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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칼럼
[노동] 대기발령에 관한 최근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2024.10.29
1. 들어가며

대기발령 또는 직위해제는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를 의미합니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86246 판결 등 참조).  실무상 비위행위에 대한 조사가 개시되어 징계의결이 요구 중인 경우, 범죄행위로 기소된 경우 등의 상태에서 해당 근로자가 업무에 종사하면 업무수행에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방지하기 위하여 업무종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사용자의 잠정적 처분으로 이루어집니다.

대기발령이 이루어지는 경우 취업규칙에 따라 승진소요기간이나 보수에서의 불이익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대기발령 자체를 징계와 유사하게 받아들여 대기발령에 대한 구제신청이나 효력정지 가처분 등을 통하여 그 효력을 다투기도 합니다.  이때 문제되는 쟁점들을 살펴보고, 대기발령과 관련하여 선고된 최근 대법원 판결의 의의와 유의사항을 살펴보겠습니다.


2. 신청의 이익

근로자는 부당한 대기발령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에 신청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고(근로기준법 제28조 제1항), 법원에 제소하여 사법적 구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대기발령 신청의 이익이 없는 경우 그 신청이 각하되므로 신청의 이익이 문제가 됩니다.

대기발령이 장래를 향하여 실효되더라도 대기발령에 기하여 발생한 효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급하여 소멸하지 않으므로, 취업규칙 등에서 대기발령에 따른 효과로 승진ㆍ승급에 제한을 가하는 등의 법률상 불이익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 대기발령을 받은 근로자는 이러한 법률상 불이익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 실효된 대기발령에 대한 구제를 신청할 이익이 있습니다(대법원 2010. 7. 29. 선고 2007두18406 판결 참조).

최근 대법원은 육아휴직 기간 전에 대기발령을 받은 근로자가 회사의 취업규칙에 따라 1) 대기발령 기간이 승진소요기간에 산입 되지 않고, 2) 육아휴직 전 2주간의 대기발령 기간에 제 수당이 제외된 기본급만 지급받는다는 불이익을 입은 사안에서, 대기발령에 대한 구제신청을 하기 전에 육아휴직 기간이 개시되면서 대기발령이 실효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참가인이 구제신청 당시 원고의 근로자 지위를 유지한 채 위와 같은 불이익에서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면 대기발령에 대한 구제를 신청할 이익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4두40493판결, 이하 '대상판결(1)'].

한편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은 유지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  즉, 전원합의체 판결은 ‘구제신청을 할 당시 근로자 지위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한 뒤,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받을 필요성이 있는지를 고려하여 신청의 이익을 판단하였습니다.

대상판결(1)도 이러한 측면에서 근로자가 구제신청 당시 근로자 지위를 유지한 채 위와 같은 불이익에서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면, 그 불이익이 단 2주라는 기간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신청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을 주목할 만합니다.


3. 대기발령의 정당성 판단 기준

법원은, 대기발령은 장래에 있어서 예상되는 업무상 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서, 과거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인 징계와 그 성질이 다르다는 점에서, 대기발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 권한에 속하여,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아(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6두5151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두1460 판결 등 참조), 징계의 정당성보다는 비교적 넓게 그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정당성은 1) 대기발령 사유 존재 여부, 2) 절차 규정의 위반 여부, 3) 대기발령이 지속되는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고 있습니다.  이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징계절차의 준수 필요성

대기발령은 징계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대기발령의 절차가 취업규칙 등에 규정되지 않은 한 징계절차를 반드시 준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대기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근로자와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가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로 고려됩니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두8011 판결).1) 

한편, 회사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대기발령이 징계처분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거나, 사실상 징계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경우에는 징계처분으로 판단되므로, 이 경우에는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직위해제의 효력은 부정된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합니다(대법원 1992. 7.28. 선고 91다30729 판결).


2) 적절한 기간 부여의 필요성

대기발령의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법원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님에도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대기발령 조치를 유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판단합니다(대법원 2007. 2. 23. 선고 2005다3991 판결).

대기발령이 과도하게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대기발령 전체가 무효로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대기발령의 필요성이 없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대기발령의 필요성이 있을 수 있는 부분에 관하여는 사유를 별도로 따져 보아야 한다며 대기발령이 언제부터 무효인지에 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보아 대기발령 처분이 전부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다250873 판결, 이하 '대상판결(2)'].

대상판결(2)는 앞서 대법원이 대기발령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유지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다고 볼 만한 시점 이후부터의 대기발령은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2. 23. 선고 2005다3991 판결,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64833 판결 등 참조)는 법리를 구체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상판결(2)에 따라, 대기발령이 부당하게 장기간 지속된 경우에도 대기발령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판단되는 기간에 대한 승진소요기간 산입이나 급여에서의 근로자의 불이익이 유지되게 됩니다.


4. 마치며

사용자로서는 대기발령 사유를 취업규칙 등에 명확하게 규정해 두어 임의적인 인사명령을 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대기발령이 지나치게 장기화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시로 대기발령의 사유가 소멸하였는지를 점검하여, 그 사유가 소멸한 때에는 직위를 부여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 없이 근로자를 장기간 대기발령 상태에 두는 것은 권리남용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특히 대상판결(2)에서 대법원이 기존과 달리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대기발령의 유효 부분과 무효 부분을 구분하여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발령이 필요한 기간과 시점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좀 더 요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대기발령으로 입는 근로자의 승진연수나 급여 등의 불이익이 클수록, 구제신청의 이익이 크다고 판단될 수 있기 때문에 대기발령에 따라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크지 않은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1)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대기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2. 12. 28. 선고 2000두8011 판결,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등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