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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최신 판례
[노동] 대리운전 기사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
2024.09.27
[대상판결 : 대법원 2024. 9. 27. 선고 2020다267491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2014년 무렵부터 부산 지역에서 대리운전 기사들을 모집하고 이들과 동업계약을 체결하여 대리운전업을 영위한 사업자입니다.  원고는 원심 공동원고인 망 C(상호 D) 등 다른 대리운전업체들과 대리운전 접수 및 기사 배정 등에 필요한 ‘AAA’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고객의 대리운전 요청 정보를 공유하고 기사 배정을 공동으로 하였습니다.

피고는 2017. 10. 원고와 동업계약을 체결한 다음 이 사건 프로그램 접속에 필요한 기사 ID를 부여받아 그 무렵부터 대리운전업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망 C와 동업계약을 체결한 원심 공동피고 E는 대리운전 기사를 조합원으로 하여 F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으로 지역단위노동조합을 조직한 다음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받았고, 피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에 가입하였습니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9. 1.경 원고 등에게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원고 등은 위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하였습니다.

이어서 원고 등은 대리운전 기사인 피고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피고가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근로자지위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피고가 원고와의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는 대리운전 기사로서 그 소득을 원고와 이 사건 협력업체들로부터 배정받은 고객의 콜을 수행하여 받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피고가 그 외의 다른 대리운전업체들의 콜을 수행하여 수입을 얻고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피고가 원고뿐 아니라 이 사건 협력업체들로부터도 콜을 배정받은 것은 원고가 이 사건 협력업체들과 고객의 콜 정보를 공유하고 기사 배정을 공동으로 하기로 정했기 때문이고, 원고의 결정 여하에 따라 피고는 이 사건 협력업체들로부터 콜을 배정받지 못하거나 배정이 제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협력업체들로부터 배정받은 콜을 수행하여 받은 수입도 원고로부터 받은 수입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는 소득을 원고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이 사건 동업계약서에 따르면 대리운전 기사들이 원고에 납부해야 하는 수수료, 프로그램 사용료, 관리비 등의 액수, 대리운전 기사들의 업무 수행 시 준수할 사항이나 받아야 할 교육 등을 원고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피고의 H는 대리운전요금에서 원고가 일방적으로 정한 위 수수료 등을 공제한 금액인데, 원고가 대리운전요금 액수를 결정한 상태에서 피고에게 콜이 배정되는 것으로 보이고 5)항에서 보는 것처럼 피고는 배정받을 콜을 쉽사리 거부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보수 역시 원고가 사실상 결정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피고가 제공하는 대리운전 노무는 원고의 대리운전업 영위에 필수적인 것이고, 피고는 원고를 통해서 I에 접근하며 원고와 같은 대리운전업체를 통하지 않고 대리운전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4) 피고는 2017. 10. 31. 원고와 이 사건 동업계약을 체결한 다음 원고 및 이 사건 협력업체들로부터 콜을 배정받는 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되어 왔고, 1)항에서 본 것처럼 원고에게 전속된 정도도 강한 편에 속한다.

5) 원고와 이 사건 협력업체들은 주로 자동배정과 우선배정(이 사건 제1심판결 선고 후인 2020. 1. 무렵 중단되었다)의 방식으로 고객의 콜을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배정해 왔다.  피고를 포함한 대리운전 기사들은 배정받은 콜을 거부하는 경우에 향후 배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대기 순서가 뒤로 밀리는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되어 쉽사리 배정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우선배정을 받기 위하여는 원고와 이 사건 협력업체들이 제시하는 우선배정 조건에 따라 콜을 수행하여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동업계약서에는 피고의 복장과 업무 수행 시 준수할 사항 및 교육을 받을 의무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어 피고가 이를 위반할 경우 주의조치나 계약해지가 가능하였다(2020. 1. 무렵 이 사건 동업계약서의 내용이 일부 변경되었으나 실제 운영 실태는 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와 원고 사이에 어느 정도의 지휘 · 감독관계가 존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6) 피고에게 노무제공의 대가를 지급하는 주체는 고객이 아니라 원고라고 보아야 한다.  대리운전요금은 고객이 카드 혹은 현금으로 결제하는데, 카드 결제의 경우 원고가 고객이 제공한 카드 정보를 이용하여 대리운전요금을 결제한 후 피고에게 노무제공의 대가로 대리운전비 상당의 금액을 별도로 지급한다.  현금 결제 시에는 고객이 피고에게 대리운전요금을 직접 지급하지만, 이는 현장에서 대리운전 기사만이 현금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으로 대리운전요금이 원고에게 귀속된 후 원고가 대리운전비를 피고에게 지급하는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리운전 기사의 근로자성이 문제된 선행 사건으로는 ‘카카오T’ 사건이 있었습니다.  앞서 모빌리티 플랫폼인 ‘카카오T’를 사용하는 대리기사들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 10.에 소를 취하하며 대리운전노조와 단체교섭을 시작한 바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대리운전 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첫 대법원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 궤를 같이 합니다.  판례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보는 근로기준법보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를 더 넓게 보고 있습니다.  대리기사가 특정 업체로부터만 콜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협력업체로부터 대리기사 콜을 받아왔던 사정, 대리운전의 대가로서의 금원 중 카드 결제가 아닌 현금은 원고 회사가 아닌 고객으로부터 직접 수령하였던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대리운전 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지난 2024. 7.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이어서 이 사건 대리기사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결이 선고되어 대리기사 등 플랫폼 종사의 근로자성 인정 범위는 넓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운로드 : 대법원 2024. 9. 27. 선고 2020다26749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