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다276823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가 소속된 회사의 팀장이었던 A는 휴가기간 중 업무를 핑계로 원고를 불러내어 강간을 시도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 회사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였는데, 피고 회사는 A가 강간미수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일부 부인하면서 그 책임을 원고에게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원고에게 알려주지 않은 채, 단지 ‘A에 대한 조사 및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그러한 절차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소문 등으로 인한 불이익이 초래될 것’이라면서 A의 권고사직 처리에 동의할 것을 유도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A를 징계하지 않고 권고사직으로 처리하는 것에 동의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는 A가 조사과정에서 원고에게 책임을 돌리는 태도를 보였음을 알게 되었고, 피고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A의 강간미수행위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사직처리가 결과의 면에서 징계해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남녀고용평등법상 적절한 조치1) 의무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A의 사직처리 등에 관한 피고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아, 이 부분 불법행위를 이유로 원고에게 3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1) 피고가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였는지 : 부정
항소심 재판부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의 ‘징계 등 필요한 조치’가 반드시 징계처분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고, 비공식절차를 통한 분쟁해결도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비공식절차를 통한 분쟁해결의 경우에도, 사용자는 신고인(피해근로자)에게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절차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신고인이 처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신고인 스스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공식적인 절차를 이용하게 될 경우 비공식절차에 비해 일정 정도 비밀유지에 어려움이 생길 수는 있으나, 사용자는 비밀유지를 위해 각별한 주의를 다하여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전제하에, 피고 회사가 원고와의 면담 과정에서 공식적인 징계절차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거나 비밀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공식적인 징계절차에 회부될 경우 피해가 공개될 염려가 있다는 점만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무징계 사직을 받아들일 것을 사실상 강권하였고, 이로써 원고가 다양한 선택지의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보아 피고의 불법행위를 인정하였습니다.
원고가 면담 과정에서 일부 A의 임의사직 처리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거나, 사직처리 이후 법률대리인을 통해 감사를 표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의 잘못을 치유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2) 의견청취 및 피해근로자 보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였는지 : 부정
항소심 재판부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에서 정한 의견청취의무와 관련하여, 원고가 조사과정에서 A 진술의 구체적 양상이 어떠했는지를 피고로부터 전달받아 형사고소 여부 등 대응방안을 정리할 기회를 얻을 권리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피고가 이러한 원고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은 채 단순히 A가 권고사직을 받아들였다는 점만 전달하였으므로, 의견청취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피고가 원고의 요청에 따라 A를 권고사직 처리했다고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적절한 조치라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A의 권고사직 이후 익명게시판에 원고를 공격하는 게시물이 올라왔고, 원고가 성폭력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원고에 대해 지속적인 상담이나 인사상 배려 등 필요한 피해회복 지원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서, 피고의 보호조치의무 위반도 인정하였습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비공식절차를 통한 분쟁해결의 경우에도, 사용자는 신고인(피해근로자)에게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절차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신고인이 처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신고인 스스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선택할 수 있도록 돕지 않으면 남녀고용평등법상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상의 적절한 조치의무와 유사한 내용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규정에도 존재하기에, 해당 법리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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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14조(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 ⑤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합니다. 이 경우 사업주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1. 사안의 개요
원고가 소속된 회사의 팀장이었던 A는 휴가기간 중 업무를 핑계로 원고를 불러내어 강간을 시도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 회사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였는데, 피고 회사는 A가 강간미수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일부 부인하면서 그 책임을 원고에게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원고에게 알려주지 않은 채, 단지 ‘A에 대한 조사 및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그러한 절차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소문 등으로 인한 불이익이 초래될 것’이라면서 A의 권고사직 처리에 동의할 것을 유도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A를 징계하지 않고 권고사직으로 처리하는 것에 동의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는 A가 조사과정에서 원고에게 책임을 돌리는 태도를 보였음을 알게 되었고, 피고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제1심은 A의 강간미수행위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사직처리가 결과의 면에서 징계해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남녀고용평등법상 적절한 조치1) 의무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A의 사직처리 등에 관한 피고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아, 이 부분 불법행위를 이유로 원고에게 3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1) 피고가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였는지 : 부정
항소심 재판부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의 ‘징계 등 필요한 조치’가 반드시 징계처분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고, 비공식절차를 통한 분쟁해결도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비공식절차를 통한 분쟁해결의 경우에도, 사용자는 신고인(피해근로자)에게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절차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신고인이 처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신고인 스스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공식적인 절차를 이용하게 될 경우 비공식절차에 비해 일정 정도 비밀유지에 어려움이 생길 수는 있으나, 사용자는 비밀유지를 위해 각별한 주의를 다하여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전제하에, 피고 회사가 원고와의 면담 과정에서 공식적인 징계절차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거나 비밀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공식적인 징계절차에 회부될 경우 피해가 공개될 염려가 있다는 점만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무징계 사직을 받아들일 것을 사실상 강권하였고, 이로써 원고가 다양한 선택지의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보아 피고의 불법행위를 인정하였습니다.
원고가 면담 과정에서 일부 A의 임의사직 처리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거나, 사직처리 이후 법률대리인을 통해 감사를 표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의 잘못을 치유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2) 의견청취 및 피해근로자 보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였는지 : 부정
항소심 재판부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에서 정한 의견청취의무와 관련하여, 원고가 조사과정에서 A 진술의 구체적 양상이 어떠했는지를 피고로부터 전달받아 형사고소 여부 등 대응방안을 정리할 기회를 얻을 권리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피고가 이러한 원고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은 채 단순히 A가 권고사직을 받아들였다는 점만 전달하였으므로, 의견청취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피고가 원고의 요청에 따라 A를 권고사직 처리했다고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적절한 조치라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A의 권고사직 이후 익명게시판에 원고를 공격하는 게시물이 올라왔고, 원고가 성폭력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원고에 대해 지속적인 상담이나 인사상 배려 등 필요한 피해회복 지원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서, 피고의 보호조치의무 위반도 인정하였습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3. 의의 및 시사점
대상판결은 비공식절차를 통한 분쟁해결의 경우에도, 사용자는 신고인(피해근로자)에게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절차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신고인이 처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신고인 스스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선택할 수 있도록 돕지 않으면 남녀고용평등법상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상의 적절한 조치의무와 유사한 내용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규정에도 존재하기에, 해당 법리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⑤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운로드 :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다276823 판결

1) 제14조(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 ⑤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합니다. 이 경우 사업주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