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같은 주차장이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재개발구역에서 1,451㎡가 하나의 공영주차장으로 쓰였습니다.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그 가운데 238㎡는 조합에 무상으로 넘어갔고, 나머지 1,213㎡는 15억 원이 넘는 대금을 치른 뒤에야 조합 몫이 됐습니다.
이후 조합은 지급한 대금을 돌려받겠다며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구했습니다. 근거로 내세운 조항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97조 제2항 후단입니다. 정비사업 시행으로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은 사업시행자가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에서 그에게 무상으로 양도된다는 규정입니다. 행정재산이어야 한다는 요건은 보이지 않습니다. 쓰임의 공공성만 헤아린다면 무상양도를 인정할 여지는 넓어집니다. 제1심과 원심이 그 해석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6. 9. 3. 선고 2026다202915 판결은 원심을 뒤집었습니다. 무상양도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국유재산법」과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이하 ‘공유재산법’)상 공공용재산, 곧 행정재산에 한정되고, 일반재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무상양도 여부를 따질 때 실제 사용 현황만 파악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국유재산법」상 재산의 법적 성질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2. 사실관계
원고는 인천 미추홀구 일원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시행하려고 2008. 9. 1. 설립인가를 받은 조합입니다. 미추홀구청장은 2010. 1. 8.경 사업구역 안의 국ㆍ공유재산을 유상으로 매수하는 등의 조건을 붙여 사업시행인가를 했고, 2017. 11. 13.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뒤따랐습니다.
다툼의 중심에 놓인 토지는 사업구역 안에 있는 1,213㎡ 규모의 국유지입니다. 미추홀구청장은 2001. 2. 3. 관보에 도시계획시설(도로, 주차장) 결정과 지형도면 승인을 고시했고, 결정조서의 주차장 항목에는 해당 토지와 바로 잇닿은 238㎡를 합한 1,451㎡가 올라 있었습니다. 지목은 2003. 4. 15. 전에서 주차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미추홀구는 대한민국으로부터 용도를 주차장용지로 특정해 토지를 대부받아 공영주차장을 운영하면서 이용요금을 받아 왔고, 재산실태조사서에도 공영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라는 기재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국유재산법」상 일반재산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원고는 2020. 4. 2. 대한민국으로부터 문제의 토지를 포함한 국유재산을 대금 합계 4,817,100,000원에 매수했고, 같은 날 대금을 모두 치른 뒤 2020. 5. 8.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2023. 11. 20.경 위탁관리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 인천지역본부에 무상양도 대상임을 들어 매매대금 환급을 요청했으나 확인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자,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제1심은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3. 20. 선고 2024가합58454 판결). 사업시행인가에 앞서 도시계획으로 결정되어 설치된 국가 소유 기반시설이고 정비사업 시행으로 주차장 용도가 폐지됐으므로 무상양도 대상이며, 매매계약 가운데 해당 토지 부분은 무효라고 보아 매매대금 1,516,294,500원과 지연손해금의 반환을 명했습니다. 제2심도 결론을 같이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6. 3. 13. 선고 2025나206828 판결). 도시정비법에서 행정재산임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 같은 법 제97조 제3항 제4호가 공유재산 가운데 일반인의 교통에 제공되고 있는 부지를 무상양도 대상 도로에 넣어 일반재산까지 포섭한다는 점, 국가 소유 일반재산을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받아 공공용으로 사용해 온 경우와 행정재산 사이에 공공성의 본질적 차이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3. 주요 쟁점
쟁점은 네 가지로 압축됩니다.
① 도시정비법 제97조 제2항 후단이 말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이 국ㆍ공유재산법상 행정재산, 그 중에서도 공공용재산으로 한정되는가.
② 같은 조항의 용도폐지가 국ㆍ공유재산법상 용도폐지, 곧 행정재산이 일반재산으로 되는 절차와 같은 뜻인가.
③ 국유 일반재산이 지방자치단체에 대부되어 도시계획시설로 오랫동안 공공에 제공되어 온 사정이 결론을 달리할 사유가 되는가.
④ 위 법 제97조 제3항 제4호를 근거로 무상양도의 범위를 일반재산 전반으로 넓힐 수 있는가.
