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피고는 2005. 5. 20. OO노동조합(이하 '피고 노동조합')와 임금피크제 시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습니다(이하 '최초 임금피크제').
1. 임금피크제는 2005. 7. 1.부터 시행한다.
2. 2008. 12. 31. 이전에 28호봉 2년 차에 도달하였거나 초과한 경우는 2009. 1. 1.부터 매년 기본급의 3%를 삭감한다.
3. 2009. 1. 1.부터 28호봉 2년 차에 도달할 때에는 2009. 1. 1.부터 매년 기본급의 3%씩 삭감한다.
4. 임금 삭감은 매 1년 경과할 때마다 승호 없이 적용한다.
7. 임금피크제 시행과 함께 해마다 퇴직금 중간 정산제를 실시한다.
8.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가 퇴직금 중산 정산을 요구하면 반드시 퇴직금을 정산해 주고,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 이외의 신청자에 대해서는 당해 연도별 회사 재정 여건을 감안해 노사 합의로 별도의 기준을 마련해 시행한다.
피고는 2014. 12. 8. 피고 노동조합과 임금피크제 변경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습니다(이하 위 2차 개정 합의를 통해 변경된 임금피크제를 '이 사건 임금피크제').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제1심 판결(대구지방법원 2023. 12. 21. 선고 2023가합200264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2항에 반하는 내용을 정하는 것이어서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기존 정년이 유지된 점, ② 피고가 지속적으로 적용연봉을 낮추는 방향으로 임금피크제를 확대ㆍ강화한 점, ③ 임금피크제 전체 기간을 놓고 보더라도 기본급 총액이 상당 부분 감소한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2017. 1. 1.부터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는 상황을 대비하여 도입한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에서 정한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연령집단의 고용유지ㆍ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연령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 그러나 ① 이른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란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연장된 정년만큼 근로기간 혹은 정년에 도달하기 이전의 적절한 시점부터의 근로기간에 대해서 기존의 임금을 줄이는 제도를 말하는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2015. 1. 1.) 당시 기존의 정년(58세)이 연장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 점, ② 피고는 이미 2005. 7. 1.부터 정년 연장 없이 임금만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ㆍ시행하고 있었고, 이후 지속적으로 적용호봉을 낮추는(29-2호봉 → 28-2호봉 → 27-1호봉) 방향으로 임금피크제를 확대ㆍ강화한 결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에 이른 점, ③ 2014. 9. 4.자 노사합의문에 의하면, 피고는 ‘비상경영 대책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를 강화(27-1호봉, 3-3-4-5-7, 7에서 고정)하고, 당기순이익 2년 이상 흑자 전환 시 직전 임금피크제로의 환원 등을 비롯한 임금피크제도 개선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한바, 2017. 1. 1. 시행 예정이던 정년 연장과 연계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달리 정년 연장과 연계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일로부터 약 2년이 지나 개정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피고 근로자들의 정년이 사후적으로 연장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거나 ‘고령자고용법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유지ㆍ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 피고는 모회사가 먼저 인건비 부담 가중을 이유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에 영향을 받아 2005년 최초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고, 이후 경영상 비용 절감을 위하여 임금피크제를 확대ㆍ강화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는 최초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2005년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였고, 2008년 제1차 개정 임금피크제 시행 다음 해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였으며,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다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였으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2015년부터 2016년까지는 다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였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을 전후하여 피고가 심각한 경영위기 상황에 놓여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경영위기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시행된 조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일정 호봉 이상의 근로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의 정당성 내지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정년 시까지 최소 6년, 최대 13년, 평균적으로 약 10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기본급이 감액된다. 