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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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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연합하여 전체 근로자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두 개의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통해 도입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적법하다고 판단한 사례
2024.11.07
[대상판결: 서울중앙지법 2024. 11. 7. 선고 2021가합569489 판결]

1. 사안의 개요

피고는 물적분할을 통해 2001. 4. 2. 설립된 회사입니다.  A산업노동조합은 2001. 7. 24. 피고를 포함하여 X회사로부터 물적 분할된 5개의 회사 소속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하여 설립되었습니다.  A산업노동조합은 피고 사업장에 B본부(이하 ‘B노동조합’)을 두고 2011. 7.까지 단일노동조합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이후 C노동조합이 2011. 7. 25. 설립되었습니다.  C노동조합은 설립 후 다수 노동조합이 되었고, 2013년까지 과반수 노동조합이었다가, 2014년 과반수 노동조합의 지위를 상실했습니다.

B노동조합과 C노동조합은 2016. 1. 5. 자율적 단일화에 의한 연합교섭노동조합을 구성하고 그 명칭을 ‘BC연합노조’로 합의하였고, 2016. 1. 20. 세부규정을 마련하였습니다.  BC연합노조는 2016. 2. 2. 2016년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후 B노동조합과 C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은 2016. 10. 24. 새로운 노동조합인 BC연합노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이하 ‘연합노조’).  연합노조는 과반수 노동조합의 지위에서 2017. 1. 13. 피고와 2016년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을 각 체결하였습니다.

B노동조합이 소속된 A산업노동조합은 2017. 8. 8. 및 2017. 10. 16. B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에게 연합노조를 탈퇴할 것을 당부하였고, 그 결과 2017년 하반기 연합노조는 과반수 노동조합의 지위를 상실하였습니다.

이에 피고 회사는 2018. 1. 10. B노동조합과, C노동조합과 연서하는 방식으로 2017년 임금협정을 체결하였습니다.

한편 B노동조합의 소속으로 연합노조를 탈퇴하지 않았던 일부 조합원들을 주축으로 2017. 12. 11. 새로운 노동조합인 D유니온이 설립되었습니다.

피고와 B노동조합, C노동조합은 2017. 12. 22.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한 합의를 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합의’).  이 사건 합의가 있던 2017. 12. 22. 당시 피고 회사에는 총 5개의 노동조합이 존재했고, 그 중 어느 노동조합도 과반수를 소속 조합원으로 두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근로자들이 이 사건 합의는 근로기준법 제51조 제2항, 제24조 제3항1)이 정한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사람(근로자대표)과의 서면합의가 아니어서 무효이므로 피고가 시행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적법하게 도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법원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합의는 근로기준법 제51조 제2항에 정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에 해당하므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적법ㆍ유효하게 도입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2 제4항은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에는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위임 또는 연합 등의 방법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되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용자와의 합의주체로서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로 볼 수 있는지 판단함에 있어 위 규정을 참고할 수 있음.

-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근로자대표의 선출방법을 규정하지 않았고, 이에 관하여 확립된 법리도 없음.  따라서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이 반드시 근로자들로부터 직접 선출하는 방식으로만 갖추어져야 하는 것은 아님.

- 이 사건 합의 당시 연합노조는 과반수 노동조합의 지위에 있지는 않았지만, B노동조합과 C노동조합의 소속 조합원 수를 합하면 피고 소속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를 초과하였음.

- 피고가 2020년부터 근로자대표로 선출된 자와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관한 합의를 하였다고 하여, 근로자대표로 선출된 자가 없던 시기에 실질적으로 근로자대표라고 볼 수 있는 자와 체결한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이 위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음.

- B노동조합과 C노동조합은 이 사건 합의 직후인 2017. 12. 28.부터 2018. 1. 9.까지 “제2017년 임금협약 잠정 합의(안)”에 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였는데, 위 찬반 투표는 77%(선거명부 1,351명 대비)의 투표율과 87.9%의 찬성률을 기록하였음.  이 사건 합의가 있은 때로부터 약 일주일이 경과한 시점에 진행된 위 찬반투표는 B노동조합 및 C노동조합 소속 근로자들이 이 사건 합의를 추인하는 성격을 포함하고 있음.

- 사실관계들을 살펴보면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이 사건 합의 체결 무렵 B노동조합 대표자 및 C노동조합 대표자가 피고와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해 협의하고,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함.

-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 내에서 B노동조합 대표자 및 C노동조합 대표자 외에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할 기관이나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음.  B노동조합 대표자 및 C노동조합 대표자는 이 사건 합의 무렵 근로자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B노동조합 대표자 및 C노동조합 대표자를 근로자대표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임.  이에 원고들을 비롯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수년 동안 이 사건 합의의 효력에 대해 아무런 이의가 없었음.


3. 의의 및 시사점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대표 선출 절차를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경영상 해고가 문제된 사안에서 형식적으로는 근로자 과반수의 대표로서의 자격을 명확히 갖추지 못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대표자라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위 절차적 요건도 충족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바 있습니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두15964 판결 등).  대상판결은 앞선 대법원 판결에 기초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합의에 있어서도 근로자대표로서 실질을 갖추고 있다면 적법한 근로자대표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대상판결에 대해 원고들이 항소를 한 만큼 항소심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 선발 절차가 불명확하다는 사실은 실무상 논란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으로 ‘근로자 대표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선정하여야 하며 그 선정방법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한을 정하고 있지 아니하나, 전체 근로자에게 대표권 행사내용을 주지시킨 상태에서 해당 직종이나 직군의 근로자 과반수가 참여한 투표ㆍ거수 등의 민주적인 방식에 의하여 선출 또는 결정되어야 할 것’(근로기준정책과-4107, 2021. 12. 9.; 근로기준정책과-2872, 2015. 7. 1.; 근로기준정책과-6953, 2017. 11. 9.)이라고 하여 근로자 과반수의 참여를 강조한 사실이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023. 3. 근로기준법 일부법률개정안에서 근로자대표의 선출 절차 등을 제도화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전체 근로자의 투표 등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근로자대표를 선발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1) 제51조(3개월 이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②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정하면 3개월 이내의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 간의 근로시간이 제50조 제1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특정한 주에 제50조 제1항의 근로시간을, 특정한 날에 제50조 제2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을, 특정한 날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③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합니다.  이하 “근로자대표”라 합니다)에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합니다.