4. 대법원의 입장
가. 유지된 법리 - 입법취지와 강행규정성
대법원은 새로 설치된 정비기반시설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귀속됨으로써 사업시행자에게 생기는 재산상 손실과 비용을 합리적 범위에서 보전해 주려는 데 후단 규정의 취지가 있다고 거듭 밝혀 왔습니다(대법원 2007. 4. 13. 선고 2006두11149 판결,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6다252478 판결 등 참조). 그 취지에 비추어 후단은 새로 설치될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에서 용도폐지될 정비기반시설의 무상양도를 강제하는 강행규정이고, 이에 어긋난 매매계약은 무효라는 법리도 이미 굳어져 있습니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7두6663 판결, 대법원 2018. 5. 11. 선고 2015다4167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이번 판결에서도 다시 확인되었습니다. 달라진 지점은 무상양도가 미치는 대상의 범위입니다.
나. 대상의 확정 - 국ㆍ공유재산법의 재산 분류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밖에서 해석의 근거를 구했습니다. 「국유재산법」은 국유재산을 행정재산과 일반재산으로 가른 다음, 국가가 직접 공공용으로 사용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한 기한까지 사용하기로 결정한 재산을 행정재산의 하나인 공공용재산으로 정합니다(제6조). 공유재산법의 얼개도 같습니다. 도시정비법은 도로ㆍ상하수도ㆍ구거ㆍ공원ㆍ공용주차장ㆍ공동구 등을 정비기반시설로 정의하고(제2조 제4호), 같은 법 시행령이 녹지ㆍ하천ㆍ공공공지 등을 보탭니다(제3조). 두 법률의 규율을 겹쳐 읽으면, 후단이 가리키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은 국가나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공공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공공용재산, 즉 행정재산을 뜻하게 됩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65조 제1항의 공공시설을 공공용 재산으로 본 대법원 2020. 1. 9. 선고 2018다243614 판결도 같은 방향에 서 있습니다.
다. 용도폐지의 의미 - 행정재산에만 있는 절차
용도폐지의 뜻 또한 국ㆍ공유재산법 체계에서 도출됐습니다. 「국유재산법」은 행정재산의 처분을 원칙적으로 막는 한편(제27조 제1항 본문), 일반재산에 관해서만 대부와 처분을 허용하고(제41조 제1항), 용도폐지 규정은 행정재산에만 둡니다(제40조 제1항). 공유재산법의 구조도 다르지 않습니다. 국ㆍ공유재산법에서 용도폐지란 행정재산이 그 성질을 잃어 일반재산으로 되는 것을 말합니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두6612 판결 참조). 도시정비법이 같은 낱말을 다른 뜻으로 썼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일반재산은 애초에 용도폐지의 대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라. 결론 - 일반재산은 무상양도 대상이 아님
대법원은 여기에 실질의 논거를 보탰습니다. 사업시행자는 행정재산과 달리 일반재산에 관하여는 매수하거나 수용하는 방법으로 유상취득할 수 있습니다. 유상취득의 길이 열려 있는 재산까지 대가 없이 넘겨야 할 이유는 찾기 어렵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도시정비법 제97조 제2항 후단의 무상양도 대상은 국ㆍ공유재산법에 따른 공공용재산 가운데 정비사업 시행으로 용도가 폐지된 재산에 국한되고, 일반재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도시정비법 제97조 제3항 제4호가 공유재산 중 일반인의 교통을 위하여 제공되고 있는 부지를 무상양도의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하여 달리 볼 수 없다는 판시도 함께 붙였습니다.
사안에 적용한 결과는 간명합니다. 문제의 토지는 「국유재산법」상 일반재산이므로 용도가 폐지되는 국ㆍ공유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는 매수 등 유상취득의 방법을 밟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매매계약을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라고 할 수 없으니 매매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돌려받을 근거도 남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이 미추홀구에 용도를 주차장용지로 특정해 대부했다는 사정도 결론을 바꾸지 못합니다. 대법원은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마. 최근 판례의 흐름
이번 판단은 무상양도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한다는 점에서 앞선 판결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다215955 판결은 구 도시정비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시장ㆍ군수 등이 아닌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되는 정비기반시설에 사실상 도로로 사용되던 부지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두 판결 모두 사용 현황만을 이유로 무상양도 범위를 넓히는 데 신중하면서, 2024다215955 판결은 법률의 개정 경과와 적용례를, 이번 판결은 국ㆍ공유재산법상 재산 분류를 각각 중시했습니다.
