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피고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제조ㆍ판매 사업을 하는 G가 H회사를 인수하여 2002. 8. 7. 신설한 법인으로[설립 당시 상호가 'I'이었으나, 이후 'J', 'A'으로 그 상호가 순차적으로 변경됨], 인천에 본사를 두고 부평, 창원에 공장을 두어 각종 자동차 관련 기계, 설비 및 그 부품의 설계, 제조, 조립, 정비, 판매와 금융, 보급 및 서비스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원고들은 피고와 업무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들에 소속되어 창원시 성산구 K에 있는 피고의 창원공장(이하 '피고 창원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입니다.
2. 제1심 및 원심 판결 요지
제1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면서, 사용사업주가 지급할 임금 등에서 파견사업주가 지급한 퇴직금을 공제해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원심도 같은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특성으로 인하여 컨베이어 작업의 경우 제공된 근로 자체와 그로 인하여 완성된 일의 결과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아 사내협력업체의 자율적이고 독자적인 업무 수행이 용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내협력업체의 전문성이나 고유 기술이 투입되기도 어렵다. 개별 근로자들은 마치 컨베이어 장치의 일부와 같이 분절화된 업무를 반복하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다하게 되나, 일부 공정의 중단만으로도 전체 생산 공정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생산 과정의 특성으로 인하여, 컨베이어 라인에서 혼재되어 근무하고 있는 개별 근로자들은 전체 생산 공정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또한 블록화된 작업 공간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 또한 마찬가지라 할 것이어서, 위와 같은 컨베이어 작업의 특성은 장소와 형태에 따른 업무의 질적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나. 간접생산 공정의 경우
피고 창원공장에서는 간접생산 공정을 담당하는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근무시간 등 근로조건의 설정ㆍ관리 방식이 직접생산 공정과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고는 KD사업부의 경우 포장작업사양서 등을, 생산관리부 자재보급과의 경우 공급자재리스트, 서열보급자재리스트 등을 작성하고 피고 소속 직ㆍ조장을 통하여 해당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시를 하는 등 지휘ㆍ명령권을 보유ㆍ행사한 반면, 사내협력업체가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독자적인 지휘ㆍ명령을 하였다는 정황을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간접생산 공정에서의 인력활용 방식 또한 근로자파견의 특성을 지닌다고 평가된다.
나아가 피고 생산관리부의 자재보급 업무의 경우 중단 없이 작동하는 컨베이어 라인의 생산일정에 맞추어 적시에 조립부품 등을 제공하는 등 간접생산 업무 또한 자동차 생산 업무의 중심인 컨베이어벨트의 생산속도 및 일정에 연동되어 이루어지게 된다. 그 결과 간접생산 업무의 시작 및 종료시간, 연장ㆍ야간ㆍ휴일근무 시간 등이 피고가 정한 시간에 구속되었던 것은 물론 해당 공정의 작업량이나 투입 인원 또한 컨베이어벨트의 작동 속도 내지 생산량을 감안하여 책정되었다고 보인다.
