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피고가 설립ㆍ경영하는 국립대학교인 L대학교 또는 M대학교(이하 ‘이 사건 대학들’)에서 비전업 시간강사로 재직 중이거나 재직하였던 사람들입니다. 이 사건 대학들은 시간강사를 전업과 비전업으로 구분하여 시간당 강의료를 차등 지급하여 왔는데, 피고는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미사용한 연차휴가에 대한 연차휴가수당, 주휴수당, 근로자의 날에 대한 유급휴일수당을 전부 또는 일부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관련 법률은 아래와 같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제18조(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
①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은 그 사업장의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비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근로조건을 결정할 때에 기준이 되는 사항이나 그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③ 4주 동안(4주 미만으로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제55조와 제60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2. 제1심 및 원심 판단
제1심은 “강의준비와 학사 행정업무는 강의 수행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업무이므로 근로시간을 강의시간만으로 한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원심은 시간강사 위촉계약에서 정한 주당 강의시수가 원고들의 소정근로시간인데, 주당 강의시수가 모두 12시간 이하인 원고들은 초단시간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연차휴가와 주휴가 부여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강의준비 등에 필요한 시간까지도 포함해 소정근로시간을 평가하더라도, 1주 평균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라고 봐야 하므로 원고들은 여전히 초단시간 근로자에 해당해 연차휴가 및 주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3. 판결 요지
그러나 대상판결은 주당 강의시수가 원고들의 소정 근로시간이라고 보기 어려워 원고들이 초단시간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구체적인 판단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학의 시간강사는 학교가 개설한 교과목의 강의를 담당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학사관리업무 등을 수행하고, 그와 같은 업무수행의 대가로 통상 시간당 일정액에 강의시간 수를 곱한 강사료를 보수로 지급받는다. 대학의 시간강사가 초단시간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의시간 수가 아니라 강의와 그에 수반되는 업무, 그밖에 임용계약 등에서 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통상적으로 필요한 근로시간 수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학 강의의 특성상 강의 외 업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강의시간의 정함이 곧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만약 시간강사가 대학에 근로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전체 시간이 강의시간을 초과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강의시간만을 기준으로 초단시간근로자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근로자에게 주휴와 연차휴가를 보장하되 ‘근로시간이 매우 짧아 사업장에 대한 전속성이나 기여도가 낮고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근로를 제공하는 일부 근로자’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주휴와 연차휴가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가 몰각되기 때문이다.
1) 원고들의 시간강사 위촉계약서에 주당 강의시수가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러한 기재만으로는 주당 강의시수를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그밖에 원고들과 대학이 강의시수 또는 다른 어떤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2) 시간강사 위촉계약에 따라 원고들이 수행하여야 할 업무는 수업시간 중에 이루어지는 강의에 국한되지 않았다. 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강의계획서를 작성하고 강의 내용과 강의 교재를 마련하는 등의 준비가 요구되었다. 원고들은 학생 상담 및 지도 등의 학생관리 업무와 시험 출제, 채점 및 성적 입력 등의 평가업무, 그 밖에 강의와 관련된 학사행정업무(이하 ‘강의 수반 업무’)도 수행하여야 했다. 이러한 강의준비, 학생관리, 평가 등의 업무는 시간강사가 강의를 할 때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업무로서 원고들이 피고에 근로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업무이다.
3) 강의 수반 업무의 성격과 내용 등에 비추어 원고들이 이를 수행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수 등 전임 교원의 경우 구 고등교육법 시행령(2024. 2. 20. 대통령령 제342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에서 교수시간을 주 9시간을 원칙으로 정하였는데, 이는 강의 수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일반적으로 상당한 추가 시간이 필요함을 고려한 것이다. 교육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대학 시간강사들의 퇴직금을 국고에서 지원한 바 있는데, 강의시간의 3배에 해당하는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보는 전제에서 1주 강의시간이 5시간 이상인 시간강사를 그 지원 대상자로 삼았다. 이에 비추어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의시간의 3배에 해당하는 시간이 대학의 시간강사가 강의와 그 수반 업무를 수행하는 데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판단하는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절대적 기준으로 볼 것은 아니고, 법원은 여러 사정을 아울러 참작하여야 한다.
4) 원심은 강의 수반 업무까지 고려하더라도 원고들의 1주 평균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에 이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일부 원고들이 주휴수당과 연차수당을 청구하는 기간 중에는 1주 강의시수가 8시간, 9시간, 12시간인 학기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원심이 위와 같은 원고들까지도 일률적으로 초단시간근로자로 본 것은 강의 수반 업무에 필요한 시간을 거의 인정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여서 앞서 본 법리에 실질적으로 반한다.
가.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들의 시간강사 위촉계약의 내용, 원고들이 수행해야 하는 강의 수반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심리한 다음, 원고들의 강의시간과 강의 수반 업무 시간을 합한 시간이 1주 15시간 이상인지를 살펴서 원고들이 초단시간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나.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연차휴가수당과 주휴수당 청구를 배척하였는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초단시간근로자와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대학교의 시간강사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학교법인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두13018, 13025 판결), 시간강사의 소정근로시간을 계약서에 기재된 강의시간만으로 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첫 대법원 판결입니다. 대상판결은 구 고등교육법 시행령(2024. 2. 20. 대통령령 제342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취지를 고려하여 강의시간의 3배에 해당하는 시간이 강의준비시간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일응의 기준을 설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대학이 아닌 다른 사업장에서도, 소정 근로시간보다 실근로시간이 더 높게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합니다.
다운로드 :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3다21731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