5. 시사점
가. 사용 현황만으로는 부족하고 재산의 종류를 살펴야 합니다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되고, 지목이 주차장으로 바뀌고, 이용안내판과 요금징수가 이어졌더라도 재산의 법적 성질은 일반재산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외관이 공공용재산과 닮았다고 하여 성질까지 같아지지는 않습니다. 조합으로서는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구역 안 국ㆍ공유지를 필지별로 구분해, 재산의 종류와 공용개시ㆍ용도폐지 절차의 존부를 재산관리관청의 회신으로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한편 도시정비법 제97조 제4항은 시장ㆍ군수등이 정비기반시설의 귀속 및 양도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 정비사업을 시행하거나 그 시행을 인가하려는 경우 미리 관리청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으므로, 조합도 사업시행계획 수립ㆍ인가 단계에서 이 절차를 통해 재산의 성격과 귀속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주차장으로 쓰이던 인접 토지가 무상양도를 받은 사실이 있더라도, 소유 주체와 재산 종류가 다르면 결론은 갈릴 수 있습니다.
나. 강행규정 무효의 법리는 대상이 확정된 뒤에 작동합니다
무상양도의 대상이 아닌 재산을 사고판 계약은 유효하고, 이미 치른 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되돌릴 길도 열리지 않습니다. 국ㆍ공유재산을 유상으로 매수하라는 조건이 붙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대금을 낸 뒤 여러 해가 지나 환급을 구하는 소송이 그동안 잇따랐습니다. 이번 판결로 그 성패는 계약의 효력을 다투는 단계가 아니라 재산의 종류를 가리는 단계에서 판가름 나게 됐습니다. 조합이라면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 무상양도 대상 여부를 선제적으로 확인ㆍ협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후의 청구는 시효와 증명의 부담까지 함께 짊어집니다.
다. 사실상 도로에 관한 규정은 국유 일반재산까지 확대되지 않습니다
도시정비법 제97조 제3항 제4호는 공유재산법에 따른 공유재산 중 일반인의 교통을 위하여 제공되고 있는 부지를 제1항 및 제2항의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하는 도로로 정하고 있습니다. 2017년 전부개정법 부칙은 제97조 제3항을 법 시행 이후 최초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는 경우부터 적용하도록 정했습니다. 한 조항에 담긴 예외를 근거로 국유 일반재산 전반을 무상양도의 대상으로 넓히는 해석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남는 과제는 입법과 재산관리 실무의 몫입니다. 국유 일반재산이 지방자치단체에 대부되어 오랜 기간 도시계획시설로 주민에게 제공되어 온 경우 그 부담을 누가 질지는 문언만으로 풀리지 않습니다. 재산의 법적 성질과 공공용재산 해당 여부가 사전에 명확히 정리되어 있었다면 분쟁의 여지는 줄었을 수 있습니다.
6. 나오며
이번 판결은 도시정비법 제97조 제2항 후단의 무상양도 대상이 원칙적으로 국ㆍ공유재산법상 공공용재산에 해당하고, 일반재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포함되지 않는다는 기준을 분명히 했습니다. 정비사업에서 국ㆍ공유지의 처리는 사용 현황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고, 공부상 재산 종류와 법적 성질의 확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산관리 책임도 한층 또렷해졌습니다.
판단의 기준은 두 갈래로 정리됩니다. 무상양도의 상대가 되는 재산은 국가나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공공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공공용재산이어야 하고, 용도폐지는 그러한 행정재산이 성질을 잃어 일반재산으로 되는 것을 뜻합니다. 두 요건을 함께 갖추지 못한 토지는 사용 실태가 아무리 공공에 가깝더라도 유상취득의 영역에 남습니다. 정비구역 내 국ㆍ공유지를 다루는 조합과 관리청은 재산대장과 용도폐지 이력, 공용개시 여부를 먼저 살피는 순서를 밟아야 합니다.
국유 일반재산을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받아 오랜 기간 도시계획시설로 운영해 온 사례는 전국에 흩어져 있습니다. 같은 구조의 분쟁을 안고 있는 조합이라면 대상 토지의 재산 종류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상양도를 둘러싼 오랜 다툼의 기준선은 이번 판결로 뚜렷하게 그어졌고, 남은 과제는 그 기준선 바깥에 놓인 재산을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입법과 재산관리 실무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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