다. 임금지급 및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퇴직금 공제 여부
구 파견법의 고용간주 규정에 의하여 고용간주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하여는 위와 같이 사용사업주의 임금 차액 지급의무가 있는데, 여기에서 나아가 퇴직금은 근로자가 1년 이상의 기간 계속 근로를 제공하고 퇴직할 경우에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 제공에 대한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축적하였다가 이를 기본적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가 퇴직할 때 이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서 본질적으로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니므로(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4다8333 판결 등 참조), 이 역시 민법 제538조 제2항에 정한 중간수입으로서 상환 내지 공제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나, 중간수입 중 임금지급의 대상으로 되는 기간과 시기적으로 대응하는 기간에 대한 수입만이 상환 내지 공제의 대상이 되므로(대법원 1991. 6. 28. 선고 90다카25277 판결 참조), 고용간주 규정에 의하여 고용간주된 근로자가 사내협력업체로부터 퇴직금을 받은 경우 그 퇴직금 중 사용사업주의 임금지급의 대상으로 되는 기간에 시기적으로 대응하는 금액은 중간수입으로서 상환 내지 공제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개정 파견법의 고용의무 규정에 의하여 고용의무가 발생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하여는 위와 같이 사용사업주의 손해배상금 지급의무가 있는데, 고용의무가 발생한 이후 근로자가 사내협력업체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은 경우 그 퇴직금 중 고용의무 발생일 이후의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은 사용사업주의 고용의무 불이행이라는 손해발생의 원인사실과 동일한 원인으로 발생된 이득이므로,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위 퇴직금 부분은 손익공제의 법리에 의하여 추가로 공제되어야 한다. 한편 손익공제란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으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나 채권자가 동시에 해당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여 이득을 얻는 경우 손해배상액에서 그 이득을 차감함으로써 이해의 조정을 도모하려는 것으로서 손익공제의 법리에 의하여 공제되는 이득은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 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이득에 한정되므로, 근로자가 소멸시효 등의 고려에 의하여 고용의무가 발생된 이후 일부 기간에 대하여만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는 고용의무 발생일 이후의 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 중 다시 근로자가 청구하는 기간에 상응하는 부분만이 공제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임금 차액 또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원고들이 사내협력업체로부터 수령한 퇴직금 중 이 사건 청구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은 추가로 공제되어야 한다.
3.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근로자파견관계의 성립여부에 대하여는 원심 판결과 같이 판단하면서도, 퇴직금을 공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원고들은 상고하지 않고 피고만 상고하였기 때문에, 피고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 12. 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의하여 직접고용간주의 효과가 발생하였으나 사용사업주가 현실적으로 직접고용을 하지 않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 소속으로 계속 사용사업주에게 근로를 제공한 경우,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임금 등 지급의무와 파견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임금 등 지급의무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다. 이 경우 파견사업주가 지급한 임금 등의 세부 항목이 사용사업주가 지급하여야 하는 세부 항목 각각에 대응하여 지급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진정연대채무자인 파견사업주가 파견근로자에게 변제한 임금 등은 그 세부 항목을 가리지 않고 그 전부가 사용사업주가 지급해야 할 금액에서 공제되어야 하고, 동일한 세부 항목이나 동종의 항목별로 대응하여 변제가 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23303, 223310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퇴직금은 후불 임금으로서의 성격 이외에도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과 공로보상으로서의 성격을 아울러 가지고 발생 시점과 산정 방법도 임금과 다르므로 사용사업주의 임금 등 지급의무와 파견사업주의 퇴직금 지급의무가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고, 형평의 원칙을 근거로도 사용사업주가 지급할 임금 등에서 파견사업주가 지급한 퇴직금을 공제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파견사업주가 지급한 퇴직금은 향후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퇴직금을 구하는 경우에 공제할 수 있을 뿐이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고용간주된 원고들에 대한 임금 차액을 산정할 때 위 원고들이 사내협력업체로부터 지급받은 퇴직금 중 청구기간에 상응하는 부분은 공제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위 원고들의 임금 차액 청구액에서 파견사업주로부터 받은 퇴직금을 일부라도 공제한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나, 원고들은 상고하지 않고 피고만 상고한 이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피고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4. 의의 및 시사점
근로자가 사용자의 고용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고용의무를 이행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경우, 그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제공하였어야 할 근로를 다른 직장에 제공함으로써 얻은 이익이 사용자의 고용의무 불이행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이러한 이익은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공제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5다232859 판결 등).
대상판결은 손익상계의 범위에 관하여 판단하면서, 퇴직금은 공제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다211908ㆍ211915ㆍ211922판결도 같은 취지로 판단하였습니다.
불법파견 사건에서 원고들이 임금청구를 할 때 퇴직금의 비례적인 공제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추후에는 대상판결 판시에 따라 퇴직금 공제를 하지 않고 청구하거나 기존 사건의 경우에는 청구취지를 변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운로드 :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0다28792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