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최신 판례
[노동]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의 고용의무 이행이라고 한 사례
2024.05.09
[대상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4. 5. 9. 선고 2022가합33272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총 14개의 지역에서 농산물 비축기지를 운영하고 있고, 주식회사 A(이하 ‘A’)에 냉동설비 및 그 부대시설의 운영 및 유지관리 등의 업무를 위탁하였습니다.

피고는 정규직 전환의 방식, 시기 등을 협의하기 위해 A를 비롯하여 사무보고, 전산, 조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여러 업체에서 각 근로자의 대표를 선발하였고, 피고 측과 근로자 측 및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노사 및 전문가 협의회(이하 ‘이 사건 협의회’)를 구성하였습니다.  이 사건 협의회는 협의 과정을 거쳐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하였고, ‘용역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은 자회사 설립 방식’으로 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그 결과 피고는 자회사로서 주식회사 B(이하 ‘B’)를 설립하였습니다.

피고는 B 설립 이후 현재까지 B와 위탁관리 협약을 체결하고, 기존에 A가 수행하던 비축기지의 냉동・전기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B에 새로이 위탁하고 있습니다.

원고들은 형식적으로 A 내지 B(이하 통칭할 경우 ‘이 사건 위탁업체’) 소속 근로자로 근무하여 왔으나 실질적으로는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 피고의 업무를 수행하여 왔으므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의 실질은 근로자 파견관계이고, 피고는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점을 들어 피고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 피고가 A와 비축기지 시설 위탁관리 계약이라는 명목상의 용역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A 소속 근로자가 피고의 구속력 있는 지시・명령을 받으면서 피고와 실질적 근로관계를 형성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 피고는 근로자대표단을 포함한 노사합의기구를 구성하고 노사협의 결과에 따라 자회사인 B를 설립하여 피고에 대한 용역 근로자들을 위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하였고, 원고들도 위와 같은 경위를 모두 인지한 상태에서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파견법상의 고용의무 이행에 갈음하여 시행된 위와 같은 정규직 전환 절차를 통하여 B의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되었으므로, 피고는 그 무렵 위와 같은 자회사 정규직 전환 방식으로 위 원고들에 대한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의 고용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 피고의 ‘비축사업 관련 규정 및 업무지침’ 및 ‘안전관리(MDMS) 지침’ 교부를 B의 소속 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권의 행사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점검표 등은 일의 수행에 대한 일종의 ‘보고’로서 위탁된 작업이 예정대로 수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의미를 가지므로, 이를 통하여 피고가 B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 수행을 지시하고 감독하는 방법으로 통제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 원고들이 근무하던 각 비축기지에서 냉동·전기시설 관리 업무는 B 소속 근로자들만이 수행하였고, 원고들, 피고 소속 관리소장, 직원 각자의 업무가 구별되는 상황이었다.

- B는 독자적으로 신규 직원 채용에 대한 공고를 게시하고 피고의 개입 없이 내부적으로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의 신규 직원 채용 공고의 구체적인 내용에 의하면, 채용되는 사람은 피고가 아닌 B의 정규직 소속으로 근무할 것을 명백히 하고 있으며 급여 조건, 수행 직무 등도 B가 정하고 있고, 그 외 피고가 인사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따라 B 소속 근로자 선발의 권한은 피고가 아닌 B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 B는 독자적인 취업 규칙하에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업체로서, 부동산에 관하여 B 명의로 사무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도 하는 등 피고와는 별개의 인적 관리와 물적 설비를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그리고 B는 그 명의로 고압가스냉동제조에 관한 허가증을 보유함으로써, 피고와는 분리된 독립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를 수행하여 온 것이라 봄이 상당하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자회사 설립 전의 협력업체 A에 관해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보면서도, ‘설령 불법파견관계에 있다고 보더라도 도급인인 피고가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함으로써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의 고용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평가하였습니다.

그에 반해 인천지방법원 2024. 5. 2. 선고 2020가합53414 판결은 ‘직접고용관계 성립 내지 직접고용의무 이행 후에 파견사업주가 협력업체에서 자회사로 변경되었더라도 직접고용관계의 성립이나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하여 상반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두 사건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을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