3징계사유: 부정]
- 원고 보도자료의 일부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으나, 피고 회사에서 대피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 등 대부분의 내용은 사실에 부합된다.
- 일부 내용이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익적 목적에 따른 것이다.


4.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에 관한 법리를 제시한 대법원 2023. 11. 9. 선고 2018다288662 판결의 파기환송심입니다.  대전고등법원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원고의 작업중지권 행사가 정당하다는 전제에서 원고에 대한 각 징계사유를 모두 부정하였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파기환송 판결에서 객관적 사정과 더불어 ‘근로자의 주관적 인식에 합리적 이유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작업중지권 행사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데, 대상판결은 이에 따라 작업중지권을 판단할 때 해당 근로자가 화학물질의 전문가가 아니었다는 점 역시 고려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