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및 경과
법무법인 지평이 피고 대우증권을 대리하여 수행한 대상 사건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피고 증권회사들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제125조1 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사건의 개요 및 소송진행 경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사건의 개요
① 해운회사인 D사는 2010년 10월 25일 자본시장법 제119조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기명식 보통주식 400만 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유상증자(이하 '이 사건 유상증자')에 관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D사는 위 유상증자를 위해 H증권을 대표주관회사로, 대우증권을 공동주관회사로 선정하였고, 위 증권사들은 D사와 체결한 인수계약에 따라 신주 모집 및 잔액 인수 관련 사무를 주관하였습니다.
D사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후 2010년 11월 5일 금융위원회에 위 증권신고서와 같은 내용을 기재한 투자설명서를 제출하였습니다.
② 원고들은 발행시장 또는 유통시장에서 이 사건 유상증자로 발행된 D사의 신주를 인수 또는 매수한 사람들입니다.
③ D사는 세계적 경기침체로 인한 벌크운임지수(Baltic Dry Index) 급락에 따라 운항비용이 운항수익을 초과함으로써 경영수지가 크게 악화되어 채무를 갚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였다는 이유로 2011년 1월 25일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여 같은 해 2월 15일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습니다. D사의 주가는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 급락하였고, 원고들은 주가 급락 후 D사 주식을 처분한 후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에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이 기재되거나 중요사항이 누락되었다고 주장하며 대우증권 및 H증권을 상대로 자본시장법 제125조 또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나. 제1심 및 제2심판결의 경과
(1) 제1심법원은 이 사건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에 ① 용선ㆍ대선계약에 관한 기재, ② D사의 재무상태 악화에 관한 기재, ③ 신조 선박 투자에 관한 기재가 누락되어 있고, 이러한 기재 누락 사항은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이 정한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보아 인수인인 피고 증권사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그 비율을 30%로 제한하였습니다.
(2) 제2심법원은 역시 피고 증권사들에게 자본시장법 제125조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제1심판결의 결론을 유지하였습니다(책임비율은 20%로 제한).
다만, 제2심은 제1심이 중요사항에 관한 기재 누락으로 인정한 사항들에 대한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대신 ① 용ㆍ대선 매출 비중에 관한 거짓 기재, ② 신조 선박 수에 관한 거짓 기재, ③ 매출채권 유동화 관련 기재 누락, ④ 선박펀드에 매각한 선박 관련 사항 기재 누락, ⑤ 회계감사인 의견의 거짓 기재 등의 사항이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의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제1심 및 제2심은 위와 같이 거짓 기재 또는 기재 누락을 인정한 사항들이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사항"에 해당한다는 결론만 설시하였을 뿐,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의 '중요사항'이 갖는 의미와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제1심과 제2심이 피고 증권사들의 책임 근거로 삼은 중요사항에 대한 판단을 완전히 달리하였다는 점입니다.
(4) 피고 증권사들은 제2심판결에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이 정한 '중요사항'의 의미 및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고를 제기하였습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제125조의 중요사항이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 또는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자본시장법 제47조 제3항)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는 합리적인 투자자가 금융투자상품과 관련된 투자판단이나 의사결정을 할 때에 중요하게 고려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사항을 의미한다.”는 일반적인 법리를 설시한 후, “나아가 어떠한 사항이 합리적인 투자자가 중요하게 고려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사항에 해당하는지는 그 사항이 거짓으로 기재ㆍ표시되거나 그 기재ㆍ표시가 누락됨으로써 합리적인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전체 맥락을 상당히 변경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구체적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제2심이 거짓 기재로 인정한 ① 용ㆍ대선 매출 비중, ② 신조 선박 수, ⑤ 회계감사인 의견에 관한 기재는,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의 전체적인 내용을 고려할 때 거짓 기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한편, ③ ‘매출채권 유동화 관련 내용’의 경우, 투자자로서는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의 기재 내용에 의해 “D사가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출채권 등의 자산을 활용한 유동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 및 그와 관련된 주요계약으로 2건의 유동화 내역이 기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위와 같은 기재로부터 D사가 유동성 확충을 위해 위 2건 외에도 추가적인 매출채권의 자산유동화를 할 가능성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D사의 확정된 자산유동화 계획의 구체적 내용 중 일부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그것이 “D사에 현금유동성이 부족하여 그 확충을 위해 자산유동화를 하여 왔다는 정보의 전체 맥락을 상당히 변경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위 부분을 기재하지 않은 것이 중요사항의 기재 누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④ ‘선박펀드에 매각한 선박 관련 사항’의 경우에도, 증권신고서 및 투자설명서에 D사가 추가적인 선박 매각과 운임매출채권의 유동화 등을 통한 현금유동성 확충을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재되어 있고,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위 기재로부터 D사가 유동성 확충과 선박금융 조달을 위해 추가적인 선박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충에 나설 것임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으므로, 선박 매각에 관한 사실이 빠짐없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하여 그것이 위와 같은 정보의 전체 맥락을 상당히 변경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대법원은 제2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3. 대법원 판결의 의미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이 정한 ‘중요사항’ 해당 여부는 ①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하는 합리적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② 중요하게 고려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정보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고 ③ 이러한 상당한 개연성 유무는 “합리적인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전체 맥락을 상당히 변경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위와 같은 '상당한 개연성', '정보의 전체적 맥락 변경 여부' 등의 판단 기준은 미국 판례에서도 일반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자본시장법 제125조와 유사한 책임요건을 정한 구 증권거래법 제14조의 '중요사항'에 관하여는 " '투자자에게 유가증권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오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한 중요한 사항'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기재가 행하여진 때를 기준으로 보통의 신중한 투자자가 증권을 매수하기 전에 당연히 알아야 할 사항을 사실대로 기재하지 않고, 거짓되게 기재한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준이 제시되어 왔을 뿐입니다(서울고등법원 1999. 7. 23. 선고 98나50335 판결 등).
그동안 계속적으로 강조되어 온 투자자 보호 필요성에 관한 사회적 요청이 위와 같은 일반적ㆍ추상적 판단 기준과 결합된 결과, 이 사건 제1심, 제2심은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의 내용이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엄밀한 분석 없이 사소한 기재 누락 등을 근거로 피고 증권사들의 책임을 인정하였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판단이 유지될 경우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에 "해당 유가증권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항을 빠짐없이 기재할 것"이라는 이행 불가능한 의무가 발행회사나 인수인에게 부과될 것이고, 결국 증권신고서 등은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반드시 필요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게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자본시장법 제125조 제1항이 정한 중요사항의 의미와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위 조항에 따른 인수인 등의 책임이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과 조화되어야 한다는 '투자 관련 손해배상법의 기본 원리'를 밝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기초하여 관련 법리가 올바른 관점에서 더욱 풍부하게 발전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