또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원고들은 26-2호봉의 기본급(이하 ‘피크 임금’이라 한다)에서 매년 3%, 3%, 4%, 5%, 7%가 누적적으로 삭감되고 이후에는 기본급이 고정되는데, 원고들의 평균 임금피크제 적용기간인 10년을 기준으로 기본급 삭감률을 계산하면, 아래 표 기재와 같이 1차년도에 97%, 5차년도에는 79.8% 10차년도에는 39.90% 또는 47.88%까지 삭감되고, 10년 동안의 피크 임금 기준 기본급 총액을 1,000%(= 100% × 10년)라고 한다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지급받게 되는 기본급 총액은 약 810.12%(삭감률 189.88%)가 되는바, 이는 사실상 약 2년 동안의 임금 총액이 감액되는 결과로써 해당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한편 피고 보수규정 제11조에 의하면 감봉의 징계를 받는 경우에도 기본급의 10%를 감액하도록 정하여져 있는데, 이와 비교하여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삭감되는 기본급 비율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기본급에 연동되는 상여금, 퇴직금까지 모두 감액되고, 승호(호봉 승급) 또한 중단되어 승호에 따른 기본급 상승분(최대 32호봉, 2년마다 1호봉 승급)까지 삭감되는 결과가 되는 점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임금 감액의 정도는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 위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근로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 중 하나인 임금 삭감이라는 불이익이 초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에게 별도 보직을 부여하거나 담당 업무량 또는 근무시간의 조정을 통하여 업무 부담을 완화하는 등의 불이익에 대한 대상 조치를 전혀 강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기간 동안 각종 보직을 맡아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단순 명목상 보직이 아닌 취재부장, 편집제작부장 등 피고의 주된 사업 부문을 실제로 지휘ㆍ감독하는 보직으로서 그 업무의 강도나 책임의 정도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이전보다 감소하였다고 볼 수 없다.
-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대상조치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고 의무안식년제를 도입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퇴직금 중간정산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이전부터 이미 시행된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의 경우 2019. 5.경 퇴직연금에 가입하여 퇴직금 중간정산 대상도 아니었다. 또한 의무안식년제는 그 시행규정에서 비용절감을 통한 회사의 경영 합리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제1조), 해당 기간 대상자들의 은퇴 후 진로 결정 등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지 않은 점, 대상자들은 전년도 기본급의 50%~60%를 지급받아 그 삭감의 정도가 큰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임금 삭감의 불이익을 보전하기에 충분한 대상조치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추가적인 인건비 절감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고 보일 뿐이다.
- 피고가 절감된 재원으로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 및 신규 근로자들의 채용에 사용한 사실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후 피고의 신규 정규직 사원 채용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9년간) 합계 10명에 불과하고, 이는 시행 이전인 2007년부터 2014년까지(8년간)의 합계 10명과 비교하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같은 기간 동안(2015년~2023년) 퇴직자(명예퇴직, 의원퇴직 포함) 42명에 달한다. 최초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부터 살펴보아도 2007년부터 2023년까지 97명이 퇴사하는 동안 신규 정규직 사원 채용은 20명에 불과하고,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라 절감된 재원을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 유지와 신규 근로자 채용에 사용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종래 다수의 판결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 19. 선고 2020가합604507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8. 25. 선고 2019가합515236 판결, 수원지방법원 2023. 12. 14. 선고 2021가합13113 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1. 30. 선고 2023가단207029 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3. 27. 선고 2023가합110139 판결 등).
다만 대상조치가 충분하지 않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 하더라도 감액의 폭이 지나치게 큰 경우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들이 있어 왔습니다(부산지방법원 2023. 5. 25. 선고 2022가합44060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11. 선고 2020가합575036 판결).
대상판결은 1)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의해 정년이 만 60세로 되기 전인 2015. 1. 1. 시행된 점에 비추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 보기 어려운 점, 2) 평균적으로 약 10년에 기간 동안 2년분의 임금 삭감이 이루어지는 점을 고려하여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고령자고용법 개정 무렵 실시된 임금피크제라 하더라도 도입 경위와 시기에 따라 정년 연장과는 무관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로 판단될 수 있는 점, 기본급 총액이 크게 감소하는 데 비해 대상조치가 부족한 임금피크제의 경우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