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올해 초, 모 방송국에서 근무하던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2024년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유족들에 의해 알려졌습니다.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해당 사건에서 괴롭힘 사실은 인정되었으나, 피해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부정되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사건 이후로 직장 내 괴롭힘 제도 보호대상을 프리랜서와 같은 노무제공자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는 등 직장 내 괴롭힘 보호 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사실 확인 및 사안의 경중을 판단하고,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통해 피해근로자 등을 보호하는 한편, 가해자를 포함한 회사 구성원들에게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직장 내 괴롭힘이 문제된 사안에서 적정 징계 양정을 위한 고려 요소와 절차상 유의점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징계 양정 고려 요소
법원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징계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그 판단 근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사건번호 |
사안 |
판단 근거 |
| 서울행정법원 2025. 7. 17. 2024구합69623 판결 |
남성 버스기사가 여성 버스기사인 피해자에게 일방적인 애정표현을 반복한 사안 |
- 애정표현에 대한 피해자의 거절과 경고가 반복적으로 있었던 점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된 애정표현으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수년간 지속된 점
- 피해자에 대한 스토킹 행위로 수사기관이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한 점
- 회사가 근무조를 변경하는 분리조치를 취하였음에도 별다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개전의 정이 없는 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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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지방법원 2024. 7. 11. 선고 2022가합52910 판결 |
영업관리팀 과장이 평소 같은 팀 부하직원인 사원에게 지속적으로 “야, 그지야”, “틀리면 맞자” 등의 언어적 폭력을 행사하고, “팔을 잡거나’, ‘손목을 잡는 등’의 신체적 폭력을 행사한 사안 |
- 가해자는 피해자의 직장 상사로서 직장 내 괴롭힘을 오랫동안 지속한 점
- 회사는 취업규칙상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정하고 있는 점
- 회사는 가해자를 포함한 직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직장내 괴롭힘이 금지된다는 점을 알린 점
- 가해자가 피해자 탓을 하는 등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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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고등법원 2023. 10. 6. 선고 2022누39019 판결 |
‘욕설 및 폭언’, ‘부당업무지시’, 개인적 심부름 지시’ 등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반복된 사안 |
- 가해자가 장기간 일상적, 반복적으로 팀장이라는 우월적 직위를 이용하여 다수의 팀원들에 대하여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거나 업무비용을 전가하고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의 행위를 한 점
- 가해자가 팀을 총괄ㆍ관리하는 관리자로서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를 무너뜨리고 기업의 위계질서를 문란케 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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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행정법원 2021. 2. 10. 선고 2020구합64118 판결 |
회사 본부장이 팀원인 차장의 어깨를 주먹으로 때리거나 기타 팀원들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반복한 사안 |
- 가해자는 팀을 총괄하는 관리자의 위치에 있음에도 팀원들에 대한 괴롭힘을 반복한 점
-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수립 및 시행하는 과정에 있었던 점
- 팀원들과 회사 노동조합이 가해자의 복귀를 원하고 있지 않은 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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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법원은 구체적인 괴롭힘 행위 내용이나 태양 외에도,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사정들을 함께 고려하여 징계 양정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①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지속적, 반복적인지
② 가해자가 피해자를 지휘ㆍ감독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지
③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사내 정책상 직장 내 괴롭힘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지
④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피해자가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는지
⑤ 가해자의 직장 내 괴롭힘 전력, 반성태도 등을 고려하였을 때 개선의 정이 없는지
⑥ 해당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한 회사 구성원들의 인식이 부정적인지 등
3. 징계 절차상 유의점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징계 절차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통상적인 징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 등에서 정한 절차를 모두 준수하여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제76조의3 제5항),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특성상 다른 비위행위에 비해 구체적인 행위 내용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실무상 어려움이 있습니다. 실제로 다수의 직장 내 괴롭힘 징계사건에서, 피징계자가 ‘징계사유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하였으므로 절차상 위반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사용자는 징계 절차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특히 유의하여 피징계자에게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절차 위반으로 인한 부당징계 판단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① 직장 내 괴롭힘의 시기, 장소, 피해자, 내용을 가급적이면 구체적으로 특정
② 가해자 조사 시 특정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고지하고 충분한 소명기회를 부여
③ 징계위원회 개최 및 의결통보 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특정
④ 징계위원회 개최 시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부여
⑤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징계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였음을 증빙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반자료 마련
4. 마치며
직장 내 괴롭힘은 그 자체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업장의 근로환경을 악화하고 조직의 생산성을 크게 저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언론 보도 등으로 외부에 알려질 경우 회사의 위신과 명예가 실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구성원들에 대한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직장문화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이러한 회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할 경우 객관적인 조사와 적정한 징계 등의 조치를 통해 사업장의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