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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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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를 하면서 이들을 자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시킨 것으로 보이는 등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한 사례
2024.07.11
[대상판결: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2다265635ㆍ265642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2004. 6. 17. 디스플레이(display)용 유리의 제조, 가공,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인데, TFT-LCD용 글라스(이하 '글라스') 기판을 제조하는 구미시 소재 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소외 주식회사 Z(이하 'Z회사')는 2005년 12월경 설립된 회사입니다.  피고가 이 사건 공장에서 글라스 생산을 시작할 때 Hot 공정과 Cold 공정의 전부(당시 DF, FF 라인)를 피고 근로자가 담당하였고, Gut 공정은 Z회사에 사내도급을 하기로 하여 2007. 2. 2.경 Z회사와 사이에 글라스 세정 및 절단 작업 등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Z회사는 이 사건 공장의 사내도급 업무 외에 구미 소재 AA 공장의 사내도급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공장의 사내도급 업무를 이관하기 위해 2009. 4. 8. 소외 주식회사 AB(이하 'AB회사')를 설립하였고, 이 사건 공장에 근무하던 Z회사 직원들은 소속이 AB회사로 변경되었습니다. 글라스 기판을 제조하는 공정은 Hot 공정, Cold 공정, Gut 공정, 기판가공 공정으로 구성되는데, 원고들은 AB회사에 입사하여 이 사건 공장의 Cold 공정과 Gut 공정 중 일부 공정에서 근무하였습니다.

피고는 자동차 및 그 부품을 제조ㆍ판매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화성시 일대에서 각종 시험용 차량을 제작하고 새로 고안ㆍ설계된 차량의 품질 및 성능을 시험ㆍ평가하는 자동차 연구ㆍ개발 시설인 W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W연구소에는 20,000대 이상의 장비가 설치ㆍ운용되고 있습니다.  장비들이 고장 나지 않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점검되고 유지ㆍ관리되어야 하는데, 그 중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한 1,000여 개의 중요 시험장비에 관한 업무를 이 사건 예방ㆍ점검 업무라 부릅니다.

원고들이 소속됐던 AB회사는 피고로부터 TFT-LCD용 글라스 기판을 제조하는 공정 중 일부 공정에 관한 업무를 도급받아 수행했으나, 피고가 2015. 6. '관계회사의 사업규모 축소 등으로 인해 관계회사의 직원들을 타사로 전직하게 되었으므로, A사 직원들의 도급업무 수행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AB회사에 도급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 AB회사가 소속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폐업하자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과 원심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상판결도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판단의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이 사건 공장에 상주하는 6명 정도의 AB회사 현장관리자들은 매일 아침 회의에 참석하여 피고 관리자들로부터 생산 관련 서류들을 전달받고 당일 작업량, 작업방법 등 업무에 관한 구두지시를 받았다.  AB회사 현장관리자들의 역할과 권한은 피고 관리자들의 업무상 지시를 AB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정도에 그쳤다.  AB회사 근로자들은 위와 같은 피고 관리자들의 업무상 지시에 그대로 구속되어 업무를 수행하였고, AB회사 현장관리자들이나 근로자들이 이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수정할 수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2) 이 사건 공장에서 TFT-LCD용 글라스 기판을 제조하는 공정 중 Cold 공정은 피고가 수행하는 선행 Hot 공정과 컨베이어 벨트로 이어져 있었기에, AB회사가 담당한 Cold 공정의 정사(검사), 포장 등 업무의 작업량이나 작업속도는 Hot 공정의 영향을 받았다.  또한 Cold 공정은 피고가 담당하는 업무와 AB회사가 담당하는 업무가 전후로 이어져 상호 연동되었고, 일부 업무는 피고 근로자와 AB회사 근로자가 모두 수행하거나 피고 근로자와 AB회사 근로자가 일련의 작업을 단계별로 나누어 담당하였다.

Gut 공정[세정, Off(절단)]의 경우 AB회사 근로자들만이 수행하였고 선행 Cold 공정과 설비가 단절되어 있기는 하였지만, Cold 공정에서 생산된 글라스 중 결함을 시정하거나 크기를 수정할 필요가 있는 것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정으로서 그 작업량은 Cold 공정의 영향을 받았다.  피고는 설비의 구동 속도를 설정하고 당일의 생산물량, 1시간당 투입될 글라스의 매수, 투입개시 예상시간 등을 기재한 유동계획서 등을 AB회사에 교부하는 방법으로 실질적으로 Gut 공정의 작업속도를 통제하였다.

또한 AB회사 근로자들 중 입사 후 담당 공정이 변경된 근로자가 존재하는 등 이들의 담당 업무는 Cold 공정과 Gut 공정 중 어느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Cold 공정과 Gut 공정의 업무를 수행한 AB회사 근로자들은 피고의 글라스 기판 제조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3) AB회사는 피고가 결정한 공정별, 근무형태별 인원 배치 계획에 따라 근로자를 채용하여 현장에 배치하였고, 피고는 AB회사의 직원 신규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AB회사 근로자들의 작업ㆍ휴게시간과 휴가 등도 피고의 생산계획이나 이 사건 공장의 가동 사정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4) 피고와 AB회사가 작성한 도급계약서는 AB회사가 수행할 작업 항목을 ‘작업 전반에 관한 관리’와 같이 포괄적으로 규정하면서 ‘협의 후 변경이 가능하다’고 정하여 당초 도급 대상이 아니었던 업무도 AB회사 근로자로 하여금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고, 실제로 AB회사 근로자들이 담당하는 업무의 범위는 피고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었는바, 피고와 AB가 체결한 도급계약의 목적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AB회사 근로자들이 담당한 업무는 비교적 용이하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어서 그에 필요한 전문성과 기술성이 높은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5) AB회사는 설립 이후 이 사건 공장에서 피고로부터 도급받은 업무만을 수행하면서 그 도급금액을 지급받아 회사를 운영하였고, 도급계약이 해지되자 소속 근로자들을 해고한 다음 폐업하였다.  AB회사는 도급기간 중 피고로부터 현장사무실, 지게차 등을 실질적으로 무상으로 제공받아 사용하였고, 생산 업무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3. 의의 및 시사점

최근 대법원은 불법파견 소송에서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 분야별로 증거를 살펴야 함은 물론, 같은 공정 내지 업무 내에서도 해당 원고들의 대상 근무기간별로 근로자파견을 인정할 증거가 존재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8966, 2019다28973(병합), 2019다28980(병합), 2019다28997(병합), 2019다29006(병합) 판결].

차후에도 같은 사업장, 같은 직무라 하더라도 근로자파견관계 징표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근로자파견관계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